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 인터배터리 2023] SK그룹, 4개 계열사 힘모아 배터리 기술 초격차 일궈낸다
남지완 기자 입력 : 2023.03.19 05:00 ㅣ 수정 : 2023.03.19 05:00
SK온, LFP 배터리 및 각형 배터리 공개해 신규 고객사 확보 나서 SK시그넷, 다양한 종류의 배터리 충전기 기술 확보해 韓·美 동시 공략 SK일렉링크, 전기차 충전 넘어 관련 서비스 제공해 고객 편의 높여 SK넥실리스, 동박 사업 강화해 틈새시장 공략 강화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최태원(63·사진) 회장이 이끄는 SK그룹이 배터리 4개 계열사를 통해 배터리 기술 초격차(경쟁업체가 추격할 수 없는 기술격차) 확보에 나선다.
이는 최태원 회장이 2000년대 초부터 고집해온 ‘따로 또 같이’ 경영 전략이 배터리 사업에도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따로 또 같이는 계열사별 독립경영을 인정하면서 사업의 핵심가치를 공유하는 것을 뜻한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2019년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부(현 SK온)를 방문해 “배터리 사업을 통해 새로운 의미의 에너지 산업에서 글로벌 메이저 기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의 경영전략을 뒷받침하듯 SK그룹은 최근 4~5년간 다양한 배터리 관련 기업을 인수해 최 회장의 ‘따로 또 같이’ 경영 철학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SK그룹에서 배터리 생산을 담당하는 SK온을 비롯해 △충전기 제조를 담당하는 SK시그넷 △충전소 운용을 담당하는 SK일렉링크(옛 에스에스차저) △동박 생산 전문 기업 SK넥실리스가 이달 15일부터 17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종합전시장 코엑스에서 열리는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30’에 참가해 각자의 첨단 기술력을 뽐냈다.
■ SK온, 수주 300조원 넘어 새로운 신규 고객사 확보에 군침
SK온은 지난 2월 기준 배터리 누계 수주액 300조원에 이르는 막강한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
그동안 SK온은 파우치형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만을 제작해 판매해왔다. 이런 가운데 SK온은 이번 전시회에서 LFP(리튬인산철) 파우치형 배터리와 NCM 각형 배터리를 공개했다.
이 같은 포트폴리오 다변화는 결국 '신규 고객사'를 더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SK온은 현대자동차에 파우치형 NCM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으며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에 파우치형 NCM 배터리를 공급해왔다.
한편 포드는 지난달 중국 배터리 기업과 협력해 LFP 배터리를 생산하겠다고 계획을 밝히며 이를 통해 자사 전기차에 중국 제품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뿐 아니라 현대차, 기아, 쌍용차 등도 LFP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생산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SK온의 LFP 파우치형 배터리는 기존에 판매하던 NCM 파우치형 배터리와 규격 부문에서 비슷하다. 그리고 NCM 배터리와 비교해 제조 비용이 비교적 저렴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같은 특성을 활용해 SK온은 기존 고객사와의 협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고 신규 고객사 유치도 추진할 수 있다.
게다가 각형 배터리 기술개발에 성공했다는 것은 이 배터리 타입을 사용하는 BMW, 폭스바겐 등 독일 완성차 업체들도 공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포드, 현대차 등과 주로 거래해온 SK온이 새로운 기술을 토대로 신규 고객사를 더 늘릴 수 있을 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 SK시그넷, 모든 타입 전기차 충전기 제조 기술력 확보에 총력
SK시그넷은 전기차 충전기 제조·판매를 주력 사업으로 하고 있다.
SK시그넷이 내놓은 초급속 충전기 V2 제품은 단일 포트에서 최대 400kW까지 출력이 가능해 15분 만에 2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급속 충전기 V1 제품은 100kW, 200kW 모델로 구분돼 있으며 환경부 및 SK일렉링크에 공급되고 있다.
