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원 기자 입력 : 2023.11.20 01:43 ㅣ 수정 : 2023.11.20 01:43
경기둔화로 인한 원유 수요 감소로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북해산 브렌트유 최근 4개월 사이 최저수준까지 떨어지자 산유국들 연말까지로 예정됐던 감산을 내년 상반기까지 연장하는 방안 검토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전쟁으로 한동안 치솟던 국제유가가 경기둔화로 인한 원유 수요 감소 기대감에 큰 폭으로 하락하자 산유국들이 감산계획을 연장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어 유가가 반등에 나설지 주목된다.
지난 17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 종가는 전장보다 배럴당 4.09% 올라 76.08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도 전 거래일 종가 대비 4.13% 오른 배럴당 80.62달러로 모처럼 80달러선을 회복했다.
WTI와 브렌트유 등 국제 유가는 반등이 일어나기 전까지 최근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로 지난 7월 6일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요동치기도 했지만 생각만큼 유가를 자극하지는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유가가 반등한 것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들이 원유 감산 조치를 연장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이즘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올 연말까지로 계획했던 하루 100만 배럴 감산을 최소한 내년 봄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감산 연장 조치에는 사우디가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OPEC 산유국 협의체인 OPEC+도 동참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17일 “사우디가 하루 100만 배럴 감산을 최소한 내년 봄까지 연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당초 연말까지로 예정됐던 감산계획을 연장하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배경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전쟁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보복에 나선 이스라엘군의 무차별 폭격으로 가자지구 주민들의 희생이 커지자 중동 산유국 사이에서 분노의 목소리가 높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산유국들이 무차별 폭격에 나선 이스라엘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서방권에 보다 강력한 메시지를 전할 필요가 있고, 그 수단으로 감산카드를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산유국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OPEC의 한 관계자는 “아랍 산유국이 석유 수출을 전면 중단해 1970년대와 같은 오일쇼크가 반복되는 일은 없겠지만 산유국들이 지속적인 메시지를 보내면 글로벌 석유 시장과 미국 워싱턴 정가가 이를 충분히 이해할 것”이라고 밝혀 감산 연장조치가 다분히 미국을 겨냥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석유소비량이 절대적으로 높은 미국의 경우 유가가 다시 뛰기 시작하면 국내 여론이 안좋아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내년 미국 대통령선거 재선에 도전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최대 후원국가로, 이번 이스라엘-팔레스타인간 전쟁에 각종 무기지원을 통해 이스라엘을 측면지원하고 있다.
산유국들 입장에서는 최근 경기둔화로 인해 원유 수요가 심각하게 줄어들 것이란 기대감에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도 신경쓰이는 대목이다. 감산계획 연장을 통해 하락추세인 국제유가를 다시 끌어올리겠다는 계산도 깔려있는 것이다. 이번 감산연장 계획에 OPEC+ 회원국들도 동참할 가능성이 높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한편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지난주 보고서에 따르면 상업용 원유 재고는 한 주 전보다 360만 배럴 증가해 당분간 공급초과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