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빈 기자 입력 : 2023.06.06 12:53 ㅣ 수정 : 2023.06.06 12:53
삼성전자·SK·LG·롯데 등 주요 기업들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 공급망 불안 등 복합위기 대응 위한 전략 회의 개최
[뉴스투데이=임은빈 기자] 삼성전자·SK·LG·롯데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 미중 패권 갈등, 공급망 불안 등으로 인한 복합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경영전략 모색에 나서고 있다. 이들 기업은 잇따라 전략회의를 열어 엔데믹(endemic·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 전환 등 하반기 시장 변화에 따른 대책을 논의하고 미래 먹거리 확보 방안을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최악의 실적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전망되는 삼성전자의 움직임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1개월 이내 보고서를 낸 증권사 8곳의 컨센서스(실적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1467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98.96% 급감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처럼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지만 3분기부터는 빠르게 호전될 전망이다.
실적 반등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탄탄하다.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현재 3조6840억원으로 지난 3월 4조464억원, 4월 3조7092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도 지난 3월 5조5767억원, 4월 5조998억원, 5월 5조290억원 등이다. 삼성전자의 실적을 좌우하는 반도체 경기가 저점을 통과하고 있다는 게 시장의 판단인 것이다. 즉 글로벌 반도체 업황이 2분기에 저점을 찍고 3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반등을 확신하기 어렵고 여전히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 삼성전자, 20∼22일 DX 전략회의...가전·스마트폰 경쟁력 강화 방안 점검
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달 하순 글로벌 전략회의를 개최한다. 경영진과 해외법인장 등 주요 임직원이 온오프라인으로 한자리에 모여 사업 전략과 위기 대응에 머리를 맞댄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전략회의는 매년 6월과 12월 두 차례 국내외 임원급이 모여 사업 부문·지역별로 현안을 공유하고 영업 전략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자리다. 이재용 회장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회의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 추후 사업전략 등을 보고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한종희 부회장이 이끄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오는 20∼22일 전략회의를 열 예정이다. DX 부문은 VD(Visual Display)은 기존 CE(가전. Consumer Electronics)와 IM(모바일. IT & Mobile Communications) 부문을 통합해 새로 출범했다. 생활가전, 의료기기, MX, 네트워크 등의 사업부로 구성된다.
소비 침체로 극심한 부진을 겪는 가전 사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과 하반기 공개 예정인 갤럭시Z 폴드5·플립5 마케팅 전략 등이 집중 논의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가전 사업부는 작년 4분기에 7년 만의 적자를 냈으며, 올해 1분기 영업이익도 1900억원에 그쳤다. 이에 최근 북미와 유럽 등 해외 주요 7개 가전 법인에 본사 인력을 파견해 현장 지원에 나서는 등 경쟁력 제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갤럭시S23 판매 호조로 올해 1분기 실적 방어에 공을 세운 모바일경험(MX) 사업부는 하반기 전략 신제품의 공개행사(언팩)를 사상 처음으로 국내에서 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영희 글로벌마케팅실장(사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한국이 의미 있으니까"라며 국내 첫 언팩을 시사했다.
■ 삼성전자 DS부문은 20일 전략회의, 업황 개선에 따른 생산계획 조정과 AI반도체 시장의 리더 전략 모색
경계현 사장이 이끄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도 이달 20일 전략회의를 열 것으로 알려졌다.
수요 위축과 재고 조정 등의 여파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며 반도체 사업은 말 그대로 위기다.
이에 따라 DS 부문의 경영과제는 두 가지 정도로 압축된다. 첫째, 감산에 따른 업황 개선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D램과 낸드플래시등 메모리 반도체 생산량을 감산함으로써 반도체 공급량을 조절해왔다. 그 효과가 가시화된데 따른 생산계획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엔비디아발(發)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호재 등의 시장 전망을 토대로 초격차 기술 확보 등을 통한 미래 시장 선점 전략을 재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삼성전자가 기존의 메모리 반도체 시장 수급에 국한되지 않고 발상의 전환을 통해 신시장의 리더가 돼야 함을 의미한다.
삼성전자는 이달 27∼2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를 시작으로 한국(7월 4일), 독일 뮌헨, 일본 도쿄, 중국 등에서 '삼성 파운드리 포럼'을 열고 파운드리 사업의 로드맵과 신기술도 발표한다.
■ SK, 15일 확대경영회의...롯데도 7월 회의서 하반기 전략 모색
SK그룹은 오는 15일 경기도 이천의 SKMS연구소에서 '2023 확대경영회의'를 연다.
SK 확대경영회의는 8월 '이천포럼', 10월 'CEO 세미나'와 함께 SK그룹 최고 경영진이 모여 경영전략을 논의하는 연례회의 성격을 띠고 있다.
회의에는 최태원 회장과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장동현 SK㈜ 부회장 등이 참석해 상반기 경영 현황을 점검하고, 하반기 경영전략 수립에 나설 예정이다.
특히 그룹 미래 성장동력인 'BBC(배터리·바이오·반도체)'의 하나인 반도체가 극심한 불황에 빠진 만큼 이에 대한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SK그룹이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대한 논의도 중점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매년 7월 한국에서 글로벌 법인장 회의를 열어 권역별 전략과 글로벌 전체 전략을 점검하고 있다. 다만 올해 개최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은 이미 지난달 8일부터 계열사별로 순차적으로 상반기 전략보고회를 열고 미래 사업을 점검했다.
LG그룹은 매년 상반기에는 미래 전략을 논의하는 전략보고회를, 하반기에는 경영실적과 다음해 사업계획을 논의하는 사업보고회를 열고 있다.
구광모 회장 주재로 열린 이번 전략보고회는 LG전자와 LG화학 등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들이 참석해 고객과 시장 변화에 대한 분석, 미래 사업 포트폴리오 전략 등 중장기 전략 방향과 실행력 제고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은 오는 7월 하반기 경영 전략 모색을 위한 VCM(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 회의)을 연다.
신동빈 회장과 각 계열사 대표 등이 참석하는 VCM에서는 경제 위기 속 지속 성장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전략이 논의될 전망이다.
특히 코로나 상황이 엔데믹으로 전환된 만큼 이에 따른 국내외 경영환경 변화를 분석하고 향후 대응 방안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