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2분기 퇴직연금 적립금 전년比 21%↑…수익률 상위권도 '싹쓸이'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올해 2분기 증권사들의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1% 가까이 상승한 8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금융권 퇴직연금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증권사가 출시한 디폴트옵션 상품이 수익률 상위권에 자리하는 등 고수익을 노리는 고객층의 수요도 갈수록 커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제시되고 있다.
20일 금융감독원 퇴직연금포털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증권사들의 퇴직연금(DB·DC·IRP, 보장·비보장 포함) 적립금은 약 79조1534억원이다. 이는 전 분기(76조8838억원) 대비 2.95% 늘어난 수준이다.
증권사 퇴직연금 적립금은 지난해 2분기(65억5011억원)보다는 20.84%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은행(17.56%)이나 보험사(12.18%)들보다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전체 금융사 적립금 중 증권사가 차지하는 비중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2분기 전체 금융사 퇴직연금 적립금(345조8140억원) 중 증권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22.89%로, 전년 동기(22.14%) 대비 0.75%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은행은 0.30%포인트 상승했으며, 보험사는 1.05%포인트 하락했다.
증권사별 퇴직연금 적립금은 미래에셋증권이 21조7560억원을 기록해 유일한 20조원대를 기록하며 선두에 섰다. 전체 금융권 순위에서는 △삼성생명보험 △신한은행 △KB국민은행 △하나은행 △IBK기업은행 등에 이어 6위에 올랐다.
이어 현대차증권(15조9210억원)과 한국투자증권(11조5602억원), 삼성증권(10조6313억원) 등이 적립금 10조원을 웃돌았다. 해당 증권사들은 전체 금융업권 순위에서 각각 9위와 10위, 12위를 차지했다.
10조원 이상 증권사들은 전 분기에 이어 큰 변화가 없는 가운데, KB증권이 5조412억원을 기록해 NH투자증권(5조4615억원)과 비롯해 '5조클럽'에 가입했다.
증권사별 증가율로는 한화투자증권의 퇴직연금 적립금이 전년 동기 대비 60.65% 급증하면서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2위는 40.77% 증가한 KB증권이 차지했으며, 이어 △한국포스증권(31.10%) △삼성증권(29.61%) △한국투자증권(26.82%) △유안타증권(24.69%) △NH투자증권(22.07%) △신한투자증권(21.25%) △미래에셋증권(20.75%) 등의 증권사가 20% 이상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증권사들의 퇴직연금 적립금이 늘어나는 것은 지난 12일 본격적으로 시행된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의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디폴트옵션은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과 개인형퇴직연금(IRP)에서 가입자의 운용 지시가 없다면 회사와 근로자가 미리 설정한 방식으로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제도다.
올해 2분기 증권사 중 디폴트옵션 적립금이 가장 많았던 곳은 미래에셋증권으로 414억원을 기록했으며, 뒤이어 삼성증권(336억원)과 KB증권(92억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또 전체 금융업권 디폴트옵션 상품 중에서 증권사들이 연간 수익률 상위권을 기록하기도 했다.
삼성증권은 올해 2분기 말 퇴직연금 원리금 비보장 기준 DC형 부문의 최근 1년간 수익률이 각각 8.54%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체 금융업권에서 선두다.
삼성증권은 이 같은 성과의 배경으로 투자형에 강한 자산관리 역량을 꼽았다. 미국 성장주 중심 테크 종목부터 이차전지와 반도체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성장주 중심의 주식형 펀드, 채권 등의 비중을 확대한 투자전략이 퇴직연금 수익률에 플러스가 됐다는 것이다.
유정화 삼성증권 연금본부장은 "퇴직연금 수익률 관리를 위해 차별화된 서비스와 좋은 상품, 선진화 시스템 개발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연금 가입자 최고의 동반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뒤이어 같은 부문에서 현대차증권(8.21%)과 한화투자증권(8.01%)이 각각 2위와 3위에 자리했다. 8%대 수익률을 기록한 것은 이들 증권사 3곳뿐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퇴직연금이 그동안 안정성에 방점을 뒀다면, 최근 들어서는 공격적인 투자에 대한 니즈가 굉장히 크게 늘어난 상황"이라며 "고위험군 상품을 찾는다면 다른 금융업권보다는 증권사가 유리할 것이라는 소비자 인식이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