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삼영 연세대 교수 "중기 승계 비율 3% 불과 ...상속세 등 제도적 지원 필요"
[뉴스투데이=모도원 기자] 정삼영 연세대학교 정보대학원 교수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거버넌스와 한국형 소유집중경영체제의 경쟁력과 과제’를 주제로 열린 ‘2023 대한민국 지속가능경영 컨퍼런스’에서 종합토론 사회를 맡았다.
이날 컨퍼런스의 종합토론은 정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가운데, 앞서 주제발표에 나선 △원종현 국민연금기금운영위 투자정책전문위원장 △김우진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유정주 한경협 기업제도팀장 △이종재 공공가치 연구소 대표 등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정 교수는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한국의 기업 문화에 대한 참여자들의 생각을 물었다.
정 교수는 “기업 경영권, 승계 재벌로 대표되는 우리나라의 특유한 기업 문화 장단점에 대해서 각가 가지고 계신 입장을 먼저 말씀해 주셨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이종재 대표는 ESG의 거버넌스는 많은 분야로 나뉘지만, 거버넌스란 용어 하나로 다뤄지는 현상을 지적하며 이날 컨퍼런스 자리에서 다양한 접근이 이뤄지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유정주 팀장은 오너 기업과 比오너 기업의 전문경영인 체제를 양단해서만 볼 수 없으며, 경영인이 어떤 판단을 하느냐에 따라서 오너 기업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구분 자체는 무의미한 시대에 들어왔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정 교수는 “사실 이번 컨퍼런스에서 거버넌스란 주제에 대해 대립하는 의견이 나오면서 열띤 논쟁을 벌여주길 바랐지만, 지금은 한쪽으로 편향된 분위기인 것 같다. 이게 자연스러운 현상인가라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우진 교수는 기업을 오너 기업과 비(比)오너 기업으로만 구분 짓지 말아야 한다는 이 대표의 의견은 논쟁의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지배주주가 최종적으로 개인이냐 아니냐는 중요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기업의 상장폐지 실질심사를 할 때 거래소에서 그 기업을 살려줄지 말지 보는 기준 중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경영권이 안정돼 있느냐다”라며 “결국 한국에선 지배주주가 없으면 안정적인 경영이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삼영 교수는 다음의 화두로 ESG에 대한 금융기업과 비금융기업의 접근법을 꼽았다.
정 교수는 “금융기업과 비금융기업은 ESG에 대해 다른 움직임을 보인다”라며 “ESG를 평가하는 방법도 다르고 투명성이나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금융기업들은 오너가 강력하게 드라이브하는 측면이 강한 것 같은데 이런 현상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씀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이에 이종재 대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됐던 이유는 수익에만 치중했던 때의 폐혜를 기업들이 어느정도 책임져야하지 않겠냐는 의견이 대두되면서다”라며 “여기에 더해 2020년부터 ESG가 본격화되며 금융권의 목소리가 커졌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투자사나 자산운용사에서 투자자를 앞세워 기업들에 승계 문제와 같은 다양한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ESG의 전반적인 흐름이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돌아갔다”라며 “이런 배경이 금융기업과 비금융기업들의 또 다른 출발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라고 설명했다.
그 다음 토론 내용으로 정 교수는 국민연금의 거버넌스 형태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질문했다.
정 교수는 “국민연금은 다른 기업들의 거버넌스를 들여다보는데 다른 기업을 평가하기 전에 국민연금의 거버넌스가 뭔지 묻고 싶다”라며 “국민연금이 가진 거버넌스는 장기투자 관점에서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형태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원종현 투자정책전문위원장은 “일단 저희 국민연금은 법인이 공공법인으로 절대 이윤을 내면 안된다”라며“다만 질문의 의도를 보자면 국민연금의 수탁자 책임 활동을 얼마나 잘 수행하고 있느냐를 돌려서 질문하신 걸로 이해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민연금이 기업을 평가할 때 보는 건 기업의 독립적 경영, 기업의 지속가능성 등인데 좀 더 솔직하게 얘기하면 그래서 이게 주가를 올리는데 도움이 되는거야 아니야 등이다”라며 “그래서 국민연금이 투자할 때도 이사 선임에 의결권 찬반했을 때도 주가가 조금이라도 하락할 만한 요인을 없애자라는 부분으로 통일화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마지막 화두로 중소기업의 경영 승계 문제를 던졌다.
정 교수는 “대기업들의 문제도 문제지만 중소기업의 승계가 유연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말씀을 들으며 놀랐다”라며 “지금 전체 중소기업 중에서 최종 승계된 게 3% 정도밖에 안된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여기에 대해 짚어주신 원인 중 하나가 상속세 문제, 또 하나가 부의 대물림을 지탄하는 시선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사모펀드에겐 1980년대가 르네상스 시대다”라며 “중소기업들이 IPO 가기 전에 삼삼오오 모여 실리콘밸리를 생성할 때인데 당시 그 기업들이 재무적인 어려움을 겪을 때 사모펀드들이 접근해 그들의 지분을 인수하고 쪼개 팔기 시작하니 많은 기술들이 중국으로 넘어갔었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중에서야 미국이 그 폐단을 파악하고 새로운 법안을 만들어 이를 막자 사모펀드들이 다시 친기업적인 제스처를 취했다는 유명한 일화들이 있다”라며 “우리나라도 사모펀드가 굉장히 활성화돼 있는데 이런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도록 상속세 문제나 관련 법적 제도를 만들어서 중소기업의 승계를 도와야하지 않나 싶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