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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디’로 흥미 끄는 증권가 리포트…“투자자 눈길 사로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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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우 기자
입력 : 2023.11.01 07:56 ㅣ 수정 : 2023.11.01 07:56

지난달 ‘전청조 밈’ 활용 보고서 다수 발간
‘I am’·‘Next time’ 등 기초 영단어 사용
“사기 혐의자 밈, 적절치 않은 부분 있어”
‘킹·갓’ 등 인터넷 유행어 활용 콘텐츠 증가
딱딱한 이미지 탈피 노력…“젊은 층 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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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프리픽]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리포트에 최신 트렌드를 접목하고 있다. 온라인상 유행 콘텐츠인 ‘밈’(meme)부터 영화나 드라마 제목 등을 활용해 투자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친근하게 다가가겠다는 전략이다.

 

젊은 층의 투자자가 늘어나고 정보를 얻는 경로가 다양해지면서 기존 리서치 자료를 재가공해 가볍게 만드는 증권 콘텐츠도 늘어나는 추세다.

 

다만 리포트에 활용된 일부 제목이 범죄 사건과 연루되는 등 문제 소지가 있어 패러디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 ‘I am, Next time’…‘전청조 밈’ 활용한 보고서 줄줄이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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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발간된 상상인증권의 보고서 '케이GAME, I am 신뢰에요' 표지. [사진=상상인증권]

 

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제목에 ‘I AM’이나 ‘NEXT TIME’ 등의 문구를 붙인 증권사 리포트가 다수 발간됐다.

 

상상인증권은 지난달 30일 ‘케이GAME, I am 신뢰에요’라는 게임 산업 리포트를 냈다. 같은 날 △콘텐트리중앙 – 2개 분기 연속 흑자 I am 기대해요(유진투자증권) △제일기획 – I am 모범생이에요~(DB금융투자) △삼성엔지니어링 – Next Time 아니고 지금이 OK 매수 타이밍(KB증권) △기아 – I am PER 3배에요. OK… Next Time 주가 반등 △금호타이어 – I am 기대치 상회에요(이상 현대차증권) 등의 리포트가 연달아 발표됐다.

 

‘I am’과 ‘Next time’ 등의 문구는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42)의 재혼 상대로 알려졌던 전청조(27)씨의 모바일 메신저 내용이 인터넷상에 퍼지면서 ‘밈화’된 것이다.

 

사기 행각을 펼치던 전씨는 메신저로 자신이 거주하던 잠실 시그니엘 주민에게 “OK, 그럼 Next time에 놀러갈게요”나 “But your friend랑 같이 있으면 I am 신뢰에요”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 앞서 전씨는 자신의 신분을 미국 교포이자 재벌 3세로 포장해왔는데,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한국어와 기초적인 영어를 혼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의 해당 메신저가 퍼진 후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전씨가 사용한 한국어·영어 혼용체가 밈으로 확산됐으며, 일각에서는 ‘휴먼청조체’나 ‘청조체’ 등으로 불리기도 했다.

 

다만 ‘I am’ 밈의 발원지인 전씨가 사기 혐의를 받고 있고, 전과가 있는 범죄자였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패러디가 적절한지를 두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전일 서울 송파경찰서는 전씨를 사기 및 사기미수 혐의로 경기 김포시 모처에서 체포하기도 했다. 전씨는 주거지 압수수색 등을 마치는 대로 송파경찰서로 이송될 예정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씨의 밈이 인터넷상에서 엄청난 파급력을 보여줬고, 실제로 흥미를 끌 수 있다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전씨가 중대한 사기 범죄 혐의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해당 유행을 가볍게 활용하기에는 적절치 않은 부분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 ‘킹·갓’ 등 유행어 접목하기도…‘재미있는’ 증권 콘텐츠 경쟁 격화

 

‘전씨 밈’ 등 일부 적절성 문제도 있지만, 최근 애널리스트의 패러디를 활용한 특이한 리포트 제목은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앞서 지난달 20일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유명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의 제목을 패러디한 금융주 리포트 ‘그대들은 금융주를 살 것인가’를 발간했다.

 

같은 달 장문수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최근 예능 등지에서 소재로 활용되고 있는 서울 사투리를 활용해 종목 보고서 ‘HL만도 – 남들의 우려 따위는요 전혀 신경 쓰지 않그든요’를 냈다. 장 연구원은 단어 일부를 ‘킹’(King)이나 ‘갓’(God)으로 바꿔 강조하는 인터넷 밈을 활용해 ‘현대차 – 킹대차갓실적’이라는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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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교보증권이 발간한 리포트 책자. [사진=교보증권]

 

지난해에는 교보증권이 리서치 보고서에 색다른 제목과 디자인을 적용하면서 트렌드를 적극 반영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교보증권은 △카테고리 킬러로 성장한다 △제약·바이오가 왜 이럴까 △펴초 채우고 당기고 △지금 우리 교육은 등의 제목을 담은 보고서를 발간했다. 또 해당 보고서 책자에는 제목에 맞춰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을 패러디한 표지를 적용하기도 했다.

 

삼성증권은 올해 업계 최초로 가상 캐릭터를 활용한 버추얼 틱톡커(버톡커) ‘이서치’를 통해 자사 서비스인 ‘리서치톡’을 요약하는 콘텐츠를 선보이기도 했다.

 

리서치톡은 삼성증권 애널리스트가 작성한 보고서를 대화 방식으로 실시간 전달하는 콘텐츠로, 삼성증권의 투자정보 서비스 ‘에스라운지’ 서비스 중 이용도가 가장 높은 메뉴다.

 

이처럼 증권사와 애널리스트들은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새로운 요소를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최근 유튜브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지에서 더 흥미롭게 투자 정보를 전달하는 크리에이터들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증권업계가 기존의 딱딱한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콘텐츠 경쟁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투자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경로가 다양해지면서 콘텐츠의 조회수 경쟁도 거세진 상황”이라며 “특히 유행에 민감한 젊은 층의 투자자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콘텐츠 개발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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