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혀지지 않는 남녀차별에 세대 간 갈등까지 번져가는 일본사회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올해 발간된 일본의 경제재정백서는 예년과 달리 일본식 고용관행이 남녀 간의 임금격차를 키우고 있다고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당사자의 동의 없이 회사가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전근이나 장시간 노동 등이 여성의 사회활동과 승진을 가로막기 때문에 업무내용과 범위를 채용 시에 명확히 설명하는 직무형(ジョブ型) 고용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일본 사회가 얼마나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채용 시에 업무내용을 서류나 구두로 설명을 받은 근로자는 해외의 경우 80%가 넘는데 비해 일본은 40%도 되지 않았다.
특히 일본의 성별에 따른 임금격차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도 여전히 심한 편으로 OECD 조사에 의하면 2021년 기준 일본 남성근로자의 임금을 100으로 봤을 때 여성근로자의 임금은 77.9에 불과했다.
이에 대한 원인 중 하나로 경제재정백서는 일본식 고용의 특징 중 하나인 일방적 전근을 꼽았는데 취업포털사이트 리크루트의 조사에서도 일본인 근로자 중 본인의 동의 없이 회사로부터 일방적인 전근명령을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18.8%를 기록했다.
이는 프랑스의 7.9%는 물론 미국과 덴마크의 3%에 비해서도 매우 높은 비율로 공산국가인 중국마저 5.4%임을 고려하면 일본이 얼마나 불합리한 전근이 빈번한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지금까지 일본이 구체적인 업무와 근무지를 지정하지 않은 채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회사가 마음대로 종업원을 교육시키고 배치하는 멤버십형(メンバーシップ型) 고용을 당연시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함에 따라 안정된 생활과 육아환경을 요구하는 근로자들이 많아졌음에도 인사고과에 불이익이 있을 것을 우려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사측의 지시를 감내하거나 과감히 이직을 선택하는 것이 지금도 여전한 일본의 방식이다.
여기에 근로자들의 평균 노동시간도 다른 국가 대비 긴 편으로 아르바이트를 포함해 주 49시간 이상 일하는 일본 직장인의 비율은 15.1%로 미국의 14.6%와는 비슷했지만 프랑스(9.1%)나 독일(5.7%)보다는 많았다.
이처럼 악순환을 낳는 장시간 노동환경을 개선하고자 일본은 아베 총리 시절부터 일하는 방법의 개혁을 적극 추진해왔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현재 시점에서 그 성과를 분석해보면 오히려 세대 간 불평등이 새롭게 야기되었다는 평가다.
장시간 노동이 근로의욕과 건강을 해친다는 이유로 일본은 2019년 4월부터 대기업, 2020년 4월부터는 중소기업까지 확대하여 연간 잔업시간을 최대 360시간으로 제한한 덕분에 아르바이트를 포함한 근로자 1인당 평균 근무시간은 주 36.8시간으로 2013년 대비 6.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를 세대별로 구분해보면 25~34세 근로자의 근로시간 감소율은 8.6%인데 반해 45~54세는 5.7%만 감소한 것으로 확인되어 일하는 방법의 개혁 효과가 젊은 세대에게 집중되었다.
흔히 MZ세대로 불리는 젊은 직장인들은 야근이 사라지고 일과 사생활의 구분이 명확해진 것에 비해 중년 관리자층은 옛날 업무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으로 이 같은 차이가 앞으로도 계속될 경우 새로운 사회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면서 일본 정부의 계산은 더욱 복잡해지기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