김태규 기자 입력 : 2024.01.28 07:25 ㅣ 수정 : 2024.01.28 07:25
카드업계, 설 연휴 맞아 할인‧무이자할부 등 이벤트 진행 수익성 악화에도 대출상품 건전성 악화에 신용판매 강화 회원 이탈 막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이벤트 실시 "수수료 수익 적지만 결제 건수 늘리는 '박리다매' 전략"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가맹점 수수료율이 지속적으로 인하되면서 본업인 신용판매 부문의 수익성이 하락한 카드업계가 설 명절 이벤트를 진행하며 오히려 신용판매 확대에 나서고 있다. 수익성이 낮지만 결제 건수를 늘려 '박리다매'를 노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28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각 카드사들은 설 연휴를 맞아 할인, 상품권 증정 등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하나카드는 '풍요로운 설 명절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농협하나로마트‧이마트 에브리데이‧GS THE FRESH 등에서 최대 40% 할인 또는 최대 600만원 상품권을 증정한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명절 선물세트 최대 2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삼성닷컴과 LG전자 온라인몰에서는 청구 할인 및 12개월 무이자 할부를 제공한다.
KB국민카드는 KB Pay 쇼핑에서 '2024 설 명절 선물전'을 진행한다. 신선‧가공‧건강‧주방 및 효도가전 등 4개 상품군에서 할인쿠폰을 받아 결제금액의 5%를 할인받을 수 있다. KB Pay 쇼핑 내 KB온누리쇼핑에서는 전통시장 상품을 판매하는 '설 선물대전' 행사도 진행된다.
롯데카드는 롯데마트와 롯데슈퍼에서 설 선물세트를 구매하면 최대 30% 할인과 최대 80만원 상당의 롯데상품권을 받을 수 있다. 디지로카 띵샵 '설 기획전'에서는 선물세트 결제 시 10%를 할인해 준다.
카드사들은 그간 신용판매 부문에서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7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의 이용실적 대비 신용판매 수익률은 2014년 1.27%에서 2022년 0.5%로 하락했다. 본업 경쟁력이 하락했다는 의미다.
카드사의 신용판매 수익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는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가 지목된다. 금융당국은 2012년 이후 3년마다 가맹점수수료 적격비용을 재산정해 수수료율을 조정한다. 자금조달비용, 위험관리비, 결제대행사(VAN) 수수료 등 비용을 고려한 수수료 원가를 반영해 조정하는 것이다.
가맹점 수수료율은 2012년 이후 지속적으로 인하돼 왔다. 연매출 3억원 이하 영세가맹점 기준 수수료율은 2012년 1.8%에서 2022년 0.5%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국내 가맹점의 96% 가량이 0.5~1.5%의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으며 75%는 최저요율인 0.5%가 적용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카드업계는 신용판매 부문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중저신용자와 다중채무자가 많은 카드론‧현금서비스 이용자의 상환능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7개 전업카드사의 평균 연체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67%로 전년 동기에 비해 0.62%포인트(p) 악화됐다. 같은 기간 고정이하여신비율도 0.74%에서 1.09%로 상승했다.
이에 카드업계는 건전성 관리를 위해 대출영업을 축소하고 신용판매 강화에 나섰다. 신용판매 부문의 수익성이 낮음에도 이벤트에 나선 배경도 이와 연관돼 있다. 고물가 영향에 소비심리가 둔화하면서 적은 수익성마저도 하락할 수 있어 신용판매 부문을 늘리려는 것이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건전성 관리 측면에서 대출취급을 축소하고 있으나 다른 수익성 제고 방안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며 "신사업의 경우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아 신용판매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명절에는 고정적으로 소비되는 품목이 있는 만큼 혜택을 제공해 카드 사용을 촉진하려는 것"이라며 "수수료 수익이 현저히 적은 상황이지만 결제 건수를 늘려 '박리다매'를 노리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명절 이벤트를 통해 새로운 회원의 유입을 노릴 수도 있다"면서 "다른 카드사가 이벤트를 진행하는데 우리만 하지 않으면 있던 회원도 이탈할 수 있어 울며 겨자 먹기로 이벤트에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