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건 다이먼의 품에 안기게된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재무부는 안도 투자자는 불안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유동성 위기에 이어 매각절차를 밟았던 미 지역은행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이 결국 제이미 다이먼 회장이 이끄는 미 메이저은행인 JP모건 체이스 인수로 결론이 났다. 자산과 부채 인수가 결정된 직후 JP모건은 주가가 올랐고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거래정지 직전에 46% 하락에서 34% 하락으로 하락률을 소폭 줄였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몰락은 실리콘밸리은행(SVB)과 뉴욕 시그너처 은행 파산 여파가 과거형이 아니라,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미 재무부는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을 끝으로 더 이상의 은행 유동성 위기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을 내비쳤다.
지난달 28일(이하 현지시간) 자산매각 절차가 시작되고 몇몇 대형은행들이 즉각 인수 의사를 밝혔고, 주말이 지나자마자 인수자가 결정된 것은 대형은행들이 더 이상 유동성 위기가 확산되지 않을 것이란 자신감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재무부는 환영의 의사를 밝혔다.
은행을 인수한 다이먼 회장 역시 거래발표 직후 “또 다른 더 작은 은행 건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번 조치로 거의 모든 것이 해결됐다”라며 “위기가 끝났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이 은행 유동성 위기의 마지막이 될지는 미지수이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자산매각 이후 미국의 다른 중소형 은행들은 일제히 주가가 큰 폭으로 내리는 등 동요하는 기색이 역력하기 때문이다.
1일 뉴욕증시에서 밸리 내셔널 뱅코프는 전장보다 14.77% 하락한 7.99달러에 거래되고 있고 팩웨스트 뱅코프는 7.44% 하락한 9.39달러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어 중소형 은행주들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을 그대로 노출했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1일부터 JP모건 체이스 은행의 지점으로 다시 문을 열게 됐다. 다이먼은 더 이상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이란 이름을 쓰지 않기로 결정했다. 예금주들 입장에서는 불안감의 근원이었던 유동성을 걱정하지 않고 JP모건 은행과 거래할 수 있게 되어 크게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반면 투자자들은 기대와 불안감이 교차하고 있다. 거래성사 직전 46% 하락했던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주가는 거래발표 직후 거래정지가 단행되기까지 주가가 반등세를 나타내며 하락률을 34%까지 줄였다. JP모건이 갖고 있는 명성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보이지만, 기존 주식을 어떤 형태로 처리할지 아직 정확한 내용이 알려지지 않아 불안감은 여전히 높다.
미국 규제당국에 따르면 JP모건은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이 갖고 있는 은행대출금 가운데 기업부채를 제외한 1440억달러와, 예금 920억달러, 그리고 300억달러의 증권을 받기로 합의했다. JP모건은 지난 3월 11개 대형은행들이 긴급자금으로 퍼스트리퍼블릭은행에 지원한 300억달러 중 JP모건 몫인 50억달러를 제외한 250억달러를 곧 상환하기로 했다.
앞서 로이터, AFP 통신 등은 미국 캘리포니아 금융보호혁신부(DFPI)가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을 압류해 매각 절차에 들어갔다고 1일 공개했고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JP모건이 모든 예금을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한편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지난 3월 SVB 및 뉴욕 시그너처은행 파산 이후 미국 내에서 올들어 세 번째로 파산한 은행이란 불명예를 떠안게 됐다. 은행규모만 놓고 보면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무너진 워싱턴 뮤추얼 이후 두 번째로 큰 규모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몰락은 신뢰를 먹고 사는 은행이 시장의 신뢰를 잃고 유동성 위기를 겪을 때 얼마나 빠른 속도로 무너질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지난달 24일 1분기 실적발표 당시 예금이탈 규모가 1000억달러에 달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불과 일주일도 안된 사이에 은행은 38년 역사를 뒤로 한채 쓸쓸히 이름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