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조달금리 인상에 금리인하 압박까지 '이중고' 시름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업황 부진으로 상반기 실적이 감소한 카드업계가 하반기에도 수익 감소가 불가피해 보인다. 장기카드대출(카드론)‧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리볼빙) 금리 공시가 시행돼 금리인하 경쟁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18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달 20일부터 여신금융협회 신용카드상품 공시 시스템을 통해 카드사별 카드론‧리볼빙 금리를 비교‧분석할 수 있도록 했다. 카드론과 단기카드대출(현금서비스), 리볼빙의 경우 은행 등 다른 업권의 대출상품에 비해 금리가 높기 때문에 다양하고 적시성 있는 금리정보를 제공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자율적인 금리경쟁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금리 세부내역의 공시 기준을 '표준등급'에서 '신용점수'로 변경하고, '금리 상세보기' 공시에 카드사들의 주요 조달 수단인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금리 항목을 추가한다. 조달금리 대비 상품금리를 비교할 수 있도록 해 카드사들의 금리인하 경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또 리볼빙 수수료율도 할인 전 수수료율과 마케팅 할인 수수료율 등을 공시하도록 하고, 공시 대상에 신용점수 700점 이하 저신용자에 대한 평균금리를 포함했다.
이 밖에 카드론 매월 20일, 현금서비스 매 분기 말일, 리볼빙 매월 말일로 돼 있는 금리 공시주기를 매월 20일로 통일해 소비자가 최신의 금리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과거 시점의 금리자료를 공시하도록 해 금리 수준차이와 변동 추이 등을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소비자의 합리적인 상품 선택 및 카드사별 금리 경쟁 유도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공시항목의 적합성 등을 계속 점검하고 미흡한 부분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카드업계는 수익성이 악화된 가운데 금리인하 경쟁에 나서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내 전업카드사 8곳(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조4169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12.85% 감소했다. 조달비용 증가, 연체율 상승 등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순익이 감소한 것이다.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리볼빙 금리는 더욱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여전채 금리가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14일 기준 여전채 AA+ 등급 3년물 금리는 4.557%로 전월 16일 4.412%와 비교해 0.145%포인트(p) 상승했다. 두 달 전인 7월 14일 4.305%와 비교하면 0.252%p나 올랐다. 조달금리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금리인하 경쟁이 이뤄지면 수익은 더욱 나빠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가맹점 수수료율이 지속적으로 인하되면서 본업인 신용판매 부문에서 수익을 내기 어려운 가운데 대출상품이나 리볼빙을 통해 수익을 내는 상황이어서 인하 경쟁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조달금리가 높은 상황에서 금리를 마냥 내리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다"면서 "카드론 금리에는 조달금리뿐 아니라 대손충당금, 운영비용 등 다양한 요소가 반영되는데 연체율도 높은 상황에서 금리를 낮추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국이 나서서 금리 인하 경쟁을 유도하는 만큼 카드사 입장에서는 눈치를 보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금리인하 경쟁이 시작되면 고객에게 제공하는 혜택이 줄어들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수익성 방어를 위해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카드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이미 많은 카드사들이 이른바 '혜자카드'를 단종하고 무이자 할부 기간을 축소하는 등 고객에게 제공하는 혜택을 축소했는데, 금리 인하로 수익이 줄어들면 결국 고객 혜택이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면서 "가맹점 수수료율이 오르지 않는 한 수익을 낼 수 있는 곳은 대출상품 정도인데, 출혈을 감수하면서 금리인하 경쟁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