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환종 전문기자 입력 : 2023.02.11 06:20 ㅣ 수정 : 2023.02.13 16:52
공사 1년 선배인 윤 모 장군 및 그 지인 등과 함께 들뜬 기분으로 마닐라행 비행기에 올라
[필리핀 아닐라오/뉴스투데이=최환종 전문기자] 코로나로 인하여 지난 3년 간은 다이빙은 상상 속에서나 가볼 수 있었다. 가장 최근의 열대지방 다이빙은 3년 전인 2020년 1월, 아닐라오에서의 다이빙이었다. 말로만 듣던 ‘매크로의 천국’이라는 아닐라오에서의 다이빙까지는 좋았으나, 그해 초봄부터 코로나가 전세계를 강타하여 해외여행은 물론 열대지방 다이빙까지 모두 포기해야 했으니 레크레이션 다이버로서는 참으로 암울했던 시기였다.
아닐라오에서 마지막 다이빙을 하던 날에는 부근의 내륙호에서 화산이 분출하였고, 이로 인하여 마닐라 국제공항이 폐쇄되어 이틀 동안 마닐라에서 머물다가 겨우 서울로 돌아올 수 있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해서 아닐라오에서의 다이빙은 더욱 기억에 남는다.
지난해 전반기부터는 코로나가 점차 수그러들면서 많은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나가기 시작했고, 다이빙 기회가 여러 번 있었으나 필자와 일정이 맞지 않아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가을에 다이빙 팀이 결성되었고, 다이빙 시기와 장소는 금년 2월에 필리핀 아닐라오로 가기로 결정이 되었다.
이번 다이빙 팀은 필자의 공군사관학교 1년 선배와 그 선배의 지인 등 3명으로서, 1년 선배는 사관생도 시절에 같은 중대에서 생활하던 윤 모 장군(예비역)이고, 다른 한명은 필자보다 나이가 4년 정도 많은 분으로서 운동이라면 물불 안가리고 좋아하는 분인데, 이 분은 지난달에 필리핀에 가서 단기속성 과정으로 다이버 자격증을 취득하였다.
필자의 1년 선배인 윤 모 장군은 만능 스포츠맨으로서 육상에서 하는 운동은 대부분 해보았는데 바다에서 하는 스쿠버다이빙은 못해보았다고 하면서 필자에게 기회가 있으면 꼭 같이 가서 다이빙을 배우고 싶다고 했었고, 이제야 다이빙에 입문하게 되었다.
3년 만에 다이빙을 가게된 필자는 지난 1월 중순부터 들뜬 기분으로 그동안 방 한쪽 구석에 고이 모셔두었던 다이빙 장비와 수중 카메라 등을 꺼내서 확인했다. 잠수복부터 BCD, 호흡기, 오리발, 수경 등을 만져보는 느낌이 새로웠다. 특히 카메라(Gopro 카메라 포함)는 방수 하우징과 수중 랜턴, 배터리 등을 점검해보니 배터리는 방전이 되어서 다시 충전해야 했고, 카메라의 날짜 정보는 모두 지워져서 다시 입력을 해야 했다. 다이빙 시계도 마찬가지. 3년 만에 만져보는 다이빙 장비들이 낯설게 느껴졌다.
다이빙을 자주 다닐 때에는 호흡기는 1~2년에 한번씩은 다이빙 장비를 전문 업체에서 정비를 받아서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지난 3년 동안은 아예 그런 생각을 못했다. 지난 달에 장비를 확인하면서 문득 그런 생각을 떠올렸는데, 이런저런 일정들이 겹치다 보니 정비 업체에 호흡기 점검을 의뢰할 시간이 없었고, 이제는 다이빙 첫날 체크 다이빙을 하면서 호흡기 상태를 확인하는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호흡기 상태가 안좋으면 다이빙 샾에서 장비를 빌려서 사용하여야 한다.
필자가 다이빙 초보자 시절 얘기이다. 한번은 꽤 오랜만에 다이빙을 하러 갔었는데, 바다 속에 들어가서 주 호흡기와 보조 호흡기를 점검해보니 주 호흡기는 이상이 없는데 보조 호흡기는 호스에서 공기가 새는 것이 보였다. 또한 숨을 들이쉴 때마다 2단계에서 공기와 같이 물이 들어왔다. 보조 호흡기는 사용 불가. 다행히도 주 호흡기는 이상이 없어서 다이빙을 잘 마칠 수 있었다.
이후 정비 업체에 수리를 의뢰해 보니 상당기간 호흡기를 사용하지 않아서 보조호흡기의 고무 호스가 경화되었고 고무 호스에 금이 가면서 공기가 새어 나왔다고 한다. 그리고 호흡기 2단계 부속이 망가져서 호흡할 때마다 물이 들어왔다고 한다. 그때 처음으로 호흡기의 주기적인 정비에 대해서 인식하게 되었고, 이후 1~2년에 한번 씩은 정밀 분해 검사(정비)를 의뢰해서 장비 상태를 최상으로 유지했고 너무 오래된 것은 새장비로 교체했다)
이윽고, 필리핀으로 출발하는 날이 다가왔다. 2월 둘째 주의 어느 날 오후, 우리 팀은 인천공항에 일찍 도착했다. 지난 주에 필리핀으로 출국했던 어느 지인이 공항에 출국하려는 사람이 너무 많아 엄청 힘들었다고 하길래, 우리는 항공사가 카운터가 업무를 시작하기도 전에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출국하려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아 보이지 않는다.
시간이 너무 많아서 공항 지하의 어느 식당에 가서 소주 한잔 하고 여유있게 보안 검색대로 갔는데, 예상보다 대기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정말 순식간에 보안 검색을 마치고(해가 떠있는 시간에 이렇게 빨리 보안검색을 마친 것은 아마 처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면세점으로 가서는 필리핀에 가서 마실 술과 김 등을 구매했다(일행 중에 애주가가 한분 있음).
인천공항을 출발한 항공기는 4시간 정도를 비행해서 마닐라 공항에 도착했다. 여기서도 출국 수속은 생각보다 빨랐다. 공항 밖으로 나오니 마닐라 특유의 밤공기(습기를 머금은 약간은 더운 듯한 그런 공기)가 느껴진다. 그때 시간이 마닐라 시간으로 00:30 경. 휴대폰의 날씨 앱을 켜보니 온도는 27도, 습도는 80%이다.
공항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지인을 만나서 마닐라 남쪽의 숙소로 향했다(이 숙소는 골프장 안에 있는 숙소로서, 이번 여행은 스쿠버 다이빙과 골프를 겸하기로 했다. 그러다보니 골프채와 스쿠버 장비 등 여행 짐이 상당히 되었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애주가인 연장자의 제안으로 인천공항에서 구매한 위스키를 한 병 비우고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골프는 술이 덜 깬 상태에서 운동. 힘드네... 우리 일행은 이틀 간의 골프를 마치고 다음날 아닐라오로 향했다. (다음에 계속)
◀최환종 프로필▶ 공군 준장 전역, 前 공군 방공유도탄 여단장, 前 순천대학교 우주항공공학부 초빙교수, 現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전문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