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원 기자 입력 : 2023.10.16 01:00 ㅣ 수정 : 2023.10.16 01:00
힘들고 빈약한 처우로 2030년에만 3만 명 이상 버스기사 부족 예상에 일본정부 외국인 투입카드 만지작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버스는 있지만 이를 운전할 운전기사가 부족해지면서 일본 전역에서 버스노선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비단 인구가 적은 지방뿐만 아니라 수도권 대도시에서도 감편과 폐지가 잇따르면서 서민들의 발마저 묶이고 있다.
일본버스협회가 버스 10대 이상을 보유한 전국의 버스회사 800여 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현재의 버스노선과 전세버스 수요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2030년이면 총 3만 6000명의 운전기사가 부족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후생노동성 역시 버스 운전기사의 평균연령이 작년 기준으로 53세를 기록해 향후 대량퇴직이 불가피하고 신규 채용만으로는 충원이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여기에 내년 4월부터 모든 운전기사들에 대한 잔업규제가 새롭게 적용될 예정이라 당장 8000여명의 버스기사가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트럭, 택시와 마찬가지로 버스 운전도 소위 말하는 3D 직종으로 분류되는데다 대우 역시 좋은 편은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신규 인력이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는 없다. 후생노동성 조사를 보면 버스 운전기사의 연봉은 평균 399만 엔으로 전체 근로자 평균보다 98만 엔이나 낮았고 버스에 앞서 트럭업계가 먼저 처우를 개선하면서 버스업계는 인력이 늘어나기는커녕 오히려 뺏기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른 영향은 전국 각지에서 발생하고 있다. 오사카 톤다바야시(富田林市)에서 버스노선을 운영 중인 곤고자동차(金剛自動車)는 승무원 부족과 승객 감소 등을 이유로 12월 20일부로 버스사업을 종료한다고 지난 달 11일 발표했다. 1937년에 설립되어 90년 가까이 지역 주민들의 발이 되어왔지만 코로나를 기점으로 인력감소와 수익성 악화에 무너지고 말았다.
홋카이도의 도호쿠버스(道北バス), 홋카이도키타미버스(北海道北見バス), 아칸버스(阿寒バス)는 기존에는 각자 운영하던 3개 노선을 이번 달부터 하나로 합쳐 공동 운영하기로 했다. 이로 인한 효과는 운전기사 한 명을 줄였다는 것뿐이지만 잔업과 휴일출근이 당연한 버스회사로서는 이마저도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카나가와에 위치한 버스회사 쥬오교통(中央交通)과 도큐버스(東急バス)는 수송인원을 두 배 가까이 늘려 113명까지 탈 수 있는 굴절버스를 내년부터 요코하마 시내 주요 노선에 투입하여 인력부족에 대응할 예정이다. 코로나 기간에만 운전기사가 300명 넘게 줄었다는 쥬오교통 관계자는 굴절버스를 통해 운행편수는 줄이되 수송능력은 유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오사카메트로(大阪メトロ)는 2025년에 개최되는 국제박람회에 맞춰 자율주행버스를 도입할 수 있도록 운행실험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들에도 불구하고 결국 운전기사 부족현상이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외국인노동자를 본격적으로 활동해야 한다는 것이 버스업계의 판단이다.
일본버스협회의 시미즈 이치로(清水一郎) 회장은 정부와 연계하여 외국인 운전기사의 활용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국토교통성도 외국인의 특정기능비자 발급대상으로 버스를 포함한 자동차 운송업을 올해 안에 추가하는 방침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편의점에 가면 외국인 점원이 맞이해주는 것이 어느새 당연한 일상이 되어버린 것처럼 외국인이 운전하는 버스와 택시를 타는 날도 머지않아 현실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