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래 사퇴도 꿈쩍 않는 '책임소재'…키움증권에 쏠린 눈

황수분 기자 입력 : 2023.05.09 07:34 ㅣ 수정 : 2023.05.09 10:07

김익래 다움키움 회장, 오너 사퇴 의사에도 의혹 ‘일파만파’
황현순 키움증권 대표이사... 위기관리 능력 시험대 올랐나
증권가 최선호주 선정에도...초대형IB의 꿈, 일단 미뤄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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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 (가운데)라덕연 H투자자문사 대표 (우)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뉴스투데이DB]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무더기 하한가 사태를 둘러싸고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과 라덕연 H투자자문사 대표 간 책임공방이 소송전으로 번지는 사이 증권가 최선호주로 꼽힐 만큼 성장성을 보여주던 키움증권이 오너리스크에 발목이 잡혔다. 

 

이번 사태의 핵심 인물인 라 대표가 김 회장을 이번 사태의 배후로 지목하면서 작전 세력과의 연루 의혹은 눈덩이처럼 커진 것이다. 김 회장은 라 대표를 고소하고 자신의 매매내역 공개에도, 증권가에서는 김 회장의 주식매도를 두고 비판 여론이 가시지 않고 있다.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자, 김 회장은 결국 주가조작 의혹을 떨치기 위해 사과하며 다우키움그룹 회장과 키움증권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했지만 여전히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 김익래 다움키움그룹 회장, 경영일선 사퇴 의사에도 의혹 ‘일파만파’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김 회장은 지난 4일 여의도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태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했다. 또 다우데이타 매각대금 605억원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의사도 전달했다. 

 

김 회장은 "매도 과정에서의 법적인 문제가 없더라도 이번 사태로 상실감을 준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향후 금융당국의 조사에 적극적이고 성실한 자세로 임하겠다"고 머리를 조아렸다. 

 

하지만 김 회장의 전격 사퇴 결정에도 논란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분위기다. 오너 리스크에 금융당국 조사까지 받게 된 키움증권은 여론 악화에다 집단 소송전까지 치를 처지에 놓이며 골머리를 앓게 됐다.

 

일각에서는 김 회장의 이번 사퇴 결정·사과문 등은 도의적 책임에 대한 부분만 초점이 맞춰졌을 뿐, 법적인 문제는 쏙 빠진 상태라며 주가 조작 연루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여기에다 금융당국이 지난 3일 SG증권발 폭락 사태 진상규명을 위해 키움증권에 대한 검사를 착수한 시점에서 차액결제거래(CFD) 외에도, 사실상 회사 오너인 김 회장을 중점으로 조사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던 터에서의 사퇴 결정이 오히려 의혹을 키웠다는 것이다. 

 

키움증권은 불공정거래 의혹 사건 연루 가능성에 대해 해명하는 입장을 내는 등 그룹 차원에서도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이렇다할 결론이 나지 않는 한 시간이 지날수록 사건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황이었다. 

 

김 회장은 지난달 20일 시간외매매(블록딜)로 다우데이타 140만주를 주당 4만3245원에 처분해 605억원을 확보했다. 주당 처분가는 4만3245원이다. 그렇다 보니, 김 회장이 폭락 직전 이를 처분해 시세조종을 사전에 알고 있었냐는 의혹에서 시작됐다.

 

다우키움그룹은 다우데이타·다우기술(023590)·키움증권(039490)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다. 지난해 말 기준 키움증권 최대주주는 다우기술로 키움증권 지분 41.2% 보유했고, 다우기술 최대주주는 다우데이터가 지분 45.2%를 가졌다. 다우데이타 지분은 김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키움증권은 이번 매물이 출회한 SG증권과 CFD 계약을 체결한 국내 증권사 중 한 곳이다. 주가조작 핵심인물로 알려진 라 대표는 김 회장 때문에 주가 폭락이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이번 조사에서 키움증권이 CFD 반대매매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알았을 가능성에 대해 중점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CFD와 관련해 개인 전문투자자 여건과 규정을 충실히 지켰는지와 고객 주문 정보 이용, 내부 임직원의 연루 여부 등도 들여다본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만남에서 “대형증권사 사주가 불미스런 의혹에 이름이 거론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시간이 지날수록 사건이 커지고 탈탈 털리는 것 같다며 빨리 의혹이 명확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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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금융감독원이 주최한 간담회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는 황현순 키움증권 대표 모습. [사진=연합뉴스]

 

■ 황현순 키움증권 대표이사, 위기관리 능력 시험대 올랐나

 

황현순 키움증권 대표이사는 올해로 임기 2년차를 맞았다. 그러다 뜻밖의 오너리스크 암초를 만났다. 황 대표는 취임 첫 해 증시 불황으로 부진한 성적을 냈다가, 올해 증시 반등에 힘입어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었다. 

 

황 대표는 2000년 키움증권 창립 멤버로 합류한 뒤 20년 이상을 키움증권에서 근무하면서, 김 회장의 신뢰를 받아 2022년 1월 대표이사를 맡은 인물이다. 

