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소영 기자 입력 : 2023.07.27 05:00 ㅣ 수정 : 2023.07.27 05:00
SK하이닉스, 2분기 적자 2.9조…올 상반기 적자 6조원대 기록 AI 서버용 고사양 제품 판매 늘어 D램 전체 평균판매단가 1분기 대비 늘어 HBM3·DDR5 등 첨단제품 판매가 늘어 2분기 매출, 1분기 대비 44% 늘어 SK하이닉스, '현존 최고 D램' HBM3 대량 생산하는 유일한 업체로 등장 서버용 DDR5·고가 128GB DDR5제품 대부분 SK하이닉스가 쥐락펴락 낸드 5~10% 추가 감산…시장 성장 이끌 고용량 제품 생산과 투자는 늘려
SK하이닉스가 우려와 기대 속에 올해 2분기 경영성적표를 공개했다. SK하이닉스는 26일 공시와 컨퍼런스콜(전화 회의)을 통해 2분기 매출액이 7조3059억원, 영업손실이 2조8821억원, 순손실이 2조9879억원이라고 발표했다. 영업손실률과 순손실률은 각각 39%와 41%에 이른다.
반도체 업황 부진의 늪이 깊어지면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부터 3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게 됐다. 올해 1분기 영업손실 3조4023억원을 고려하면 올해 상반기에만 누적 적자가 6조원대를 나타낸 셈이다.
적자가 이어지고 있지만 SK하이닉스 내부는 희망의 빛줄기가 비춰지고 있다.
프리미엄 제품 판매 호조 덕분에 매출이 늘어 적자폭이 개선됐으며 향후 고부가 제품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에는 DRAM(D램)과 NAND(낸드) 판매량이 모두 증가했다. 특히 2분기 D램 평균판매가격(ASP, Average Selling Price)이 1분기에 비해 늘어난 것이 매출 증가에 크게 작용했다.
PC와 스마트폰 시장이 약세를 이어가며 DDR4 등 일반 D램 가격은 계속 떨어졌지만 AI(인공지능) 서버에 들어가는 높은 가격대의 고사양 제품 판매가 늘어 D램 전체 평균판매단가가 1분기 대비 증가했다.
또한 전사적인 비용 절감 노력 덕분에 재고평가손실이 감소해 영업손실폭을 줄일 수 있었다는 게 SK하이닉스 측 설명이다. 실제 SK하이닉스 1분기 영업손실률은 67%로 39%를 기록한 2분기와 큰 차이를 보인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챗GPT를 중심으로 한 생성형 AI 시장이 확대되면서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급증했다”며 “이에 따라 HBM3와 DDR5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가격이 증가해 2분기 매출은 1분기 대비 44% 커지고 영업손실은 15% 감소했다”고 밝혔다.
AI용 메모리 ‘HBM3’와 고성능 D램 ‘DDR5의’ 수요 확대는 SK하이닉스에 매우 유리하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0% △삼성전자 40% △마이크론 10% 수준으로 SK하이닉스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현존 최고 성능 D램'으로 평가받는 HBM3을 대량 생산하는 곳은 글로벌 메모리 기업 가운데 SK하이닉스가 유일하다.
게다가 SK하이닉스는 지난 4월 세계 최초로 D램 단품 칩 12개를 수직 적층해 현존 최고 용량인 24기가바이트(GB)를 구현한 HBM3 신제품을 개발하는 등 HBM 시장을 빠르게 주도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HBM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이다. 박명수 SK하이닉스 D램 마케팅담당 부사장은 컨퍼런스콜을 통해 “HBM은 제품 완성도와 양산 품질, 필드 품질 등을 종합하면 가장 앞서 나가는 제품”이라며 “2년 간격으로 제품 라이프 사이클이 빠르게 움직이는 점을 감안할 때 오는 2026년부터 HBM4 세대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DDR5도 비슷한 상황이다. 아직은 서버용 D램 시장에서 DDR4 비중이 높지만 DDR5이 급성장할 것으로 점쳐진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D램 시장에서 DDR5 점유율은 12%로 3%를 기록한 지난해보다 약 4배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DDR5 점유율은 내년에는 27%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시판되는 서버용 DDR5 상당수가 SK하이닉스 제품이고 특히 고가의 128GB DDR5는 사실상 SK하이닉스가 독점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서버용 D램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주요 수입원이니 만큼 DDR5 수요의 가파른 증가는 SK하이닉스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풀이된다.
