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원 기자 입력 : 2023.09.15 13:44 ㅣ 수정 : 2023.09.15 13:44
합격자들의 중도이탈 방지를 위해 안부전화, 부모님 초대, 재직자 소개 등 동원 가능한 모든 방법 활용하는 기업들 증가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일본의 취업포털사이트 리크루트는 내년 봄에 졸업하는 대학교 4학년생들의 취업합격률이 9월 1일 시점으로 91.5%를 기록했다고 지난 5일 발표했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부터 경제가 회복되는 와중에 만성적인 인력부족이 다시금 발목을 잡으면서 취준생 한 명이 복수의 기업들로부터 합격통보를 받고 입사할 곳을 저울질하는 경우가 매우 흔해졌다.
리크루트 취직미래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 봄에 입사한 신입사원들은 취준생이었던 작년 12월 기준으로 한 명당 평균 2.45곳의 기업으로부터 합격통보를 받았고 전체 합격자 중 65.8%가 합격을 하고도 입사를 포기한 회사가 한 곳 이상 있었다고 답했는데 이 숫자들은 올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때문에 대부분의 취준생들이 합격통보를 받은 9월부터는 이들을 내년 4월 입사식까지 붙잡아두기 위한 기업들의 눈물겨운 노력들이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한 예로 아이치현(愛知県)에 위치한 주식회사 메모리(メモリー)는 합격자와 이들의 부모님을 모두 초청한 하루짜리 설명회를 2019년부터 해마다 개최하고 있다. 설명회에서는 기업 안내와 사무실 견학은 물론이고 회사 주변을 버스로 순회하면서 입사 후의 생활환경에 대한 이해까지 돕고 있다.
설명회장 테이블에 앉은 가족 곁에는 젊은 재직자들이 한 명씩 동석해서 업무와 생활 등에 대한 보호자들의 다양한 질문들에 답변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노력들에 힘입어 메모리의 입사지원자는 연간 수십 명 정도에서 올해는 약 7000명까지 급증하였다고 한다.
1930년에 설립된 고치은행(高知銀行)은 합격자들 간에 다양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하고 있다. 기존에는 10월 내정식 후에 합격자들의 자기소개나 회사로부터의 사무연락 등을 위해 활용해왔지만 작년부터 사용 시기를 앞당겨 합격시점부터 사용토록 하고 있다.
예전이라면 입사경쟁률도 높았고 합격자들의 중도이탈 우려도 없었지만 최근 10년 사이 지방은행에 대한 이미지가 급격히 나빠지면서 합격자들과의 의사소통 필요성이 증가했다는 고치은행 관계자는 합격 단계에서 행원이라는 자각을 심어주고 합격자 간의 교류를 활성화하여 소속감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합격자들을 붙잡기 위한 노력은 비단 지방 중소기업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한국담배인삼공사(KT&G)와 같은 글로벌 담배기업 일본담배산업(JT)은 인사담당자가 합격자 개개인에게 격주로 전화나 온라인회의를 통해 안부를 묻고 궁금증이 있다면 1:1로 재직자를 연결하여 해소해주는 관리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JT의 채용담당자는 ‘입사 전에는 서로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다 보니 입사 후에 체감하는 현실과의 격차를 끝내 받아들이지 못하고 퇴사하는 경우들이 있다’면서 면밀한 합격자 관리를 통해 입사 전에 회사와 업무에 대한 이해를 높여놓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입사식에 신입사원들이 한 명도 나타나지 않는 악몽을 꾸었다’는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의 우스갯소리처럼 합격자들을 입사식까지 붙잡아 두기 위한 일본 기업들의 노력과 스트레스는 앞으로 반 년 이상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