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의 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RE100으로 타격 입을 가능성.. 업체 노력과 함께 정부 지원 필수
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입력 : 2023.07.31 00:30 ㅣ 수정 : 2023.07.31 00:30
[기사요약] RE100으로 재생에너지 부족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경쟁력에 타격 줄 가능성 RE100 달성 목표 연도 2050년인 TSMC도 한국 업체와 마찬가지 상황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및 TSMC 모두 서구 업체 대비 RE100 달성 목표 연도 20년 지체 관련 선진 업체의 투자처 결정에 에너지 조달이 필수적 기준 재생에너지 조달 위해 정부의 정책적 지원 필요
[뉴스투데이=곽대종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뉴스투데이는 삼성전자의 RE100 선언과 관련하여 이미 지난해 말 기사를 보도한 바 있다(뉴스투데이 2022년 10월 10일자 기사 참조).
이 기사에서 삼성전자의 이러한 노력은 국내 재생에너지 설비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에너지 전환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미흡할 경우 해당 업체의 노력만으로는 달성이 곤란함을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 미국의 블룸버그는 지난 7월 10일 보도를 통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수요업체들의 재생에너지 100% 사용 요구에 따라 향후 글로벌 경쟁력에 심대한 타격이 있을 수 있다고 다시금 강조하고 있다.
물론 이는 대만의 TSMC도 같은 상황이다. 한국과 대만의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모든 공정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을 감축하는 데 유럽과 미국에 비해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RE100 충족 조건에 따라 글로벌 경쟁력 타격 우려
부족한 국내 재생에너지 능력 및 확충 계획 때문에 국내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물론 대만 TSMC까지 RE100 달성 목표 연도가 유럽 및 미국의 경쟁 기업, 심지어는 여건이 유사한 일본의 기업에 비해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 이상 늦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및 TSMC의 RE100 달성 목표 연도는 모두 2050년으로 설정된 데 반해, 미국의 인텔과 독일의 인피니언은 2030년으로 설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본의 키옥시아 역시 2040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물론 삼성전자의 상황은 경쟁사 대비 조금은 양호한 상황인데 회사 전체적으로 재생에너지 사용비중이 2021년 기준 20.5%에 이르고 있으며 미국 및 중국 현지 설비는 100% 충족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실적은 2021년 기준 연간 전력소비량 면에서 TSMC의 18.1TWh의 1.43배인 25.8TWh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고무적인 것도 사실이다.
이에 비해 SK하이닉스는 상당히 지체된 상황으로서 2021년 기준 4%에 불과하며 대만의 TSMC 역시 해외 사업장은 삼성전자와 같이 100% 달성하고 있는데 반해 업체 전체적으로는 삼성전자의 절반 정도인 10.4%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등 글로벌 IT기업의 연간 재생에너지 사용 현황>
• 우리와 대만의 에너지 사용구조, 미국 및 유럽에 비해 낙후된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RE100은 업체 스스로 노력만으로는 달성하기가 근본적으로 곤란한데 이는 필연적으로 국가 에너지 사용구조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즉 아래 그림에서도 잘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와 대만의 경우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이 유럽 및 미국 대비 매우 낮기 때문이다.
2021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와 대만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은 8~9%에 머무르고 있는 반면, EU는 17%(역내 융통성을 고려한 수치로서 다른 기준으로는 2022년 22%), 미국은 21.5%에 달하고 있다.
특히 유럽은 러-우크라 사태에 따라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따라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을 급격히 늘려나가고 있다.
<주요 국가의 에너지 사용 비중 비교(2021년 기준)>
• 관련 업체의 투자유치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
이러한 RE100 달성 관련 부진한 상황은 국내 반도체 기업의 투자유치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반도체 첨단 식각장비의 글로벌 공급을 독점하고 있는 ASML의 임원 인터뷰에 따르면 투자처 선택에 있어 에너지 조달이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되므로 입지 선정 시 재생에너지 사용 가능 여부가 반드시 확인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평택을 중심으로 300조원 이상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도 용인 등지를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에는 ASML 등 핵심 글로벌 파트너 기업들의 유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등 국내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의 재생에너지 조달 어려움은 재생에너지 인증 관련 신뢰성이 낮다는 국내 여건에 따른 한계도 작용하고 있다.
대한상의가 최근 국내기업 100개사의 ESG 담당 임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63%가 국내 ESG 평가사가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지 않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국내 ESG 평가사 내 이해상충 발생 가능성이 우려된다는 응답비중은 85%에 달하였다. 특히 국내 ESG 평가사의 주요 문제점으로서 ‘평가체계 및 기준과 가중치의 미공개’도 지적되고 있다.
이는 독일 인피니언의 임원도 동의하는 사항으로서 EU나 미국과 달리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재생에너지 관련 인증서 통일이 곤란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참고로 이 회사는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을 유럽과 미국 공장에서는 100% 달성하였지만 아태 지역 공장에서는 미달하고 있다.
• 업체 자체 노력만으로는 RE100 달성 곤란하므로 정부 지원 필수
거듭 강조하는 바와 같이 RE100은 업체 자체의 노력만으로는 달성하기 곤란하다. 특히 재생에너지 조달에 있어 근본적인 한계가 있는 국내 여건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재생에너지 조달과 관련하여 국내 여건의 정비와 향후 비중 제고를 위한 정부의 가일층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 관련 인증의 투명성을 높이고 인증 획득에 필요한 시간 및 비용의 절감과 관련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 역시 절실하다고 하겠다.
무엇보다 미국의 대중국 견제의 일환으로 인플레 감축법(IRA) 및 반도체과학법 등을 통하여 미국이 삼성전자 등의 공장을 자국내로 적극 유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만의 TSMC가 양안 분쟁 발발 시 폭파될 수 있다는 지적이 미국에서도 공공연히 나오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반도체 관련 국내 핵심 공정의 유지 및 확대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마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평택 및 용인 등지에 관련 시설의 대폭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사실은 매우 다행스럽다. 따라서 이들 업체의 노력에 부응하여 재생에너지 확충 및 여건 정비를 위한 정부의 노력을 촉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