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소주 출고가 6.95%인상...자영업자 상생안 내놓았지만 '실효성 없어'
[뉴스투데이=서민지 기자] 하이트진로가 소주류 출고가를 인상한다. 인상 전 충분한 물량을 공급해 외식업 자영업자의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며 사태 해결에 나섰지만, 업계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소주의 원료인 주정 가격이 6.95% 오르고 공병 가격은 21.6% 인상됐다. 이에 하이트진로는 제품의 원부자재 가격과 물류비, 제조 경비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참이슬 후레쉬'와 '참이슬 오리지널' 출고가를 6.95% 인상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달 말 주류 가격 인상으로 인한 자영업자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생 방안을 밝혔다. 최근 식자재 물가 상승에 따른 가격 인상으로 외식 소비가 주춤하는 가운데 주류 가격마져 오르자 대응책을 마련한 것이다.
통상적으로 주류 가격 인상이 발표되면 오르기 전 가격으로 재고를 확보하려 발주 물량이 증가한다. 이에 하이트진로는 주류 취급 거래처에 가격 인상 시점 전까지 물량을 충분하게 공급해, 외식업 자영업자와 도매상들이 오르기 전 가격으로 재고를 확보할 수 있도록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하이트진로는 가격 인상 시점부터 연말까지 매장에서 판매된 소주 공병당 30원을 적립해, 요식업주 대상 건강증진상품권과 거래처 필요 물품을 지원하는 등 환원 사업에 적립금을 사용할 계획이다.
주류 가격 인상에 따른 자영업자의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 하이트진로가 다양한 상생 방안을 내놓았지만 외식업계는 회의적인 반응이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제조사가 제품 출고가 인상 전 물량을 충분히 공급한다고 하더라도 마냥 수용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재고를 쌓아둘 순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통 업주들은 최대 일주일 치 물량을 구비하고 요일마다 발주를 넣는데, 장사를 하는 입장에서 인상 전 가격으로 구매하겠다며 한 달 치 양을 손님 옆에 쌓아둘 순 없다"고 부연했다.
대형마트처럼 물류 창고를 구비하지 않은 이상 일반 음식점과 주점은 매장 내 재고 여유분을 쌓아둘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또 업계 내에서는 소주류 출고가 인상에 따른 소비자 가격 동향에 대해서도 "업주는 비용 지출을 감수하고 버틸 뿐"이라는 앓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소비자들 입장에선 자주 가던 외식점의 소주 가격이 1000원 이상 오르게 되면 저렴한 가격의 음식을 파는 다른 매장으로 발걸음을 돌리게 된다. 자영업자(요식업)가 도매가격 인상으로 소비자가를 올리면 매출 급감을 경험한다.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도매가 인상에 따른 소비자가를 올리는 것에 매우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외식 업계 관계자는 "외식업주는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최대한 버티다 더 이상 비용 지출 감수가 불가능해질 때 소비자 가격을 올린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주류 체인점의 경우 본사에서 포스(매장 운영 관리 기기)를 원격으로 점검하기도 해, 가맹점들은 함부로 가격 인상을 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