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환종의 스쿠버 다이빙 시즌 2] (23) 필리핀 아닐라오 2-2, 바닷속에서 발견한 수중용 칼이 해산물로 돌아온 사연

최환종 전문기자 입력 : 2023.05.15 17:00 ㅣ 수정 : 2023.05.15 17:00

다이빙할 때마다 '발살바'로 인해 고생해, 이비인후과 원장 처방을 받은 뒤 편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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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으로 내려가면서 본 각양각색의 산호 / 최환종

 

[필리핀 아닐라오/뉴스투데이=최환종 전문기자] 필자는 다이빙할 때마다 발살바(Valsalva)가 잘 안되어서 늘 고생을 했다.

 

※ Valsalva : 바다에 입수한 후 아래로 내려갈 때 수압이 증가하면서 귀에 통증이 오는데 이것은 몸안의 압력과 바다의 수압이 균형이 맞지 않아서 그렇게 된다. 이때 코와 입을 막은 상태에서 배에 힘을 주면서 강하게 숨을 내쉬면, 흉강 내압이 높아지고 귀인두관과 가운데 귀 내압이 증가하면서 ‘압력 평형‘이 이루어지는데, 이러한 방법을 Valsalva라고 한다. 공중이나 수중에서 압력 차이로 인한 고통을 느낄 때 공통적으로 사용한다. 기차 타고 터널을 지날 때 귀가 멍해질 때도 같은 방법을 사용하면 그런 느낌이 해소된다. 때로는 침을 삼키거나 껌을 씹어도 압력차이로 인하여 귀가 멍해지는 증상이 해소될 수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입수한 후 수심 5m 정도에서 귀에 약간의 통증을 느꼈고, 이후 몇 번의 Valsalva를 하고는 곧바로 편안해졌다. 그동안 다이빙하러 올 때마다 잘 아는 이비인후과 원장과 Valsalva와 관련해서 몇 차례 상담 및 처방을 받았었는데, 이번에 받은 처방이 매우 효과적이었던 것이다.

 

정말 오랜만에 수월하게 깊은 수심으로 내려갈 수 있었다(깊다고 해야 필자가 선호하는 수심은 20m 내외다. 이 정도 수심까지는 태양광이 비교적 잘 들어오고 이에 따라 각종 산호나 물고기들을 자연광 상태에서 잘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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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으로 내려가면서 본 각양각색의 산호 / 최환종

 

상쾌한 기분으로 절벽을 따라가면서 각종 산호와 물고기들을 관찰했다. 그곳에는 깨끗하고 화려한 바다속 생물들과 이를 보고 즐기는 다이버들(그리고 그들이 호흡할 때마다 내뿜는 공기방울)만 보일 뿐 나를 방해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간간이 예쁜 피사체가 보이면 다가가서 촬영을 하고는 주변을 돌아보며 다른 피사체를 찾는다. 바다속 풍경이 아름답고 편안하기에 할 수만 있다면 그 모든 광경을 작은 주머니 속에 또는 마음속에 담아서 서울로 가지고 오고 싶은 그런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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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호 사이에서 돌아다니는 나비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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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사슴뿔같이 보이는 산호

 

※ 수중풍경 : 동영상 1(약 17초 분량, 첨부 파일 참조)

 

 

첫 번째 다이빙을 마치고는 보트 위로 올라와서 수면 휴식시간을 가졌다. 약 1시간 정도 쉬면서 바다와 주변 섬을 바라본다. 푸른 바다와 파란 하늘, 그리고 하얀 뭉게구름을 바라보면서. 그저 평화롭고 편안한 시간이다.

 

두 번째 다이빙은 라약라약 포인트. 여기에서도 약 40분간 다이빙을 했다. 최대 수심은 18m(평균 수심 9.3m), 수온은 26도, 수중 시정은 매우 양호했다. 이곳의 물속 풍경은 평이하지만 깨끗하고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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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휴식중에 보트 위에서 바라본 바다와 주변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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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휴식중에 보트 위에서 바라본 바다와 주변의 섬

 

입수해서 바닥으로 내려가는데, 산호 사이로 상당히 크고 밝은 노란색의 물체가 보였다. 갯민숭달팽이인가 하고 촬영을 하려고 다가갔다. 그런데 가까이에서 보니 갯민숭달팽이가 아니라 수중용 칼이다(노란색은 칼의 손잡이 부분이었다). 어느 다이버가 분실한 칼인듯했다.

 

나중에 김경우 강사에게 전해 주겠다는 생각으로 칼을 집어 들었고, 마땅히 칼을 집어넣을 주머니가 없었기에 40여분간 수중에서 활동하는 내내 한 손에 잡고 있었다.

 

한쪽 손에는 칼을, 다른 한쪽 손에는 카메라를 들고 있으니 사진 촬영에 방해가 되었다. 안전정지를 하면서 강사에게 칼을 건네주었는데, 수면으로 올라와서 하는 얘기가 아까부터 필자가 손에 칼을 쥐고 있기에 무슨 칼인가 하고 궁금했다고 한다.

 

보트 위로 올라와서 칼 얘기를 하니까 일행중(다른 팀) 한사람이 칼을 보더니 자기가 입수 직후에 분실했던 칼이라고 하며 밝은 웃음을 짓는다. 바다에서는 칼같이 작은 것을 분실하면 찾기도 힘들지만 다이빙을 하면서 늘 소지하던 무엇인가를 분실하면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모든 사람이 마찬가지일 것이다.

 

필자도 꽤 오래전에 서해안에서 다이빙을 마치고 출수하다가 한쪽 오리발이 벗겨졌는데, 수중 시정이 너무 좋지 않아서 결국은 찾지 못한 기억이 있다. 수중용 칼도 칼집에서 언제 빠졌는지 나중에 확인해 보니 칼이 없어서 무척 아쉬워했던 기억도 있고.

 

강사가 칼을 되찾은 그 다이버에게 웃으며 한마디 했다. “나중에 최장군님에게 맥주 한잔 사세요!”. 모두들 웃었다. 그다음 날 저녁식사때, 칼을 되찾은 그 다이버는 자기 팀들이 먹으려고 구매한 해산물을 우리 일행에게도 주어서 맛있게 먹었다. 맥주가 해산물로 바뀐 셈이다. 그러나 맥주나 해산물이 중요한게 아니라 다이빙을 같이 한 다이버끼리의 우정이 아니겠는가.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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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환종 프로필▶ 공군 준장 전역, 前 공군 방공유도탄여단장, 現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전문연구위원, 現 국립한밭대학교 창업경영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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