박명수 부사장은 “DDR4는 생산량을 줄이고 DDR5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며 “전체 시장 흐름보다 2분기 정도 앞서서 제품 믹스 전략을 펼쳐 경쟁우위를 지키고 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올해 하반기에도 AI 메모리 수요가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진단했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에 AI용 고용량·고성능 제품 수요에 맞서 제품 확보에 나섰다.
SK하이닉스는 올해 하반기 고성능 프리미엄 제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하고 HBM3와 DDR5 매출 비중은 20%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HBM3와 DDR5, LPDDR5, 176단 낸드 기반 SSD를 중심으로 판매를 늘려 실적 개선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뒷받침하듯 이날 SK하이닉스는 업계 감산 효과도 뚜렷해질 것으로 판단해 재고 상황에 따라 제품별 양산 규모를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투자 축소 기조도 계속 유지한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10나노급 5세대(1b) D램과 238단 낸드의 초기 양산 수율(완성품 가운데 합격품 비율)과 품질을 개선해 다가올 업턴(Upturn: 업황 개선)때 양산 비중을 늘릴 방침이다. 반면 D램에 비해 낸드의 재고 감소 속도가 더뎌 낸드 제품 감산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낸드 재고 수준이 D램 보다 높고 수익성이 나쁜 상황이기 때문에 현재 약 5~10% 수준의 추가 감산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김 부사장은 “전사 투자를 전년 대비 50% 이상 줄인다는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며 “다만 그동안 경영 효율화를 통해 확보한 재원으로 향후 시장 성장을 이끌 고용량 DDR5와 HBM3 생산능력을 늘리기 위한 투자는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SK하이닉스 내부뿐만 아니라 업계에서도 SK하이닉스가 예상보다 빠른 수익성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는 등 비관론보다 낙관론에 무게를 두고 있다.
남대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AI 서버 수요 확대, 엔비디아의 HBM 채용 확대 계획 등으로 SK하이닉스의 DDR5 및 HBM에 대한 기대감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며 “HBM3의 개발 속도가 경쟁업체와 비교해 빠른 편”이라고 분석했다.
남대종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올해 4분기, 마이크론은 내년 1분기부터 HBM3를 양산할 예정이므로 2024년에는 이들 업체와의 점유율 차이가 완화될 것”이라며 “향후 전체 실적이 개선되려면 수요 개선이 필수”라고 덧붙였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AI에 대한 업계 수혜는 현실이 되고 있고 현재 (AI용 메모리) HBM3 납품이 가능한 업체는 SK하이닉스뿐”이라며 “높은 성장성, TSV(메모리 칩을 적층해 대용량을 구현하는 기술)의 높은 난이도로 공급업체가 제한적인 점을 고려하면 수주형 비즈니스 또는 높은 프리미엄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고영민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AI가 고객사의 DDR5 전환 수요를 앞당기는 역할을 하는 가운데 128GB 제품은 SK하이닉스가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다”며 “SK하이닉스가 2024년까지 DDR5 시장점유율을 확실하게 1위를 지속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고영민 연구원은 HBM과 관련해 “AI 응용처는 챗봇(ChatBo)t 외에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자율주행, 핀테크, 헬스케어 등으로 확장 중”일아며 “HBM3은 SK하이닉스가 유일하게 양산하고 있고 엔비디아 H100에 단독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 연구원은 이어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올해는 +45%, 내년에는 +40% 매출 성장이 예상된다”며 “업황 반등 구간에서 가파른 이익 증가가 기대된다”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