 

황 대표는 지난달 28일 금융감독원이 주최한 간담회에서 취재진과 짧은 인터뷰에 “(김 회장이) 공교롭게 그때 매각을 했던 것일 뿐 이전부터 팔려고 했던 일이었고, 라 대표는 저희도 일면식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키움증권에서 거래 정보를 미리 알고 매각 타이밍을 잡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CFD 반대매매는 실시간으로 나오기 때문에 그런 정보를 우리는 알 수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번 주가 조작 사태는 명확한 진실을 가리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장기전이 될 수밖에 없다. 키움증권은 수사와 소송 등에 끼어들며, 회사 역시 이에 미치는 영향을 피해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법적으로 진실이 밝혀져 향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더라도 그 과정에서 맞은 후폭풍들로 고객 이탈이 현실화하는 등 그룹과 계열사에 미치는 영향은 만만치 않을 수 있다.

 

특히 키움증권은 증권사들의 최선호주로 꼽히며 성장성이 예고돼 왔다. 초대형IB 인가 기대감은 물론 내년 하반기쯤 사학연금회관으로 본사를 옮기는 일도 앞둔 상태다. 

 

이렇듯 지난 2000년 키움닷컴증권이라는 사명으로 출범한 뒤 개인 고객 비중 확대를 기반으로 중소형사에서 대형사로 성장해 왔다는 점에서 더욱 타격감이 큰 상황이다. 

 

■ 키움·교보증권도 CFD 계좌 개설 중단…업계 퍼진 우려 확산

 

금감원은 키움증권과 관련해 CFD에 대한 검사를 시작했다. CFD가 SG증권발 ‘무더기 하한가’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CFD 내용을 확인하려는 것이다. 

 

특히 키움증권을 시작으로 다른 주요 증권사에 대한 검사를 진행하기로 하면서 증권업계가 일제히 긴장 모드에 들어섰다. 

 

키움증권은 전일부터 국내·해외주식 CFD 계좌 개설을 중단했다. 기존 CFD 계좌 보유 고객은 계속 거래할 수 있지만, 신규 가입은 불가능하다. 

 

CFD 1위 교보증권도 지난 4일부터 국내·해외주식 비대면 CFD 계좌 신규 개설을 중단하면서, 관련 이벤트도 모두 조기 종료했다. 앞서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등도 CFD 서비스 신규 가입과 계좌 개설을 중단했다. 

 

국내 증권사들의 CFD 신규 중단 움직임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이번 SG증권발 '무더기 하한가' 사태 이후 CFD 거래를 중개한 증권사에 막대한 손실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당장 증권사들은 CFD와 신용 반대매매로 인한 전체 손실액 규모가 1000억 단위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수금 회수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 CFD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KB증권·NH투자증권·SK증권·교보증권·DB금융투자·메리츠증권·삼성증권·신한투자증권·유안타증권·유진투자증권·키움증권·하나증권·한국투자증권 등 13곳이다. 

 

증권사들은 올 들어 증시 회복세에 탄력을 받고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이 늘며 실적도 회복될 것이란 기대가 컸던 터에서,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투자자들이 미수금을 제때 갚지 못하면 증권사들이 먼저 메꿔야 해서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CFD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중단 조치를 하고 있다”며 “하지만 대체로 전문투자자로 등록된 이들이 CFD 거래를 했기에 향후 이를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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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증권은 올해 최대 목표로 삼았던 초대형IB 인가에도 제동이 걸렸다. [사진=황수분 기자]

 

■ 증권가 최선호주 선정에도...초대형IB의 꿈, 일단 미뤄질 듯

 

키움증권은 올해 최대 목표로 삼았던 초대형IB 인가에도 제동이 걸렸다. 당장 무더기 하한가 사태에 따른 논란의 불씨가 발등에 떨어진 상태다. 현재 키움증권의 자기자본(2022년말 기준)은 4조5931억원으로 초대형IB 발행어음 인가 요건을 갖췄다. 

 

발행어음 인가 시 자기자본의 200% 한도 내에서 어음을 발행해 고금리 채권, 기업 대출, 부동산 금융 등에 투자할 수 있다. 황 대표는 올해 3월 연임이 확정된 후 주주총회에서 "어려운 환경이지만 디지털 금융 플랫폼으로서 포지션을 강화하고 초대형IB 도약은 물론 글로벌시장 도약에 집중해 위기를 돌파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금감원이 키움증권에 대한 검사에 착수하면서 초대형IB 인가 신청이 올해 안에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초 키움증권은 2분기 내에 초대형IB 인가를 신청할 계획이었다.

 

키움증권은 이번 김 회장과 주가조작 세력과의 관계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2016년 강화된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라 키움증권의 대주주인 김 회장의 수사·조사 사실만으로도 신규사업 확장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최대주주에 대한 검찰조사, 금감원 검사 등이 진행되면 초대형IB 인가는 보류되는 것이 통상 절차다. 인가 신청이 들어오면 금감원은 대주주·특수관계인 관련한 사실조회를 해서 대주주 적격성 요건을 충족하는지를 본다.

 

여하튼 키움증권은 올 1분기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거래 확대에 힘입어 시장의 전망(컨센서스)을 뛰어넘는 실적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면서 증권가들은 키움증권을 최선호주로 꼽으며 성장성을 예고했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키움증권은 1분기 시장 반등에 따른 거래대금 확대로 양호한 브로커리지 수수료와 함께 운용손익이 흑자전환 했을 것”이라며 “최근에도 개인의 거래대금이 지속해서 늘고 있어 2분기에도 위탁매매 수수료 증가가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키움증권이 바로 앞까지 왔던 초대형IB 인가를 당장 잡을 수 없을 것 같다”며 “이번 현장검사가 다른 증권사들까지 번져 2분기 순탄하지 않게 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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