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3가지 화살'로 해외시장에서 가속 페달 밟는다
HMGA 건설 후 미국 전기차 시장 진출 본격화
인도네시아 진출 본격화로 아세안 車시장 공략 가속
2024년 인도네시아에서 자체 배터리 공급망 확보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최근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크레딧(보조금)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신 현대차그룹(회장 정의선)이 3가지 특단의 대책으로 고속성장을 위한 가속페달을 밟는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미국 전기차 전용공장(HMGMA) 건설 △인도네시아 공장 준공으로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 시장 공략 △인도네시아에서 전기차 배터리업체 LG에너지솔루션과 손잡고 배터리 및 니켈 공급망 구축 등 3가지 해법을 마련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IRA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탈락되는 수모를 당했다. 그러나 이에 따른 불이익은 당분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를 제외하고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의 전기차 양산 설비 구축이 아직 더딘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현대차그룹이 안심할 수만은 없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세계 최대 시장 가운데 하나인 미국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HMGMA 공장 건설에 서둘러야 한다.
이와 함께 인도네시아 자동차 시장 공략도 시급한 과제다.
인도네시아가 포함된 아세안은 회원국이 브루나이,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미얀마,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 10개국으로 이뤄졌다. 인구도 6억명이 넘는다. 인도네시아는 인구 2억7000만명으로 아세안 전체 인구의 약 절반을 차지한다. 현대차로서는 인도네시아가 결코 놓칠 수 없는 거대시장인 셈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가 인도네시아에서 맹활약한다는 것은 아세안 시장 공략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또한 인도네시아는 전세계 1위 니켈 보유량·생산량 국가다.
전기차 시대가 활짝 열려 전기차 배터리 핵심원료인 니켈에 대한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인도네시아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니켈을 기반으로 한 배터리 공급망 구축을 추진 중이다.
향후 전기차 시대가 가속화 되면 배터리 핵심 원료인 니켈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인도네시아 천연자원 시장 공략에 나서 향후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
하나증권은 현대차가 현재 추진 중인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 △올해 매출 150조396억원, 영업이익 13조380억원을 달성하고 △2024년 매출 153조4604억원, 영업이익 13조1195억원 △2025년 매출 159조5988억원, 영업이익 13조7709억원을 기록하는 등 견조한 성장성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 미 시장에서 진정한 경쟁은 2025년부터... HMGMA 공장 구축에 사력 다해야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현대차그룹은 IRA 전기차 크레딧 리스트에 포함되지 못했다.
미 재무부 자료에 따르면 한 대당 7500달러(약 1000만원)의 크레딧 적용 대상에는 △캐딜락의 리릭 △쉐보레의 볼트·실버라도·블레이저·이쿼녹스 △크라이슬러 러시피카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포드 F-150 라이트닝·에비에이터 PHEV △테슬라 모델3·모델Y 등이 포함됐다. 모두 미국차 브랜드만 혜택을 받는 셈이다.
IRA 크레딧 리스트 탈락 위기를 빠르게 벗어나기 위해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 주(州) 브라이언 카운티(Bryan County)에서 추진하는 HMGMA 건설을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
불행 중 다행인 점은 현대차그룹이 IRA 크레딧 탈락을 극복하기 위해 아직 1년 반이라는 시간이 남았다는 것이다.
올해 1분기 기준 미국에서 현대차·기아보다 많은 전기차를 판매한 기업은 테슬라와 GM 뿐이다. 이 가운데 테슬라를 제외한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의 전기차 양산 설비 조성 계획이 대부분 2025년을 기준으로 진행되고 있다.
글로벌 매체 CNBC에 따르면 미국에서 올해 1분기에 △테슬라는 16만1630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1위를 차지했으며 △GM 2만670대 2위 △현대차·기아가 1만4703대로 3위다.
'미국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포드는 1만866대를 판매하는데 그쳤으며 일본 브랜드는 전기차 분야에서 가장 뒤쳐져 있다.
게다가 대표적인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생산 계획을 살펴보면 GM은 2025년 전기차 10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며 포드는 2025년 전기차 50만대 생산 설비를 갖출 방침이다.
글로벌 완성차업체 스텔란티스는 전기차 생산 계획을 여러차례 번복해 소비자 신뢰를 잃은 상태다.
