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다이나믹스(Dynamics) (37)] 쇼피파이의 ‘물류내재화’ 전략 실패가 주는 교훈
[기사요약]
5월 4일 쇼피파이의 물류부문 매각으로 기존 ‘물류내재화’ 전략 포기
쇼피파이는 플렉스포트의 13% 추가 지분확보로 ‘윈-윈’ 전략으로 수정
전략 선택은 경쟁자 ‘따라하기’가 아닌 자신 ‘돌아보기’가 먼저라는 교훈
‘알파고’의 바둑대결로 AI가 주목받게 되었듯이 2021년 3월 쿠팡의 뉴욕증권거래소 입성(86조원 시가총액 인정)은 일반 국민들의 물류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켰다. 더욱이 의아했던 점은 당시 쿠팡의 적자 규모가 4조원에 달했다는 점이다. 한편 쿠팡 상장 1년 전 ‘우아한형제들’의 배민을 독일계 DH(딜리버리 히어로)가 4조7500억원에 인수하는 사건도 있었다. 창고와 트럭으로 대변되던 3D업종 물류가 핫한 주목을 받게 된 다이나믹스(Dynamics, 역동성)는 과연 무엇이고, 그렇다면 미래에도 물류는 계속 주목받는 산업으로 남게 될까? 역동적인 물류의 미래를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김승한 (주)화물맨 부사장/경기대 겸직교수] 지난 5월 4일 캐나다 기반 온라인 유통 플랫폼 회사 쇼피파이(Shopify)의 물류부문 매각과 이에 따른 20% 수준의 인력감축 발표가 있었고, 이날 주가는 최종 주당 57.3달러로 마감하며, 24% 급등하는 일이 발생하였다.
참고로 쇼피파이는 현재 북미지역에서 아마존을 위협하는 경쟁자로 급격히 성장한 이커머스 회사로서, 지난 코로나 기간에 아마존과의 풀필먼트 서비스 경쟁을 위한 SFN(Shopify Fulfillment Network) 물류인프라 구축에 조 단위의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 바 있다.
(※비교하자면 국내 쿠팡 vs. 네이버 물류경쟁은 아마존 vs. 쇼피파이 간 물류경쟁의 데자뷰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의 본 시리즈 (27)편, "골리앗을 이긴 ‘다윗’의 비법(秘法): ‘생태계’와 ‘차별화’", (2022.12.23) 내용 참조)
채 1년이 안된 시점에서 과거 물류부분에 대한 조 단위 투자를 역으로 뒤집는 결정을 하고, 그 결정에 시장도 환호하는 현상을 보면서, 가장 현명한 전략은 급격한 경쟁자 ‘따라하기’가 아닌 자신에게 맞는 ‘fit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라는 당연한 진리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
• 코로나 시대 쇼피파이의 내재화 전략: 물류부문의 대규모 인수/투자
2022년 5월 쇼피파이는 떠오르는 풀필먼트 스타트업 딜리버(Deliverr)에 대한 21억달러 규모의 인수를 발표했다.
당시 아마존의 2일 이내 신속배송 서비스에 대응하기 위한 결정으로, 이를 통해 쇼피파이는 미국 내 95% 고객에 대한 2일 이내 배송이 가능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에 앞선 2022년 2월에는 디지털 포워딩 기업 플렉스포트(Flexport)의 시리즈E 투자(당시 80억달러 기업가치)에도 참여하였고, 과거 2019년에는 물류창고 자동화 설비기업인 6리버시스템즈(6 River Systems)를 4억5천만달러에 인수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대규모 투자의 배경에는 당시 경쟁자인 아마존, 월마트 등에 대한 ‘따라하기’가 존재했다. 이들은 이미 대고객 풀필먼트 서비스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는 상태에서 추가적인 대규모 투자가 지속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에 반해, 쇼피파이는 풀필먼트 서비스 역량 확보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빠른 속도의 상승곡선을 그리던 주가도 하락하는 경험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쇼피파이는 급격한 대규모 투자의 결과로, 표면적으로는 해외수입~창고보관~고객배송에 이르는 물품 공급 전 구간(End-to-End) 서비스 인프라를 단번에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즉, 글로벌 공급업체로부터의 국제운송/수입은 플렉스포트를 통해서 진행하고, 물류센터로의 운송과 창고보관 및 최종고객 배송은 딜리버가 담당하며, 풀필먼트 물류센터 내의 자동화 설비는 6리버시스템즈가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경쟁자들과 동일한, 심지어는 이를 뛰어넘는 풀필먼트 서비스 인프라를 단시간 내에 확보하게 되었던 것이다.
• 쇼피파이 물류 매각을 통한 ‘윈-윈’ 전략
지난 5월 4일 창립자 토비아스 뤼트케는 직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서 쇼피파이 물류(logistics)를 매각할 것이며, 이는 20%에 해당하는 물류분야 직원을 플렉스포트와 영국기업 Ocado에 넘기는 것을 의미하고, 이를 통해 쇼피파이를 더욱더 본 미션에 집중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화시키겠다는 발표를 하였다.
이번 매각으로 플렉스포트는 중국공장에서 미국 고객에 이르는 전 구간의 물류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졌고, 쇼피파이는 플렉스포트의 13% 지분을 추가로 확보함으로써 플렉스포트에 대한 통제력을 확대하는 이득을 얻었다. 반면에 Ocado 관련 매각조건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참고로 플렉스포트 CEO Dave Clark은 아마존에 1999년 합류한 이후 수백개의 물류센터와 글로벌 포장/분류센터 등을 빌드업하였고, 이를 통해 FedEx를 능가하는 아마존 물류를 완성하였으며, 지난해에 플렉스포트 CEO로 영입된 바 있다.
또한 CEO 영입 이후에 아마존 출신 물류임원과 AWS임원의 추가적인 영입이 이루어졌다.
사실 2022년 5월 쇼피파이의 2.5조원이 넘는 딜리버 인수 때부터 물류업 수행에 대한 비관론이 존재했고, 이유는 쇼피파이가 창고와 수배송 분야 경험이 일천했기 때문이었다. 인수발표 하루 만에 이루어진 14.9% 주가하락이 이를 반증한다.
결국 쇼피파이의 ‘물류내재화(內在化)’ 전략은 1년도 안돼 실패를 자인하는 형태로 완료되었지만, 플렉스포트와 Ocado와의 ‘윈-윈’ 파트너십은 오히려 시장에 나름의 기대감을 주고 있다.
자신의 물량이 많은 아마존의 ‘물류내재화’ 전략은 적절했지만, 자신의 물량이 적은 쇼피파이의 ‘물류내재화’ 전략은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내재화’로 표현되는 All or Nothing 전략과 ‘파트너십’으로 표현되는 Win-Win 전략 사이를 결정하는 것은 경쟁자 ‘따라하기’가 아닌 자신 ‘돌아보기’가 먼저라는 기본 명제를 다시금 깨닫게 한 사건이었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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