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곽노정 호(號), 창립 40돌 맞아 ‘스페셜티 메모리 시대’ 활짝 연다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SK하이닉스가 창립 40돌을 맞았다. SK하이닉스는 1983년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현대전자산업'이라는 이름으로 설립해 반도체 제조·판매기업으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현대전자산업은 지난 40여년간 파란만장한 역사를 써내려 왔다. 자칫 흑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도 있었지만 2012년 SK 품에 안겨 'SK하이닉스'라는 이름으로 바뀌며 SK그룹과 반도체 업계에 한 획을 긋고 있다. 시작은 그룹의 ‘미운 오리 새끼’였지만 이제는 '우아한 백조'로 거듭날 만큼 급성장을 일궈냈다.
그동안 국내 경제의 '효자'로 자리매김해온 반도체 산업이 최근 수 년간 이어지는 불황에 휘청거리면서 SK하이닉스는 위기에 봉착해 있다.
그러나 SK하이닉스는 눈앞의 성과 보다는 앞으로 40년, 그 이상을 내다보고 AI(인공지능) 시대를 이끄는 '스페셜티 메모리 반도체 기업'으로 혁신을 거듭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어 주목된다.
■ SK 편입 이후 최대 위기 맞아 '고부가가치·고성능 제품'으로 승부
한국 반도체 업계는 지난해부터 그야말로 최악의 보릿고개를 걷고 있다.
11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발표한 ‘한·미·일 업종별 대표 기업 경영실적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반도체 업체의 전년 대비 평균 매출액 증가율은 △2022년 5.9% △2023년 상반기 –36.2%를 기록했다. 평균 영업이익률은 2023년 상반기 기준 –24.8%로 집계됐다.
SK하이닉스도 예외는 아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영업손실률이 전년동기 대비 67%에 이른다.
4분기에 접어든 현재 시점에서도 반도체 업계 불황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개발에 필수인 고(高)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가치·고성능 제품을 중심으로‘새로운 반도체 신화’ 준비하며 올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반도체 불황 터널'을 벗어날 태세다.
이에 대해 교보증권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 D램) 영업이익이 441억원으로 올해 1·2분기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설 전망”이라며 “특히 HBM 등 수요가 강한 고부가 프리미엄 제품 확대에 따른 매출 믹스 개선이 평균 판매단가 상승의 가장 주요한 원인"이라고 풀이했다.
이는 SK하이닉스가 올해 하반기 고부가가치 반도체 산업에 속도를 내 2024년 신제품인 'HBM3E' 등 선제적인 대응으로 제품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얘기다.
키움증권도 “3분기 HBM 등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 효과가 반영돼 SK하이닉스는 평균 판매단가가 직전 분기 대비 7%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며 “수익성도 크게 개선돼 3개 분기 만에 영업흑자로 돌아서는 데 성공할 것”이라고 점쳤다.
■ 곽노정 대표 ‘이·청·용 삼각축’ 으로 스페셜티 메모리 반도체 기업으로 탈바꿈
곽노정(58 ·사진)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창립 40주년을 기념해 10일 막을 연 ‘SK하이닉스 창립 40주년 특별대담’도 회사의 미래 전략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곽노정 대표는 SK하이닉스가 그동안 범용 제품(Commodity)으로 인식돼 왔던 메모리 반도체를 고객별 차별화된(Customized) 스페셜티(Specialty) 제품으로 혁신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메모리 사업은 DRAM(D램)과 NAND(낸드) 등으로 이뤄졌다. 이에 따라 두 반도체 기술을 개발한 후 빠르게 양산 체제를 갖춰 고객에게 제품을 대량 공급하는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로 운영됐다.
최근 메모리 솔루션 분야가 발전해 일부는 고객 맞춤형 기술 개발에 힘썼지만 여전히 산업 주류는 범용 제품이 차지했다.
하지만 챗GPT 등 생성형 AI 등장이 게임체인저(Game Changer)가 됐다. AI의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져 업계에서는 빅테크 기업의 AI 서비스가 차별화 시대를 맞을 것이라고 점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마다 자사가 지향하는 AI 서비스 형태가 다양해져 AI 학습을 진행하는 방식도 제각기 다르다"며 "이에 따라 회사가 요구하는 메모리 스펙도 다변화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HBM3를 세계 최초로 양산하고 세계 최고 사양 HBM3E도 개발하면서 AI 메모리 분야를 주도하고 있다.
HBM은 여러 개 D램 칩을 TSV(미세 구멍을 뚫어 수직으로 관통하는 전극으로 연결하는 방식) 공정을 통해 쌓아 올리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처리 속도가 혁신적이라고 할 만큼 크게 개선됐다.
대용량 정보를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HBM은 고도화할수록 처리해야 할 데이터 양과 속도가 방대한 AI 기능에 현존하는 최적의 D램이다.
실제 HBM 수요는 급증세를 나타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HBM 수요는 전년 대비 60% 증가한 2억9000만GB(기가바이트)로 예상된다. 2024년에는 30%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반도체 업계에서 HBM3 납품이 가능한 업체는 SK하이닉스뿐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5세대 제품 HBM3E 양산에 들어가 2026년부터 6세대 제품 HBM4를 양산한다는 야심찬 사업 청사진을 마련했다.
곽 대표는 이런 흐름에 맞춰 내년에 양산될 예정인 HBM3E 이후 초기 단계부터 AI 사업을 하는 고객과 긴밀하게 협업해 메모리 스펙을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반도체 설계 및 생산 방식은 물론 마케팅 등 산업 전반에 큰 변화가 뒤따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곽 대표는 “메모리는 계속 고객 요구에 발맞춰 차별화돼야 하고 이것이 우리 성장을 이끄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는 고객이 원하는 스페셜티를 먼저 파악해야 하고 이러한 변화가 우리에게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곽 대표는 SK하이닉스 미래의 중심이 될 ‘이·청·용(이천, 청주, 용인)’ 삼각축도 언급했다.
SK하이닉스는 기존 이천, 청주 사업장과 더불어 오는 2027년 용인에 클러스터 첫 번째 팹(Fab:반도체 공장)이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세 지역을 삼각축으로 지역별 생산 최적화 체제를 갖춰 사업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얘기다.
삼각축이 완성되면 SK하이닉스는 이·청·용을 기반으로 세계적인 반도체 메카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곽 대표는 “요즘 세대는 일하는 방식이 매우 합리적이며 자기 능력의 150% 그 이상을 발휘할 준비가 돼 있어 앞으로 40년이 밝다”며 “우리 모두 원팀, 원컴퍼니로 최고가 돼 왔다. 시장을 선도하며 존경받는 회사, 1등 회사가 되는 것이 우리의 방향”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