이 외에 7kW, 11kW 출력으로 작동되는 완속 충전기, 미국 전기차 충전소 운영 기업 일렉트리파이 아메리카(EA)에 공급하는 초급속 충전기 등 다양한 종류의 제품이 SK시그넷 부스에 전시됐다.
SK시그넷 관계자는 “우리는 미국 전기차 충전 시장을 주력으로 삼고 있다”며 “미국 텍사스주(州) 충전기 제조공장 개조는 올해 상반기 내 마무리 될 예정이며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SK일렉링크, 충전 관련 ‘서비스’ 제공에 초점 두고 사업 추진
SK일렉링크 부스에도 다양한 전기차 배터리 충전기가 전시됐다. SK일렉링크가 추진 중인 사업은 크게 6가지로 나뉜다.
차종, 용도, 주거 환경에 적합한 충전기 설치 컨설팅 서비스를 비롯해 △완속 충전기, 급속 충전기, 완속충전기 등 다양한 충전기 제품 제공 △충전기 설치 공사 △충전기 긴급 서비스를 위한 전문 콜센터 △주기적인 충전기 유지 보수 △신용카드 및 완성차 기업과의 제휴를 통한 멤버십 서비스 등이다.
특히 SK일렉링크가 선보인 ‘전기차 충전방해방지 시스템’이 관람객의 이목을 끌었다.
이 시스템은 충전기에 장착된 카메라와 AI(인공지능) 기반 딥러닝 기술을 활용한 것이다. 이에 따라 차량 번호판을 스캔해 전기차 여부를 식별하고 차량 이동을 감지 후 충전기 상태 데이터를 분석해 충전하면 불법점유 상황을 정확히 파악한다.
분석된 정보는 SK일렉링크의 충전소 관제시스템을 통해 관리기관이나 지자체로 전송한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증가와 함께 급증하는 전기차 충전기 무단 점유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에 따라 SK일렉링크의 ‘전기차 충전방해방지 시스템’은 지방자치단체, 충전사업자 등에게 효과적인 솔루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서비스는 단순 충전 서비스를 넘어 고객 친화적 서비스"라며 "고객 입장을 자세하게 파악해 다가가고 있는 SK일렉트릭이 새로운 전기차 충전소 문화를 이끌어 갈 수 있다"고 평가했다.
■ SK넥실리스, 동박 최강자 위상 여전
SKC의 손자회사 SK넥실리스는 부스 전면에 두께 5㎛ 동박 실물을 전시해 기업의 주력 사업을 과시했다. 동박은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 가운데 하나인 음극재에 활용되는 얇은 구리막 제품이다. 동박의 기술력 진수는 얼마나 얇게 제품을 만드냐에 달려있다.
SK넥실리스는 2013년 6㎛ 두께의 동박을 세계 최초로 양산했으며 △2017년 5㎛ 동박 △2019년 4㎛ 동박을 양산하는 등 세계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동박 두께를 2㎛ 줄일 때 마다 에너지 밀도는 약 3~4% 증가한다. 즉 얇은 동박 기술이 있다면 무작정 배터리를 크게 만들기 보다 같은 크기의 배터리에 더욱 많은 동박을 넣여 고밀도 에너지 배터리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세계 유수 배터리 기업들이 SK넥실리스의 동박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SK넥실리스는 구리를 투입해 용해(녹여), 제박(얇게 코팅하는 과정), 슬리팅 공정(두께를 조절하는 과정)을 거쳐 고객 요구를 반영한 다양한 동박을 생산하고 있다. 부스에는 상세한 동박 제조 공정과 함께 앞으로 글로벌 생산체제를 강화하겠다는 사업 비전도 공개했다.
SK넥실리스는 오는 2025년까지 한국, 말레이시아, 폴란드, 미국 등 북미에 연간 25만t의 생산설비를 갖출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넘버원' 동박 기업의 위상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내비쳤다.
배터리 전문 리서치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SK넥실리스는 글로벌 동박 시장에서 점유율 22%로 1위 자리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