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이슈 진단 (99)] 무기체계 획득 Fast-Track 도입 성공하려면 방사청·군·기관·업체 간 지속적인 소통과 공감대 형성 필요
신속시범획득 양산사업 잘 살피고 성능입증시험·통합시험평가 방식 정립에 주력해야
한국의 방위산업이 새로운 활로를 찾으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방위사업청 또한 방위산업이 처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제도개선과 함께 법규 제·개정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방위사업 전반에 다양한 문제들이 작용해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이런 문제들을 심층 진단하는 [방산 이슈 진단]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지난 3일 산업연구원은 국회입법조사처와 공동으로 신속획득과 관련한 ‘K-방산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의 김평화 서기관은 ‘획득 Fast-Track 도입과 향후 추진 방향’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새로이 도입된 신속획득제도인 ‘무기체계 획득 Fast-Track’의 주요 내용과 향후 추가적인 제도개선 방향을 소상히 설명했다.
■ 신속소요사업, 통합시험평가만 자리 잡으면 좋은 획득제도로 정착될 듯
이에 따르면, 획득 Fast-Track은 신속소요 및 신속시범 등 2가지 사업으로 분류된다. 신속소요사업은 6개월의 사전개념연구를 거쳐 1개월 만에 신속소요를 결정하고 2년간 시제품 연구개발 후 통합시험평가를 거쳐 5년 이내에 최소 전술제대 단위 물량을 전력화하는 사업으로 무기체계 성능개량, 두 가지 이상 무기체계 통합, 민간 개발제품의 개량 등이 주요 대상이다.
신속시범사업은 기존의 신속시범획득 및 신속연구개발 사업을 신속연구개발사업으로 통합한 후 명칭을 바꾼 것이다. 민간의 혁신적 기술을 적용한 시제품을 2년 내 제작하고 6개월간 시범 운용과 성능입증시험을 거쳐 군사적 활용성이 확인되면 최소 전술제대 단위 물량을 긴급소요로 결정하며, 초도생산 물량은 시제품 제작업체와 수의계약으로 진행하게 된다.
이와 관련, 방위사업법이 일부 개정돼 시행 중이다. 대다수 방산 전문가들은 신속소요사업의 경우 성능개량 사업이 주요 대상인 데다 신속소요 결정이 먼저 이뤄진 후 획득 절차가 진행되기 때문에 개발시험평가와 운용시험평가를 합친 통합시험평가 방식만 제대로 자리 잡으면 좋은 획득제도로 정착될 것이란 반응을 보였다. 다만 사업타당성조사가 적기에 진행돼 예산이 배정되는 것이 관건일 거라는 지적은 나온다.
나아가 무기체계 신속획득이 대폭 확대되려면 소요군부터 신속소요에 염두를 둔 소요제기를 하고 이를 토대로 획득 로드맵을 수립한 후 관련 정보를 가능한 범위 내에서 공개해 산·학·연이 관련 기술을 미리 개발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신속소요기획 확대 → 정보 공개 → 민간의 선제적 기술개발 → 신속획득 성과 발생 → 신속소요기획 확대 등 선순환 구조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 신속시범사업, 구매시험평가 대신하는 성능입증시험 방식 결정이 관건
반면 신속시범사업은 성능입증시험이 관건이었다. 시범 운용에 대한 평가이므로 시험평가보다는 완화된 조건으로 해야 하나 초도생산 물량을 수의계약으로 구매할 때 구매시험평가를 대신하는 것이기도 해서 실제로 성능입증시험을 담당할 소요군과 방사청 간에 향후 논의 과정이 어떻게 결론지어질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이 사업을 담당하는 국방신속획득기술연구원의 정상훈 팀장은 이날 ‘신속시범사업 추진성과 및 발전과제’를 발표하면서 추진성과로 방위사업법 개정을 통한 법적 근거 마련과 함께 2022년 이후 선정된 12개 신속연구개발 사업을 소개했다. 하지만 아직 모든 사업이 진행 중인 단계이고 본격적인 성능입증시험도 시행되지 않은 상태라서 실질적인 문제는 언급되지 않았다.
다만 최근 방사청과 관련 기관 논의에서 성능입증시험은 국방전력발전업무훈령 상에 군 활용성 적합·부적합으로 평가하게 돼 있어 시험항목을 모두 합격해야 하는 개념은 아니며, 조작 및 작동을 검증하는 운용항목과 성능시험 값이 요구되는 시험항목으로 구분하되 핵심적으로 시험할 내용과 간소화 또는 생략할 부분이 무엇인지 고민이 필요하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진짜 문제는 다른 곳에 도사리고 있다. 신속시범사업의 시작은 과거 신속시범획득(구매)사업으로부터 비롯됐는데, 현재 이 사업을 통해 소요 결정까지 이뤄졌으나 양산사업이 나오지 않아 기다리고 있는 무기체계들이 여럿 있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현대로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경쟁한 ‘다목적 무인차량’이다. 현대로템이 수주해 시범 운용과 소요 결정이 이뤄졌지만, 양산사업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 소요 결정 이후 최초 양산사업이 얼마나 빨리 진행되느냐가 성패 좌우
이 사업은 내년 초순에 나올 것이란 얘기가 있어 그렇게 되면 소요 결정 후 2년 정도 지난 시점이 된다. 민간의 혁신적 신기술을 적용하는 사업이어서 시간이 생명이지만, 양산사업이 나오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으며, 앞서 소요 결정된 사업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따라서 새로이 보완된 신속시범사업도 소요 결정 이후 초도생산이 얼마나 빨리 진행되느냐가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기존 신속시범획득(구매)사업의 경우 초도생산을 수의계약으로 진행하는 현행 신속시범사업과는 달리 양산사업에서 경쟁 입찰을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시범 운용을 성공적으로 완료한 업체가 아닌 다른 업체가 신속시범획득(구매)사업 양산물량을 수주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실제로 다목적 무인차량의 경우 현대로템은 시범 운용이 완료된 후에도 양산사업이 나올 때까지 소요군이 요구하는 다양한 지원을 계속하면서 인력과 비용이 상당히 들어갔다. 이에 비해 이 사업을 수주하지 못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별도로 다목적 무인차량(아리온스멧)을 개발해 미국 국방부의 FCT(해외비교성능시험) 대상 장비로 선정되는 등 준비하고 있어 현재로선 양산사업을 누가 수주할지 알 수 없다.
방사청은 아직 이런 문제까지는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다. 하지만 기존 신속시범획득(구매)의 양산사업은 과도기적인 상황에서 시행되고 있어 새로 마련된 무기체계 획득 Fast-Track에도 부정적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적절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성능입증시험, 통합시험평가 등에서 어려움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소요군, 관련 기관, 업체들과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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