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공룡 월마트의 횡보가 눈길을 끄는 이유
‘알파고’의 바둑대결로 AI가 주목받게 되었듯이 2021년 3월 쿠팡의 뉴욕증권거래소 입성(86조원 시가총액 인정)은 일반 국민들의 물류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켰다. 더욱이 의아했던 점은 당시 쿠팡의 적자 규모가 4조원에 달했다는 점이다. 한편 쿠팡 상장 1년 전 ‘우아한형제들’의 배민을 독일계 DH(딜리버리 히어로)가 4조7500억원에 인수하는 사건도 있었다. 창고와 트럭으로 대변되던 3D업종 물류가 핫한 주목을 받게 된 다이나믹스(Dynamics, 역동성)는 과연 무엇이고, 그렇다면 미래에도 물류는 계속 주목받는 산업으로 남게 될까? 역동적인 물류의 미래를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김승한 (주)화물맨 부사장/경기대 겸직교수] 2023년 상반기를 지나면서 롯데와 신세계로 대표되던 레가시(legacy) 오프라인 유통공룡 중심의 유통시장은 신흥 이커머스 코끼리 ‘쿠팡’ 중심으로 재편되어 가는 분기점에 와 있는 것 같다.
쿠팡은 올해 1분기 7조3990억원이라는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하면서 이마트와 신세계를 합친 8조6988억원 실적을 가파르게 추격하고 있다. 3조5616억원의 롯데쇼핑과 비교하면 거의 2배 가까운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는 팬데믹이라는 빙하기가 가져다준 외부영향이 지대하였지만, 판도변화의 주원인은 상황변화에 대처하는 내부 노력의 차이가 더 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반면에 미국의 유통공룡 월마트는 이커미스 기업 아마존의 추격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굳건히 유통시장의 선두자리를 지키고 있을뿐더러 오히려 최근에도 꾸준하게 ‘자동화’, ‘ESG’와 같은 미래에 대한 투자를 착실히 진행하고 있다.
참고로 지난해 월마트의 유통부문 매출은 797조원으로, 아마존 매출 316조원의 2배를 넘는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주가 측면에서도 현재 6월 기준 월마트는 지난해 대비 27.98%가 증가해서 14.58% 증가한 아마존에 비해서도 상당히 앞선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아마존이 온라인 이커머스를 중심으로 승승장구 성장을 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글로벌 유통 최강자는 오프라인 유통업체 월마트이고, 시장은 월마트에 더 많은 발전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지표들이다.
• 4개의 ‘Next Generation' 풀필먼트센터 구축계획
지난해 6월 월마트는 향후 3년 동안 자동화, 머신러닝 및 로봇공학을 포함하는 4개의 새로운 첨단 주문 처리 센터를 건설하고 총 4천명 이상의 신규 근로자를 고용할 계획을 발표하였다.
월마트는 이들 4개의 대규모 풀필먼트 센터를 통해서 미국 인구의 75%를 대상으로 익일 또는 2일 배송을 제공할 역량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이들 4개의 새로운 하이테크 풀필먼트 센터는 현재 온라인 주문을 처리하기 위해 운용되고 있는 31개의 전자상거래 풀필먼트 센터와 4700개의 매장을 보완 혹은 대체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지난주 목요일(6월 15일)에 월마트는 인디애나폴리스 인근 인디애나 주 맥코즈빌(McCordsville)에 220만제곱피트 규모의 신규 하이테크 풀필먼트 센터를 개장하였다. 이는 지금까지 월마트가 보유한 가장 큰 주문 처리 센터이며 소매업체가 더 많은 주문을 더 빨리 처리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센터 내 운영은 자동화된 보관 시스템을 사용하여 제품을 수령하고 포장을 풀고 전문 ‘토트백’에 넣은 후 수백만개의 지정된 위치에 제품을 보관하는 방식이며, 고객이 상품을 구매하면 시스템이 자동으로 상품을 검색하여 맞춤형 상자를 생성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런 자동화설비 구축은 전통적으로 하루에 최대 10Km 이상을 걸어 수십만평방피트 공간에 펼쳐진 여러 층의 선반에서 품목을 선택하던 기존 방식 대비 상당한 효율 개선을 가능케 한다.
고용 관점에서 살펴보면 신규 맥코즈빌 풀필먼트 센터는 약 1천명의 직원을 고용할 예정이고, 약 절반은 이전에 인디애나 주 월마트의 Plainfield 유통 센터 근무인력들을 활용할 계획이며, 기존 필드 운용직원 이외에 제어기술자, 품질감사 분석가 및 공급망 관리자와 같은 새로운 기술 중심 직책의 직원을 고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 월마트의 ESG경영: Gigaton 프로젝트
2017년 월마트는 ‘Gigaton’ 프로젝트를 통해 2030년까지 공급망에서 10억톤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설정하였다.
이를 위해 공급업체와 협력하여 지속가능성 옵션으로 에너지, 폐기물, 포장, 교통수단, 삼림과 같은 자연유지, 제품 사용 및 디자인과 같은 총 6가지 영역을 정의, 이들 부문별로 공급업체 가이드 및 관리를 지속해 오고 있다.
그 결과 Gigaton 프로젝트 시작 이후 2022년 말 기준 누적 배출량 7억5천만톤을 줄이거나 방지함으로써 2030년 목표의 75%를 달성한 상태이다.
월마트가 Gigaton 참여 공급업체를 지원하고 장려하는 방법이 흥미롭다. 2022년 10월 시작한 Gigaton PPA(전력 구매 계약)의 경우 Schneider Electric과 협력하여 공급업체에 재생 가능 에너지에 대한 액세스를 허용하고 더 나은 에너지 구매 관련 교육을 제공한다.
이 프로그램은 공급업체가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재생 가능 에너지를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지속가능성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참여 공급업체를 위한 또 다른 혜택은 공급업체의 CDP(Carbon Disclosure Project: 탄소 정보공개 프로젝트) 점수에 근거한 청구서에 대한 ‘조기 지불(early payment)’ 정책이다.
이미 4500개 이상의 월마트 공급업체가 Gigaton 프로젝트에 서명하였을 정도로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이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것 외에도 Gigaton에 참여하면 공급업체가 시장에서 자신을 차별화할 뿐만 아니라, ESG 가치를 우선시하는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대기업이 생태계에 영향력을 유지하는 방법에 대한 새로운 관점의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