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SK vs 현대차그룹, 2조5000억 규모 전기차 충전기시장 '각축전'

남지완 기자 입력 : 2023.06.03 05:00 ㅣ 수정 : 2023.06.03 18:45

SK시그넷, 충전 기술력 특화로 미국 이어 전세계 주요업체로 등극 추진
SK시그넷, 美 IRA에 맞서 텍사스州에 공장 설립해 6월부터 가동
현대차그룹, 전기차 인프라 보급 늘려 전기차 판매 증가 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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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SK일렉링크, 현대차그룹의 이피트, 롯데정보통신의 EVSIS(옛 중앙제어), 대영채비 등의 전기차 충전소 [사진=각 사 홈페이지]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2조5000억원대 전기자동차 충전기 시장을 잡아라'

 

SK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이 차세대 먹거리로 등장한 국내 전기차 충전기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각축전을 펼치고 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SK시그넷, SK네트웍스 등 계열사를 통해 전기차 충전기 개발 및 충전소 운영을 추진 중이다.

 

이에 질세라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전기차 충전소 브랜드 '이피트(E-pit)', 모빌리티(이동수단) 전자제어 솔루션 업체 현대케피코의 독자 전기차 충전기 등을 활용해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두 그룹이 이처럼 전기차 충전기 사업에 주력하는 데에는 향후 성장가능성이 큰 사업 영역이기 때문이다. 

 

IBK투자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충전기 사업 규모는 2022년 3000억원에서 오는 2030년 2조5000억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그러나 국내 전기차 충전기 사업 인프라는 아직 부족한 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에 충전기 19만4081기가 구축되어 있다. 관련 업체가 40여곳이나 존재하나 아직까지 명확하게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업체가 없는 상황이기에 인프라 확장 측면에서 미비한 상태라고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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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시그넷은 다양한 충전기 기술력을 기반으로 국내 대기업, 공공기관, 글로벌 기업까지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사진=뉴스투데이DB]

 

■ SK그룹, SK시그넷 제조 기술력 기반으로 韓·美서 충전소 운영 사업

 

SK그룹에서 전기차 충전기 제조 기술력을 집중 육성하는 곳은 SK시그넷이다.

 

SK시그넷은 올해 8월 경기도 부천시에 통합 연구개발(R&D) 센터 건설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전기차 충전기 특화 연구 및 테스트 환경 구축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SK시그넷의 이 같은 행보는 업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이 업체가 여러 사업과 함께 전기차 충전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전기차 충전 사업만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신정호 SK시그넷 대표는 “전기차 인프라 확대 지원 정책이 전세계적으로 펼쳐지면서 올해는 R&D 경쟁력 강화가 필수적인 시점”이라며 “SK시그넷은 신규 R&D 통합 센터를 통해 독보적 품질 개발과 사업 경쟁력 강화로 미국 내 1위 초고속 전기차 충전기 제조업체를 뛰어넘어 전세계 전기차 충전 솔루션 리딩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정호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제조 기술력 확보에 초점을 둔 SK시그넷 전략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 SK시그넷은 완속·중속·급속·초급속 충전기 등 다양한 종류의 충전기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SK시그넷이 제조하는 여러 종류의 충전기는 미국 전기차 충전 시장에서 1, 2위를 차지하는 '일렉트리파이아메리카(EA)'와 'EV고'에 공급되고 있다. 

 

게다가 같은 그룹 계열사 SK일렉링크(옛 에스에스차저)에도 전기차 충전기가 제공되고 있다.

