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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 이슈 진단 (101)

한화오션이 승리한 3600톤급 잠수함 3번함 건조사업 수주전의 근본적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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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3.12.18 10:19 ㅣ 수정 : 2023.12.26 14:02

Batch 단위 예산 편성에 따른 사업비 부족과 핵심장비 도급 전환에 따른 견적가 상승

한국의 방위산업이 새로운 활로를 찾으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방위사업청 또한 방위산업이 처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제도개선과 함께 법규 제·개정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방위사업 전반에 다양한 문제들이 작용해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이런 문제들을 심층 진단하는 [방산 이슈 진단]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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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9월 14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에서 열린 진수식에서 공개된 우리나라 최초의 3,000톤급 잠수함(장보고-Ⅲ Batch-Ⅰ)인 도산 안창호 함. Batch-Ⅰ모델 3척 중 1·2번함은 한화오션이, 3번함은 HD현대중공업이 건조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최근 한화오션이 경쟁사인 HD현대중공업을 제치고 3600톤급 잠수함(장보고-Ⅲ Batch-Ⅱ) 3번함 건조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과 협상을 거쳐 본 계약을 체결할 경우 한화오션은 장보고-Ⅲ Batch-Ⅱ 함형의 상세설계부터 3척 모두를 만들게 돼 그동안 해군이 발주한 총 24척의 잠수함 중 17척을 건조하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수주 경쟁에 나섰던 HD현대중공업은 3000톤 규모의 도산안창호급 잠수함(장보고-Ⅲ Batch-Ⅰ) 기본설계를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과 공동 수행했으며, 3번함을 건조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장보고-Ⅲ Batch-Ⅱ 3번함 건조사업 수주에 실패함으로써 전반적인 잠수함 사업의 한화오션 쏠림현상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졌다.

 

장보고-Ⅲ Batch-Ⅱ 모델은 도산안창호급 잠수함과 비교해 크기와 배수량이 커졌고, 탐지능력과 표적처리 성능이 개선된 전투체계와 소나체계가 탑재된다. 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를 위한 수직발사관도 4개가 더 많은 10개이다. 특히 리튬전지를 탑재해 기존의 납축전지 대비 은밀성과 작전성능이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HD현대중공업, 핵심장비 4종 견적가 지나치게 높아 예정가보다 높게 입찰

 

이번 수주전에서 특이한 점은 HD현대중공업이 제안서를 제출하면서 방사청이 제시한 예정가보다 높은 입찰가격을 써내 협상대상자에서 아예 제외된 사실이다. 방사청은 3번함의 예정가로 약 1조 1600억원을 제시했고, 제안업체는 예정가 이하로 입찰하는 것이 상식이다. 규정상 예정가의 95% 이하로 써내야 비용평가 부분에서 만점을 받으며 예정가의 100%부터 96%까지는 감점을 받는다.

 

이 때문에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과 경쟁을 의식해 95% 수준인 1조 1020억원을 써냈다. 반면 예정가를 상당히 초과하는 액수를 써낸 것으로 알려진 HD현대중공업은 그 이유에 대해 건조비의 30%를 차지하는 핵심장비 4종(수직발사체계, 연료전지체계, 통합양강마스트, 함수부무장체계)의 견적가가 지나치게 높게 책정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핵심장비 4종의 공급업체는 이번 수주전에서 경쟁사인 한화오션이다. HD현대중공업은 4종에 대한 견적서를 한화오션에 요구해 지난 10월 1차 견적서를 받았으나 입찰 제안서 마감을 2주일 앞둔 11월 중순에 1차 견적서 대비 수백억원이 높게 책정된 2차 견적서를 다시 받았다고 한다. HD현대중공업은 2차 견적서의 가격 상승으로 인해 적자 수주를 피할 수 있는 최소한의 건조비를 제안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화오션, 낮은 건조비 문제 제기했다가 예정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응찰

 

이번 수주전의 근본적인 문제는 Batch 단위로 편성되는 잠수함 건조사업비의 부족이다. 통상 3척 기준으로 Batch 단위 예산이 책정되는데 3척을 건조하는 기간은 10년 가까이 소요된다. 이 사이에 물가가 오르거나 공급망에 문제가 생기면 예산이 부족하게 되고 새로운 기술의 반영도 어렵다. 방사청이 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예산을 증액하는 과정도 순탄치 않아 사업은 계획보다 지연되고 충분치 않은 사업비로 진행된다. 

