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환종의 스쿠버 다이빙 시즌 2] (21) 3년 만에 다시 찾은 필리핀, 아닐라오⑦끝
스쿠버 다이빙을 즐길 자격이 있는 우리, 다이빙 리조트 김 강사에게 장비를 맡기고 귀국
[필리핀 아닐라오/뉴스투데이=최환종 전문기자] 다이빙 마지막 날이 되었다. 늘 그렇듯이 다이빙 마지막 날이 되면 아쉬움이 남는다. 이날은 이글 포인트와 다케다 포인트 등 두 곳에서 다이빙을 했고, 수중 시정은 대체로 양호했다.
첫 번째 다이빙은 이글 포인트. 최대 수심 18.6m(평균 9.3m), 다이빙 시간은 35분, 수온은 여전히 25℃. 야간에 충분히 쉬어서 그런지 추위는 느끼지 못했다.
바닥에 내려가서 앞으로 조금 나아가자 대왕조개가 보였다. 오랜만에 보는 녀석이다. 이어서 강사가 무언가를 가리키는데,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길다란 수염만 보이는 것이 바다가재 같았다. 랜턴을 비추자 이녀석은 바위 밑에서 나올 생각을 안한다. 우리를 자기의 천적으로 생각했나보다.
잠시 후에는 필리핀 바다에서 흔하게 보인다고 하는 니모(흰동가리, Anemone fish) 가 보인다. 현지인들은 이 녀석이 바다속에 흔하게 있으니까 별로 귀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은데, 우리는 제주도에나 가야 겨우 볼 수 있기에 볼 때마다 늘 반갑고 귀엽다.
그런데 이날도 덩치가 큰 어미는 어김없이 필자를 공격한다(덩치가 커봤자 어린아이 손바닥만하다). 공격한다고 해봐야 그저 잠수복이나 다이빙 장갑을 툭 건드리는 정도인데, 새끼들을 보호하려고 그 작은 주둥이로 잠수복이나 장갑을 물려고 하는 것이 가상하게 느껴진다.
한편, 이번 여행에서 Open Water 자격증을 취득한 윤 선배는 다이빙을 거듭할수록 수중에서의 활동이 매우 능숙해지고 있었다. 윤 선배는 강사나 필자가 조언해주는 사항을 듣자마자 수중에서 바로 시정하고 적용을 했는데, 습득하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 엊그제 다이버 자격증을 취득한 초보자 같지가 않았다.
그때마다 필자는 속으로 ‘역시 전투기 조종사답다’라는 생각을 했다. 이제 윤 선배에게 남은 것은 수중에서의 다양한 ‘경험’ 뿐이다. 아무리 수영장과 지상(학술) 교육에서 모든 것을 배웠다 하더라도 본인이 경험하지 못한 것은 소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다이빙 중에 공기가 고갈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런 경우에는 옆에 있는 강사나 동료에게 수신호를 하여 공기가 고갈되고 있음을 알리고 동료에게 보조호흡기를 건네받아(또는 강제로라도 동료의 보조호흡기를 가져와서 자기 입에 물고 호흡하여야 한다. 이것을 짝호흡이라 한다) 호흡을 하며 수면으로 올라와야 하는데, 그런 경우에는 해당 절차를 교육받았더라도 사람이 당황하면 수신호나 짝호흡을 제때에 하지 못할 수가 있다.
그런 경험을 초보자들은 한번씩은 경험하거나 옆에서 볼 기회가 있는데, 그것이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필자는 초보자일 때 공기가 고갈되어가는 힘들었던 경험이 몇 번 있었기에(물론 강사나 동료가 옆에 있어서 즉각 조치는 했지만), 필자는 혹시나 해서 두 명의 초보자와 같이 다이빙을 할 때마다 강사와 더불어 가끔씩 이들의 공기 잔압계를 확인하고는 했다.
첫 번째 다이빙을 마치고는 약 한시간 정도의 수며 휴식 후에 우리는 다케다 포인트에서 이번 여행에서의 마지막 다이빙을 했다. 최대 수심 19.6m(평균 수심 10.6m), 다이빙 시간은 40분, 수온은 여전히 25℃였다. 이번에는 물속에서 약간의 한기를 느꼈다. 다음에 올 때는 이곳 수온을 미리 확인해서 추울 것 같으면 조끼를 준비해야겠다. 수중 시정은 상당히 양호해서 매우 상쾌한 기분으로 바다속 풍경을 바라볼 수 있었다.
다이빙을 마치고 수면으로 올라가기 전에 안전정지를 하면서 바닥을 내려다 보았다. 아닐라오에 도착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주일이 지나갔다니. 아쉬웠다. 다이빙 리조트로 돌아오는 방카보트 위에서는 바다를 바라보며 상념에 빠졌다. 언제 다시 이곳 아닐라오에 올 수 있을까...
이번 다이빙 여행에서 한가지 아쉬웠던 것은 카메라 준비가 소홀했다는 점이다. 3년 만에 다이빙을 오면서 사전에 철저한 장비 점검과 작동법을 확인했어야 했는데 너무 자만했다. 그래서 수중에서 좋은 장면을 많이 놓쳤는데, 다음에 올 때는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야겠다. 고프로 사용법도 다시 익히고.
리조트에 돌아와서 다이빙 장비를 정리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이번에는 다이빙 장비를 여기에 놓고 갈까? 아닐라오의 멋진 바다, 친절한 다이빙 리조트 강사와 직원들, 소박하면서 깨끗한 시설과 훌륭하게 제공되는 식사, 그리고 석양을 바라보며 맥주한잔 할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 이 정도라면 여기 ‘Anilao Bo Hotel & Beach Resort / EESOME Dive(이름이 조금 길기는 하다)’에 장비를 맡겨두고 가끔 와도 되지 않을까?”
코로나 때문에 그동안 다니지 못했던 다이빙! 그동안 열심히 살아왔던 나다. 나는 충분히 그리고 자주 다이빙을 즐길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3년간 다이빙을 다니지 못한 아쉬움도 있지만).
리조트를 떠나기 1시간쯤 전에 필자는 일주일 동안 우리 팀을 담당했던 김 강사에게 ‘다이빙 장비를 맡겨놓고 가도 되는지’ 여부를 물었고, 김 강사는 흔쾌히 동의했다. 그리고는 다이빙 장비 일체를 김 강사에게 맡겨 놓았다. 조만간 다시 오겠다는 약속과 함께. 우리 일행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리조트를 떠났다.
서울에 와서는 다시 일상으로 복귀해서 바쁘게 지내고 있다. 그러나 바쁜 와중에도 한편으로는 아닐라오가 생각난다. 깨끗하고 파란 하늘과 바다속의 거북이가... 벌써부터 다음 다이빙이 기다려진다!!! (다음에 계속)
◀최환종 프로필▶ 공군 준장 전역, 前 공군 방공유도탄여단장, 現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사무총장, 現 국립한밭대학교 창업경영대학원 겸임교수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