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보호 신청 위워크, 손정의는 왜 169억달러를 투자했을까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공유사무실이란 신개념으로 한때 기업가치가 470억달러에 달했던 위워크가 상업용 부동산 시장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 미국 뉴저지주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소프트뱅크그룹과 비전펀드를 통해 위워크에 수백억 달러를 투자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막대한 투자손실과 함께 부채까지 떠안게 됐다.
공유경제의 총아로 불렸던 위워크는 아담 뉴만이 2010년 만든 부동산 임대회사다. 그는 2016년 손정의 회장을 만나 투자를 요청했다. 히피 차림으로 나타난 그는 부동산 임대회사에 불과한 위워크를 미래가 촉망한 벤처기업으로 둔갑시켜 손 회장에게 어필했고, 손 회장은 어찌된 일인지 이듬해인 2017년 31억달러를 투자하게 된다.
손 회장은 이후에도 투자를 계속하며 총 169억달러에 달하는 거액을 위워크에 쏟아부었다. 세계 투자업계의 큰손인 손 회장이 투자했다는 소식에 위워크는 한때 기업가치가 470억달러까지 치솟았지만, 2019년 IPO 추진 과정에서 매출은 18억달러에 불과한데, 손익이 마이너스 16억달러에 이르는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며 IPO는 무산된다.
IPO 무산에 대한 거센 비난이 일어나자 뉴만은 10억달러의 돈을 받고 회사를 떠난다. CEO 시절 이미 투자자들 돈으로 개인비행기까지 사들이며 호화스런 생활을 즐기던 그로서는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은커녕 두둑한 돈을 챙기고 회사를 떠난 셈이다.
IPO 무산을 계기로 회사가치가 최고가 대비 3분의 1토막으로 떨어진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코로나까지 덮치면서 위워크는 진짜 위기를 겪게 된다. 재택 근무가 급증하며 사무실 수요가 급격히 줄어든 데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잇딴 금리인상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각종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위워크는 손실이 160억달러에 달하며 투자자들로부터 끌어모은 자본금을 모두 날렸고, 막대한 대출금 이자를 상환하기가 어려운 지경에까지 몰렸다. 회사는 영업부진과 이자부담으로 폐업 위기에 처했음을 알렸는데, 그로부터 4개월이 지나서 결국 파산보호를 신청한 것이다.
알리바바 투자를 통해 미다스의 손으로 불렸던 손 회장이 위워크에 거액을 투자한 배경은 지금도 미스터리다. 야후와 슈퍼셀, 알리바바 등 잇딴 벤처업계 투자를 통해 막대한 부를 거머쥔 손 회장이 아담 뉴만의 세치 혀에 놀아났다는 비아냥마저 나돌고 있다.
아담 뉴만은 부동산 임대회사 성격의 위워크를 테크기업으로 둔갑시켜 투자자들을 끌어들였다. 이 과정에서 손 회장이 뉴만의 화려한 언변에 말려들어 정신없이 투자금을 쏟아부었다는 것이 세간의 평가다.
뉴만의 기만적인 수법은 애플TV에서 ‘우린 망했다’(wecrashed)라는 드라마를 만들 정도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위워크의 파산신청을 가리켜 “역사에 남을 몰락”이라고 꼬집었다. 위워크에 거액을 투자한 손 회장과 소프트뱅크그룹은 18조~20조원 가량의 손실을 떠안을 것이란 관측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위워크는 파산보호 신청 문서에서 약 186억 달러의 부채를 보유했다고 공개했다.
다만 이번 파산보호 신청은 미국과 캐나다 지점에만 적용되며 한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위워크는 세계 각지에 지점 700곳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