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경계현 호(號), 5년 내 파운드리 세계 1위 도약하는데 자신하는 이유는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올해 반도체 업계 부진은 예견된 시나리오였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실상은 더욱 심각했다.
삼성전자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반도체 부문에서 분기 적자라는 고배를 마시는 등 대한민국은 '반도체 최강국'이라는 명성에 타격을 입었다.
이에 여론은 ‘위기’, ‘충격 실적’, ‘안갯속’ 등 각종 부정적인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와 달리 최근 삼성전자는 “5년 안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에서 세계 1위 업체인 대만 TSMC를 뛰어넘는다”고 밝혀 눈길을 모으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를 주력으로 하는 삼성전자가 비(非)메모리 시장인 파운드리에서 이 같은 자신감을 드러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관할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올해 1분기 실적은 매출 13조7300억원과 영업적자 4조5800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1분기 실적인 매출 26조8700억원과 영업이익 8조4500억원 대비 매출은 50% 가량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약 13조원이 증발했다.
반도체 수요 약세와 고객사 재고 조정 영향이 이어지며 D램 등 메모리 재고평가손이 늘어나고 파운드리 가동률이 하락해 전 분기 대비 이익이 크게 줄었다는 게 삼성전자측 설명이다.
실적공개 이후 삼성전자를 향한 우려는 급물살을 탔다. 올해 1분기는 반도체 부문에서 적자를 기록했지만 2분기에는 전체 적자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기 때문이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1분기 실적은 대규모 반도체 적자를 스마트폰이 대부분 상쇄했고 디스플레이, 가전, 전장(전자장비)에서 소규모 이익을 냈다”며 “그러나 신규 스마트폰 효과가 감소하는 2분기는 적자 가능성을 피하기 힘들어 반도체가 당장 흑자로 돌아설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부정적인 여론이 팽배하지만 삼성전자는 마냥 비관하지만은 않고 있다.
경계현 DS 부문 사장은 지난 4일 대전 KAIST에서 열린 ‘삼성 반도체의 꿈과 행복: 지속 가능한 미래’ 강연에서 “냉정하게 얘기하면 삼성전자 파운드리 기술력은 TSMC에 1~2년 뒤처져 있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경계현 사장은 "그러나 삼성전자는 5년 안에 TSMC를 앞설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경 사장의 이 같은 확신은 결코 섣부른 자신감은 아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문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208억달러(약 27조6000억원)로 집계됐다. 파운드리 사업이 2018년 117억달러(약 15조5000억원) 대비 2배 늘었고 5년간 매출 성장률은 15.6%에 이른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부문 성장세는 지난해 4분기 실적에서도 점칠 수 있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 DS부문 실적은 매출 20조700억원과 영업이익 2700억원으로 간신히 적자를 면했다. 이런 가운데 파운드리 사업은 분기 및 연간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이처럼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이 급성장하고 있고 내부에서도 성장에 확신을 하는 배경에는 ‘초격차 기술력’이 자리잡고 있다.
경 사장은 “TSMC가 2나노미터 공정에 들어오는 시점부터 삼성전자가 TSMC를 앞설 수 있다”고 장담했다.
삼성전자는 1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현존하는 최고 소자 기술로 평가되는 ‘GAA 기술’을 적용한 3나노 1세대 공정과 2세대 공정을 기반으로 TSMC 추격의 불씨를 당긴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GAA 기술을 적용한 3나노 1세대 공정으로 지난 분기에 이어 안정적인 수율(완성품 가운데 합격품 비율)로 양산하고 있다”며 “ 2세대 공정 역시 1세대 경험을 토대로 양산할 수 있는 공정으로 차질 없이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삼성 파운드리는 3나노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며 고객사들이 이를 평가하고 테스트 칩으로 사용하는 업체도 있다”며 “2나노는 2025년 양산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으며 그해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경쟁에서 앞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현재 파운드리 시장 상황이 삼성전자에게 유리한 것은 아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매출은 335억3000만달러(약 44조원)다. 이는 전 분기 대비 4.7% 줄어든 모습이다. 파운드리 시장이 이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은 14분기 만에 처음이다.
이를 보여주듯 TSMC도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직전 분기 대비 1.0% 감축했다. 하지만 시장점유율은 전 분기 대비 2.4% 포인트 오른 58.5%를 기록했다. 삼성전자(15.8%)와 TSMC와의 시장점유율 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된 셈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파운드리 시장은 TSMC 점유율이 삼성전자보다 상당히 앞서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비메모리 시장은 전체 반도체 시장의 70%이므로 지금 점유율이 어떤 상황이든 앞으로 반드시 잡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메모리 부문에서 오랫동안 1위를 지키고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향후 성장 모멘텀은 파운드리 사업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력과 지금과 같은 투자 기조라면 장기적 관점에서 TSMC를 따돌릴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