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증권사, 올해 상반기 실적…충당금 따라 '희비'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증권업계 2분기 실적 발표가 이어지는 가운데, 금융지주를 둔 증권사 4곳(NH투자·신한투자·KB·하나)의 상반기 실적 ‘희비’가 엇갈렸다.
차액결제거래(CFD) 미수금·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손실 대비를 위해 쌓은 대손충당금 규모에 따라 증권사의 상반기 실적을 가르는 핵심 요소가 됐다.
충당금은 회계상 비용으로 처리돼 충당금이 늘어나면 비용이 증가해 수익성이 악화된다. 지난 4월 CFD발 하한가 사태 여파로 관련 리스크에 노출된 증권사들은 CFD 미수금을 돌려받지 못할 것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상황이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2496억원으로 1년 전(1861억원) 같은 기간보다 37.1% 늘었다. 이는 주식 거래대금 증가로 수탁수수료가 증가한 데다, 운용수익 부문은 흑자 전환한 덕분이다.
KB증권은 상반기 영업이익에서도 4583억원을 달성해, 전년 동기(2365억원) 대비 93.77% 증가했다. 채권발행시장(DCM)과 주식발행시장(ECM) 등 전통적인 기업금융(IB) 부문에서 정상권을 지켜냈다.
KB증권의 상반기 충당금은 211억원으로, 전년 동기 455억원보다 규모가 줄어 들었다. 충당금 리스크 대비에 성공하면서 실적 타격이 덜했다.
신한투자증권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241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9% 올랐다. IB 관련 수수료 감소 속에서도 올 1분기 시장금리 하락 영향에 자기매매 부문 수익이 늘어났다.
신한투자증권의 대손상각비는 30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55.8% 증가했다. CFD 관련 대손비용이 늘었다. 2021~2022년 라임 펀드 등 사적화해가 마무리되며, 올해는 추가적인 비용 발생이 현저히 줄어 손익이 정상화됐다.
NH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 순이익 366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2219억원) 대비 65.3% 증가했다. 상반기 영업이익도 4719억원으로 전년 동기(3159억원)보다 49.4% 늘었다.
국내 시장거래대금 증가에 따라 브로커리지 수수료가 개선된 영향이다. 또 지속적인 디지털 채널 강화 전략을 통해 디지털 자산 및 시장점유율이 확대됐다. NH투자증권은 CFD·부동산 PF 관련 충당금 부담이 타사 대비 크지 않은 것으로 나왔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NH투자증권은 위기관리가 빛을 발휘한 분기였다"며 "부동산 PF 관련 충당금이 200억원, CFD 관련 충당금이 100억원에 달하는 등 충당금 규모가 크지 않았던 점이 실적 호조를 견인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하나증권은 유일하게 실적이 밀렸다. 하나증권의 당기순이익은 346억원으로, 전년 상반기(1383억원)보다 75.0% 쪼그라들었다. 상반기 매출은 오히려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해 4318억원을 기록했지만, 대손충당금이 순이익 급감에 영향을 줬다.
하나증권의 상반기 충당금은 1051억원이다. CFD 충당금 518억원 등 2분기에만 충당금으로 832억원을 쌓았다. 1분기 증권사 중 대손충당금을 가장 많이 늘린 한국투자증권이 한 분기 추가한 충당금 규모가 333억원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적지 않은 규모다.
하나증권의 올 3월 말 기준 CFD 거래 잔액은 3400억원으로 교보증권과 키움증권, 삼성증권에 이어 네 번째로 많았다. 이 외 증권사들의 올해 상반기 실적 역시 충당금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보고서에서 "하나증권은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익스포저 양적 부담과 해외 익스포저 비중이 초대형 증권사 평균 대비 높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증권사들의 하반기 실적 전망도 우려된다. 증권사들은 하반기에도 해외부동산 펀드 부실 우려로 충당금을 더 확보해야 할 상황이 올 수 있는 만큼, 불확실성이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CFD 사태로 발생한 미수채권 관련 충당금 적립, 투자상품의 손상차손 및 유가증권 평가손실 가능성 등이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대손 비용 발생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실물경기 둔화와 해외상업용부동산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부동산 PF 및 해외투자건 추가 부실화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