결국 앞으로 1, 2년 동안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기존 미국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판매가 크게 증가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보다 신속하게 HMGMA 공장 건설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2025년 상반기에 HMGMA를 가동해 연간 30만대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현대차그룹은 최근 SK이노베이션 산하 전기배터리 제조업체 SK온과 손잡고 미국에 배터리 합장공장을 세우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라 두 회사는 2025년 미국에 연산 35GWh 규모 배터리 합작공장을 건설하고 전기차 30만대 분의 배터리 생산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치밀한 배터리 공급망 확보와 △AI(인공지능) 기반 지능형 제어 시스템 △탄소중립(이산화탄소 배출량 제로) 달성을 위한 친환경 설비 △안전과 효율적 작업을 모두 가능하게 하는 최신 설비를 갖춘 HMGMA로 미국 전기차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시장 공략 통해 미래 성장동력 마련
현대차그룹이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을 갖춘 중국에서 판매 부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실적을 꾸준히 늘릴 수 있었던 데에는 △세계 2위 자동차 시장인 미국 △'제 2의 중국'이라고 불리고 있는 인구 14억명의 인도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5년까지 꾸준한 성장을 이어나가기 위해 최근 가파른 경제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자동차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총 15억5000만달러(약 2조원)를 투자해 지난해 인도네시아 브카시 델타마스 공단에 대규모 자동차 공장 건설을 끝냈다. 브카시 델타마스 공단은 수도 자카르타와 인도네시아 최대 항만이자 동남아시아 해운 중심지 탄중 프리오크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공장 준공식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직접 참가해 “공장 준공과 인도네시아에서 처음 생산되는 전기차 아이오닉5의 양산을 축하한다”며 “아이오닉5는 인도네시아 전기차 발전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공장은 아이오닉5 전기차를 비롯해 다양한 내연기관차 등 연간 15만대 차량을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이 공장에서 연간 생산 차량 25만대를 목표로 설비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현대차는 준공 후 첫 해인 지난해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8만2000여대의 차량을 생산하며 인도네시아내 자동차 생산량 기준으로 6위를 차지했다. 이와 함께 인도네시아에서 지난해 3만1965대를 판매해 차량 판매 기준 8위에 올랐다.
이를 토대로 현대차 시장 확대는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은 2018년 아세안무역협정 제3차 개정의정서에 서명해 회원국 간 관세 장벽을 없앴다. 이 규정을 활용하면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생산한 자동차를 말레이시아, 태국, 싱가포르 등 아세안 회원국 전체에 관세없이 수출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인도네시아 공장 연산 능력은 15만대이지만 지난해 차량 8만2000여대를 생산하는데 그쳤다"며 "이는 현지 공장 가동률이 아직 최상의 상태로 올라오지 못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공장 가동률을 높이면서 차량 생산규모를 연간 25만대까지 늘리는 데 주력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를 위해 아세안 중심국 인도네시아를 주축으로 아세안 회원국에서 차량 판매 등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데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 배터리 확보 역량과 E-GMP 플랫폼에도 주목
현대차그룹은 인도네시아 전기차 현지화 전략에 부응하고 지속가능한 배터리를 공급하기 위해 LG에너지솔루션과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공장 건설은 지난 2021년 인도네시아 카라왕 지역에 있는 산업 단지에서 시작됐으며 오는 2024년 상반기까지 준공을 끝내 배터리를 양산할 계획이다.
합작공장에서 생산되는 배터리는 현대차·기아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이 적용된 차량에 탑재될 예정이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를 제외하고 나머지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전기차를 대량으로 생산하지 못하는 것은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 구축 미비와 독자적인 전기차 플랫폼 부진을 꼽을 수 있다.
이에 비해 현대차그룹은 이미 LG에너지솔루션과 인도네시아에서 배터리 공급망을 갖추고 있다. 게다가 현대차그룹은 E-GMP 플랫폼을 활용해 아이오닉5, EV6 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이 차량은 독일 등 선진국에서 호평을 받으며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독일 자동차 전문 매체 ‘아우토 빌트’는 “EV6 충전 기술은 이미 다른 차량과 비교해 한 세대 앞서 있다”며 E-GMP 기술의 우수성을 높이 평가했다.
이러한 인프라를 토대로 배터리 공급망을 일찍 확보하고 자체 플랫폼을 갖춘 현대차그룹은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맹활약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보여주듯 인도네시아자동차공업협회(GAIKINDO)에 따르면 현대차의 아이오닉5는 올해 1분기 인도네시아에서 1039대가 판매돼 전기차 시장점유율 58.4%로 1위를 차지하는 등 뛰어난 성과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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