 

SK시그넷의 든든한 지원에 힘입어 SK일렉링크는 올해 3월 기준 국내에서 급속충전기 1800여개를 운영 중이다.  지난해 10월 고속도로 휴게소 전기차 충전기 구축 사업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SK시그넷은 현재 전국 고속도로 60여곳에 충전소 구축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SK시그넷은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활용하기 위해 미국 현지에 공장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SK시그넷은 미국 텍사스주(州)에 전기차 충전기 제조 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이 공장은 올해 6월부터 본격적으로 충전기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SK시그넷 관계자는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고 공급할 수 있어 IRA에 따른 세제 혜택,  미국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를 위한 특별법(NEVI)에 대한 지원도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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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은 초고속 충전 브랜드 이피트를 고속도로 및 도심 주요 지역에 설치해 고객들에게 전기차 충전 생태계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 현대차그룹, 국내 전기차 인프라 보급과 함께 ‘고객 편의·충전 사업자 육성’ 추구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사용자에게 최적의 충전 편의성을 제공하기 위해 국내 전기차 인프라 확대에 앞장서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차량 판매 등 영리 목적 뿐만 아니라 고객에게 다양한 충전경험을 제공해 관련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국내에서 전기차 운용 및 충전소 활용에 대한 좋은 선례를 남겨야 해외 시장에서도 현대차·기아의 전기차가 맹활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전기차 인프라 보급 확대는 전기차 판매 확충을 위한 밑그림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지난 2021년 3월 전기차 초고속 충전 브랜드 이피트를 선보였다. 이피트는 전기차 아이오닉 5 기준으로 배터리 잔량을 20여분 이내에 1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올해 초 기준 전국에 이피트 충전소는 총 21곳(총 120기)에 이른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안에 10개소를 추가해 충전기를 모두 500기 배치하고 2025년까지 총 5000기를 설치하는 계획을 마련했다.

 

게다가 현대차그룹은 지난 2월 현대엔지니어링, 설비 시설 관리 기업 우리관리(주)와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산 위한 3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현대차그룹은 이피트 기술을 활용해 아파트에 충전기 설치를 늘리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는 국내 넘버원 완성차 업체에 걸맞게 국민에게 다가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충전 서비스 플랫폼(E-CSP)과 이피트를 결합해 전기차 충전 생태계를 마련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E-CSP가 적용된 이피트는 △회원가입 및 차량등록 절차 간소화 △블루·기아 멤버스 포인트 전환 후 사용하던 방식 실시간 차감 방식으로 개선 △충전소 정보 고도화 및 고장 최소화 등으로 충전을 안전하게 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전기차 충전 서비스 품질 향상과 고객 편의 확대, 충전 사업자 육성을 위해 E-CSP를 개발했으며 충전 사업자에게 이 시스템을 개방해 국내 충전 생태계의 질적·양적 성장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E-CSP은 △충전소 운영을 위한 관제 시스템 △충전사업자와 회원간 충전 중개를 위한 로밍 시스템 등으로 이뤄져 중장기적으로 국내 전기차 충전 사업자의 참여를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기존 충전 사업자들이 E-CSP를 활용하면 서비스 개발과 운영 부담이 크게 줄어드는 점도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한편 현대차그룹 계열사 현대케피코도 자체 전기차 충전기 제품을 개발해 지난 4월 열린 ‘2023 서울 모빌리티쇼’에서 관련 제품을 공개했다.

 

이를 통해 현대케피코는 관련 제품을 독자적으로 활용해 전기차 충전기 수주를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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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전사업은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여러 업체가 치열하게 경쟁을 펼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freepik]

 

■ 전기차 충전 시장, 아직 절대 강자 없다

 

전기차 충전소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으나 아직까지 절대 강자가 없는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 

 

내연기관 차량 시절만 하더라도 정유 기업의 마케팅 전쟁은 치열했다. 이에 따라 정유업체들은 기업 이미지 차별화를 통해 많은 광고 문구, 로고 등으로 고객 확보에 나섰다.

 

그러나 전기차 충전 시장은 다른 양상을 띄고 있다.

 

비슷한 수준의 전기차 충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객에게 어떤 요소를 활용해 브랜드가치를 입증할 지에 대한 논의가 충분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브랜드별 정확한 시장점유율은 현재까지 미비하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충전 시장에는 40여개 브랜드가 난립하고 있지만 이 같은 시장 나눠먹기 현상이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며 “전기차 충전 시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규모의 경제가 힘을 얻어 궁극적으로 대기업만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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