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우 기자 입력 : 2023.07.14 07:25 ㅣ 수정 : 2023.07.14 07:25
지난 12일부터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시행 상위 6대證, 디폴트옵션 ‘922.5억원’ 유입 아직 초저위험 위주…저·중·고 상품 ‘15%’ “증권사로 퇴직연금 자금 더 이동할 수도”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이달 본격 시행된 가운데, 증권사에 유입되는 퇴직연금 자금이 늘어나고 있다.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며 은행이나 보험사에서 증권사로 퇴직연금 상품을 옮기려는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자본총계 기준 상위 6대 대형증권사(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삼성·하나·KB)의 디폴트옵션 상품에 유입된 퇴직연금은 약 922억5000만원이다. 이는 지난 1분기(약 501억5000만원) 대비 약 84% 증가한 수준이다.
디폴트옵션은 근로자가 본인의 퇴직연금을 운용할 금융상품을 결정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지정한 운용 방법으로 적립금이 자동 운용되도록 하는 제도다. 지난해 7월 도입됐으나 상품 승인과 규약 변경, 전산망 구축 등에 필요한 기간을 고려해 1년간 유예기간을 뒀으며, 지난 12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해당 유예기간에 41개 사업자의 296개 상품이 출시됐다. 초저위험 상품이 41개로 가장 적었으며, △저위험 87개 △중위험 85개 △고위험 83개 등의 상품도 출시됐다.
현재 대형사들은 각종 예·적금 및 펀드 상품을 조합해 만든 포트폴리오 개념의 디폴트옵션 상품을 각 사별로 7~10개씩 판매 중이다. 다만 아직은 대부분 자금이 예·적금 위주의 초저위험 상품군에 유입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전체 퇴직연금 사업자의 디폴트옵션에 가입한 약 3000억원의 투자자 적립금 중 85%에 육박하는 2544억원은 초저위험 상품을 고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저위험 222억원 △중위험 153억원 △고위험 94억원 등 다른 위험군 상품은 비교적 적은 선택을 받았다.
하지만 추후 고수익을 원하는 근로자들의 퇴직연금 자금이 증권사들로 움직일 수도 있는 만큼, 저·중·고위험 상품이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디폴트옵션 제도는 안정성보다 수익률 제고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높은 실적의 배당형 상품 비중이 커질 수도 있다”며 “은행이나 보험업계보다 증권업계가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질 수 있어 그에 따른 자금이동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디폴트옵션이 제대로 정착된다면 국내 증시에도 추가적인 자금이 들어올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퇴직연금 시장 성장세와 확정기여(DC)형·개인형(IRP) 퇴직연금의 주식 비중 증가 등을 고려하면 내년 디폴트옵션 도입으로 타깃데이트펀드(TDF)나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을 통해 최대 25조원의 신규 자금이 국내 증시에 유입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시행 후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증권사의 경우 고위험 부문에서 상위권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어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