 

3번함의 경우 최초 예정가가 2번함과 비슷한 1조원 대였다. 그런데 업계(당시 대우조선해양)에서 원자재가격 상승과 전쟁에 따른 공급망 불안정성 등의 이유로 1조 4700억원을 요구해 1년 정도 사업이 지연됐다. 이 기간에 방사청은 다시 원가검증을 수행하고 재정 당국과 증액심사를 거쳐 기존 예정가보다 일부 증액했으나 업계 요구보다는 3000억원 적은 예정가를 제시하며 사업을 발주했다. 

 

근본적 문제는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낮은 건조비로 사업이 재추진된 것이지만, 지난해 그 부분을 지적하며 상당히 높은 건조비를 요구했던 업체가 이번에는 예정가보다도 낮은 가격으로 응찰해 사업을 수주했다는 점에서 잠수함 건조비의 타당성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사이에 달라진 것은 대우조선해양이 한화그룹 계열사의 일원이 됐다는 사실뿐이다.

 

이와 관련, 한화오션 관계자는 “적자가 날 수 밖에 없는 낮은 건조비로 사업이 추진된 점을 계속 지적하면서 적정이윤 보장을 위해 원가검증 단계에서 사업비 증액을 요청했지만 많은 부분이 반영되지 않아 응찰가격을 조정해야만 했다”고 설명했다.

 

도급 방식인 핵심장비 4종, 수주 경쟁하는 양사 간 가격 적용 차이 의문 

 

다음 문제는 정부 주도로 개발한 잠수함의 핵심장비가 방사청이 직접 관리하는 관급 방식이 아니라 업체가 관리하는 도급 방식인 점이다. 이로 인해 HD현대중공업은 한화오션에서 핵심장비 4종의 견적서를 받아 입찰가격을 제안해야 하는 구조가 됐다. 이 경우 수주 경쟁을 해야 하는 양사 간에 핵심장비 가격이 어떻게 적용돼 입찰 제안가가 형성될지 의문이다. 

 

반면 한화시스템이 공급하는 함정 전투체계는 관급 방식으로 도입된다. 이 경우 방사청이 한화시스템과 직접 계약해 함정을 건조하는 조선소에 공급하게 되며, 관련 함정 건조사업은 전투체계를 제외한 상태에서 경쟁하고 어느 업체가 수주하더라도 전투체계는 동일한 가격으로 공급된다. 따라서 이번 3번함 건조사업 같은 비상식적인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구조이다. 

 

만일 3번함 건조비의 30%를 차지하는 핵심장비 4종이 도급에서 관급으로 전환된다면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면서 장비 가격 상승도 방지할 수 있고 장비를 파는 업체 입장에서도 적절한 이익 실현이 가능하다. 또한, Batch 단위로 필요한 수량을 방사청이 일괄 계약할 경우 장비 가격을 더욱 낮출 수도 있다. 하지만 도급 방식에서는 이와 같은 이점이 모두 사라지고 업체의 경쟁력은 갈수록 떨어지게 된다.

 

과거 전문화·계열화에 준한 정부 차원의 함정산업 발전 방안 강구돼야

 

이 두 가지 근본적 문제의 해법이 마련되지 않으면 핵심장비를 생산하지 않는 HD현대중공업은 수주 자체가 힘들어 잠수함 생산기반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한화오션도 3번함 건조사업은 수주했지만, 적정한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렵고 이에 따라 새로운 투자나 경쟁력을 키울 여력이 없어진다. 상호 이익이 되는 양강 구도를 형성하면 세계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데, 출혈경쟁만 하다가 주저앉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따라서 잠수함 건조를 비롯해 전체 함정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고 세계 시장에서 K2 전차, K9 자주포, FA-50처럼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장기간 소요되는 함정 획득 예산의 비현실성과 지나친 과열 경쟁에 따른 적자 수주, 그리고 핵심장비의 도급 조달에 따른 공급업체의 독점화와 가격 상승 등의 총체적인 문제를 해소할 해법이 마련돼야 한다. 

 

먼저 과거 전문화·계열화에 준한 정부 차원의 함정산업 발전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이를 위해 함형별로 경쟁력 있는 업체를 선별 지정하고 물량을 적정 배분하는 등 정부가 직접 관리에 나서야 한다. 또한, Batch 단위로 편성되는 사업예산 책정 과정에서 원가검증의 유연성이 요구되며, 특히 건조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핵심장비들은 방사청이 직접 관리하는 관급 방식으로 시급히 전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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