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손쉬운 돈벌이’ 늪에 빠진 금융사, 안전·신뢰 확보해야
[뉴스투데이=최병춘 경제부장] 올해 금융권 주요 경영 키워드 ‘리스크 관리’와 ‘비(非)이자수익 확대’로 요약된다.
장기화된 긴축 통화정책에 따른 투자시장 위축,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우발 채무 리스크, 가계부채 확대 등 고금리와 더딘 경기 회복세로 대내외 리스크가 상존함에 따라 새해에는 금융안정이 금융업계의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PF 부실, 가계부채 폭등 등 금융 건전성을 위협하는 위기 요인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의 충당금 확대, 부채관리 요구도 커질 것으로 보이고 금융사도 이에 적극 호응해야할 상황이다.
동시에 주요 은행권은 비이자수익 확대 또한 핵심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이는 대외변수에 취약한 ‘이자수익’ 의존도를 줄여 안정적인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취지로 해마다 강조해온 목표이기도 하다.
더욱이 올해 시중은행이 고금리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음에도 ‘이자장사’라는 비판에 직면하면서 비이자수익 확대라는 과업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이 두 가지 키워드는 우리 금융사들이 풀어내야 할 당면과제임이 분명하다. 다만 당연한 듯 보이는 과제이지만 모순된 듯한 느낌도 지울 수 없다.
두 키워드를 함께 묶어 풀이하면 ‘안전한 비이자수익 강화’로 풀이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껏 우리가 지켜봐 왔던 일부 비이자수익 사업은 안전하지 않았다.
현재 금융 안전성을 위협하는 부동산 PF는 대표적인 고위험 투자사업 중 하나다. 높은 수익성을 보이지만 투자 대상 사업의 성공을 전제로 진행된 투자인 만큼 부동산 경기 침체 시 돌아오는 위험도 크다. ‘부동산 불패’ 신화가 깨지는 순간 감당할 수 없는 위험에 노출되는 구조다.
앞서 환매중단 사태를 일으킨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는 물론 최근 큰 손실을 본 홍콩 H지수 등 주가연계증권(ELS) 투자도 위험한 ‘비이자사업’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시중은행의 경우 손쉽게 투자자를 유치할 수 있고 비이자수익 기대도 높아 적극 뛰어들었지만, 불완전판매 잡음과 막대한 손실을 안게 된 사례다.
물론 이는 비이자수익 사업의 극단적 부정 사례로도 볼 수 있지만, 금융사들이 안전보단 손쉬운 돈벌이에 집중해온 것 아니냐는 비판을 비껴가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투자사업의 경우 손실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금융사의 사업 전제가 고객의 돈으로 이뤄진다는 것을 고려하면 안전성에 더욱 무게를 두어야 한다. 특히 은행의 경우 고객의 예금을 다시 빌려주고 거기서 거두는 이자를 수익원으로 삼는 게 본질이다.
예금과 대출 차액에서 발생하는 수익사업이 본업이라면 고객의 돈을 다른 투자사업에 투입해 이익을 얻어내는 것은 부업에 가깝다. ‘이자장사’ 비판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면 전문성이 낮을 수밖에 없는 부업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예대차익 설정, 기업 및 생계형 대출 확대 등을 통한 본업인 이자수익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힘을 쓰는 것도 해법이 될 수 있다.
결국 모순돼 보이는 리스크 관리와 수익다각화의 과제를 관통하는 것은 ‘안전성’과 ‘고객 신뢰’가 될 수밖에 없다. 이제 손쉬운 위험한 돈벌이에 기대는 대신 고객과 금융사 자산 안전에 방점을 둔 수익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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