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부회장의 실험 '이마트 연수점' 가보니…리뉴얼 1달 만에 매출 18%↑
[뉴스투데이=서예림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실험이었던 '미래형 대형마트' 전략이 통했다.
인천에 위치한 이마트 연수점은 정용진 부회장이 장보기는 물론 먹고, 즐기고, 문화를 공유하는 '미래형 대형마트'로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6개월간 리뉴얼을 거쳐 지난 3월 말 새로 선보인 매장이다.
매장 면적을 절반 이상 줄이는 대신 고객들이 오래 머물 수 있도록 공간을 바꿨다. 그 결과 리뉴얼 개장 후 지난달까지(3월 30일~4월 30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가량 증가했다. 방문한 고객수도 23% 늘었다.
실제 이날 연수점은 평일 낮 시간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놀러 왔다가 장도 보고 가는' 인천 지역 랜드마크로 한 발짝 다가간 모습이었다. 이날 오후 정 부회장도 연수점을 찾아 현장을 둘러봤다.
정 부회장은 "우리는 물건을 파는 경쟁을 하는 게 아니라, 고객의 시간을 사는 경쟁을 하고 있다. 이마트 연수점도 이러한 관점에서 리뉴얼 된 곳"이라며 "물건을 판매하는 공간보다, 입점매장에서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사실 일상이 현장 방문"이라며 "아침에 일어나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고 이마트에서 장을 보고 퇴근 전 이마트24에 들러 맥주와 스낵을 사고, 주말에는 백화점에서 쇼핑하고 스타필드에 들렀다 야구장에서 응원한다"고 했다.
'이마트 연수점'의 특징은 매장 공간별 규모에서 잘 드러난다. 연수점은 종전 이마트 직영 판매 공간을 1만2561㎡(3800평)에서 5619㎡(1600평)로 줄이는 대신, 그로서리 매장은 3867㎡(1170평)에서 4297㎡(1300평)로 확대했다.
특히 오프라인 매장 경쟁력인 '체험형 요소'을 강화했다는 점에 특징이다. 압도적 규모에 다양성을 담은 '차세대 그로서리 매장'으로 진화했다는 설명이다.
먼저 계절과 상관없이 신선한 채소를 재배할 수 있는 실내 스마트팜을 설치했다. 스마트팜 기업 '엔씽'과 연계해 매장 내 공간에서 직접 채소 4종과 허브 6종을 재배하고 판매까지 한다. 고객이 재배 현장을 직접 보며 갓 수확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셈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스마트팜은 안정적인 물량을 동일한 품질로 소비자에게 제공하자는 목적 아래에 도입했다"며 "밭에서 키우는 채소와 비교해 수확 기간이 4주 정도로 절반 가량 짧다. 탄소배출도 획기적으로 줄였다는 점에서 친환경적"이라고 강조했다.
수산 매장에도 체험형 요소를 더했다. 이곳에서는 매주 주말 '참치 해체쇼'가 펼쳐진다. 참치는 고객이 원하는 형태로 손질해 판매한다. 오더메이드(Order-made) 공간에서 원하는 어종과 부위를 원하는 양을 선택한 후, 주문서를 직원에게 전달하면 된다.
축산 매장에는 30m 길이의 쇼케이스가 들어섰다. 이는 이마트 점포 중 가장 긴 수준이다. 대형 쇼케이스를 통해 고객이 한 눈에 축산물을 쇼핑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는 설명이다. 제주흑돼지, 듀록, 얼룩도야지, 호주산 고마블링 와규 등 축종도 대폭 확대했다.
델리 매장은 이마트 연수점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화덕피자'가 준비됐다. 화덕에서 구워낸 나폴리 피자와 함께 샐러드로 즐길 수 있도록 '오감만족 코너'를 조성했다. 로봇이 직접 튀겨내는 '로봇치킨'도 이마트 연수점에서 처음으로 선보인다.
이마트 관계자는 "로봇치킨을 도입한 이후 사원 근로 환경이 개선되고, 생산 효율도 30% 가량 올랐다"며 "이마트 연수점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로봇치킨은 고도화 과정을 거친 후 2~3개월 이후부터 다른 지점까지 확산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주류 특화존, 밀키트존 등 고객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맞춰 글로서리 매장이 한 층 더 풍성해진 모습이었다.
전문점·입점매장 공간은 5950㎡(1800평)에서 1만1570㎡(3500평)로 2배 가까이 늘렸다. 입점매장은 무려 82개에 달한다.
이를 보여주듯 이마트 연수점 입구에는 '플라워샵', '아로마샵' 등 체험형 테넌트가 눈에 띄었다. 그 옆으로는 탐광(가츠동), 뜸(솥밥), 밀탑(빙수) 등 유명 맛집이 입점한 '미식가'가 자리 잡았다. 마치 대형마트가 아닌 백화점에 들어선 듯한 느낌을 줬다.
이마트 관계자는 "인천지역에 최초로 입점한 식음료만 10개에 달할 정도로 식당가 조성에 힘을 쏟았다"며 "오프라인만의 강점을 부각하기 위해 직접 만져보고 구매할 수 있는 체험형 테넌트를 적극 유치한 결과,식음료와 라이스타일 테넌트 매출이 2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2층 또한 '탑텐', 'ABC마트', '모이몰' 등 22개 패션 브랜드를 구성해 종합쇼핑몰을 연상시켰다. 이곳에 국내 최초 트램폴린 테마파크인 '바운스'도 인천 최초로 열었다. 이밖에도 작은 놀이공원 콘셉트로 꾸민 '헬로포토' 등 온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 가득했다.
그 결과 이마트 연수점의 리뉴얼 개장한 이후 약 한 달간 매출은 전년 동기간 대비 18% 가량 증가했다. 방문한 고객수도 23% 늘었다. '물건을 파는 경쟁이 아닌, 고객의 시간을 사는 경쟁을 해야 한다'는 정용진 부회장의 경영 방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 부회장은 "온·오프라인 어디에서나 고객들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계속 진화해야 신세계의 존재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신세계 유니버스를 지속적으로 확장 시키기 위한 핵심 전략 중 하나로 매장 리뉴얼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강희석 이마트 대표는 "이마트 연수점은 고객들이 소중한 시간을 내서 대형마트에 와야 하는 이유를 보여준 매장"이라며 "차별화된 경험을 원하는 고객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혁신 매장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