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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회장 ‘장기집권’은 옛말···DGB에 쏠린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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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일 기자
입력 : 2023.10.10 07:33 ㅣ 수정 : 2023.10.10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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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DGB금융지주]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DGB금융지주가 본격적인 승계 작업에 돌입하면서 차기 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초 금융권에선 김태오 현 회장의 3연임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금융당국이 사실상 제동을 걸었다. 올해 들어 주요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가 줄줄이 교체된 가운데 DGB금융 차기 회장도 바뀔 경우 사실상 금융권 ‘장기집권’ 시대는 막을 내릴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지난달 25일 차기 회장 선임 작업에 돌입했다. 김태오 회장의 임기가 내년 3월 종료되는 만큼 회사 내부 규정에 따라 6개월 전부터 경영 승계를 개시해야 한다.

 

DGB금융은 ‘내·외부 후보군 확정→롱리스트(1차 후보군) 선정→숏리스트(2차 후보군) 선정→숏리스트 평가 프로그램 실시→최종 후보자 추천’의 과정으로 승계 작업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최종 후보자는 올 연말에서 내년 초쯤 결정될 전망이다. 

 

금융권 관심사는 김태오 회장의 연임 도전 여부다. 1978년 외환은행에 입행한 김태오 회장은 하나은행 부행장, 하나금융지주 부사장, 하나생명 대표이사 사장 등을 거친 뒤 2018년 5월 DGB금융 회장에 취임했다. 이후 2020년 한 차례 연임에 성공했다. 

 

김태오 회장 취임 이후 DGB금융은 하이투자증권 인수로 종합 금융지주 체제를 만들었고, 금융권 최초 CEO 육성 프로그램 도입으로 지배구조 선진화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간 순이익도 2019년 2810억원, 2020년 3422억원, 2021년 5031억원, 2022년 4016억원으로 양호한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김 회장이 ‘나이’다. DGB금융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를 보면 지배구조내부규범 15조(이사의 임기)에 ‘회장은 만 67세가 초과되면 선임 또는 재선임 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1954년생인 김 회장은 현재 만 68세다. 

 

김태오 회장이 연임을 시도하려면 내부규범을 바꿔야 하는데, DGB금융 이사회 재적 인원 8명 중 과반이 출석하고, 과반이 동의해야 한다. 다만 그동안 유지돼 왔던 내부규범을 승계 절차에 맞춰 바꾸면 ‘셀프 연임’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금융당국도 김태오 회장 연임에 부정적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현 회장이 연임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바꾼다는 건 축구 시작하고 중간에 룰을 바꾸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금융권에서 제기돼 온 DGB금융의 내부규범 변경 가능성을 조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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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행 지주회장 간담회에서 DGB금융지주 김태오 회장(왼쪽)과 NH 김익수 부사장이 김주현 금융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3.7.5. [사진=연합뉴스]

 

그동안 국내 금융지주는 회장의 경영 성과만 인정되면 연임에 큰 무리가 없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세대 교체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금융당국이 특정 인물의 장기 집권 같은 지배구조를 연일 문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신한금융지주는 조용병 전 회장의 3연임이 유력하게 점쳐졌으나 진옥동 현 회장으로 교체됐고, 우리금융지주도 손태승 전 회장이 3연임 도전을 포기하고 물러났다. 손병환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도 연임에 실패했다. KB금융지주의 경우 윤종규 현 회장이 3연임 끝에 내달 용퇴한다. 

 

지방 금융지주 중에선 BNK금융의 김지완 전 회장(2017~2022년)이 물러나고 올해 빈대인 현 회장이 취임했다.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연임해 아직 임기가 남아있다. DGB금융은 내년 초 회장의 연임과 교체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현재까지 기류를 봤을 때 김태오 회장의 연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금융권 시각이다. 금융당국이 부정적 입장을 명확히 한 상황에 갈등 기류를 이어가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DGB금융은 DGB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라는 중요한 경영 과제도 안고 있다. 

 

올해 들어 본격화한 금융지주 회장 물갈이에 이어 내년 초 김태오 회장까지 물러날 경우 금융권의 장기 집권 문화도 사실상 막을 내릴 것이란 관측이다. 일각에선 너무 잦은 회장 교체는 경영 연속성을 떨어뜨릴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한 금융지주사의 관계자는 “만약 한 번의 임기만 하고 물러나야 하는 분위기가 굳혀지면 아무래도 단기 실적이나 성과를 만드는데 집중할 수밖에 없다”며 “인수합병(M&A)나 글로벌 사업 같이 긴 호흡을 가지고 추진해야 하는 현안도 많은데 충분한 기간을 확보하지 못하면 동력이 약해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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