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소영 기자 입력 : 2023.04.28 05:00 ㅣ 수정 : 2023.04.28 05:00
삼성전자, 반도체 부진으로 1분기 영업이익, 전년동기대비 95.5% 급감 반도체 부문 분기 적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만에 처음 SK하이닉스, 2012년 SK그룹 편입 이후 사상 최대 적자 기록 메모리 반도체 다운턴으로 낸드·D램 가격 하락세 이어져 삼성전자, 첨단기술 제품 개발과 연구개발 투자 늘려 위기 해법 찾아 SK하이닉스, 차세대 제품 중심으로 기술 경쟁력 강화에 나서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양대 축의 1분기 성적이 모두 공개됐다. 업계 불황으로 실적 부진은 이미 기정사실화된 분위기였지만 생각 이상의 ‘어닝쇼크(earning shock·실적 충격)’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거머쥐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반도체 부문에서 분기 적자를 기록했고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적자가 이어져 2012년 SK그룹 편입 이후 사상 최대 적자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국내 산업계 든든한 기둥이던 두 반도체 공룡의 위기에 여론은 그야말로 ‘충격의 도가니’라는 반응이다. 이러한 여론과 달리 두 회사는 이미 지나간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현안과 해법 찾기에 집중해 남은 3개 분기동안 위기 탈출 전략을 마련하는 데 역량을 쏟을 방침이다.
■ 삼성전자·하이닉스 업계 불황에 ‘어닝쇼크’ 직격탄
삼성전자는 27일 2023년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사업별 세부 실적도 함께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1분기 매출 63조7500억원과 영업이익 64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8.1%, 95.5% 감소한 성적표다. 특히 얼마전 나온 잠정실적 발표 당시 예상대로 반도체 부문이 부진해 상당한 타격을 입혔다.
스마트폰 등 MX(모바일 경험)부문은 시장이 역성장했지만 갤럭시S23 시리즈 판매 호조로 전분기 대비 매출이 증가하고 수익률이 두 자릿수 이상 늘었다. 또한 VD(영상디스플레이)는 프리미엄 TV 판매에 집중하고 운영 비용을 줄여 이전 분기 및 전년 동기 대비 모두 수익성이 개선됐다. 생활가전은 수요 부진과 비용 부담이 계속됐지만 이전 분기 수준 실적을 유지했다.
SDC(디스플레이) 부문은 매출 6조6100억원과 영업이익 7800억원으로 집계됐다.
중소형 패널은 시장 위축으로 실적이 떨어지긴 했지만 폴더블(화면을 펼칠 수 있는) 모델 확대, 플래그십 판매 호조로 프리미엄 시장에서 주도권을 계속 가져갔다. 또 대형 패널은 QD(퀀텀닷)-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신제품이 출시되면서 적자폭이 개선됐다.
반면 반도체 사업이 속한 DS(디바이스 솔루션)부문은 매출 13조7300억원과 영업적자 4조5800원으로 마감했다. 지난해 동기 실적이 매출 26조8700억원, 영업이익 8조450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매출은 50% 가량 줄었고, 영업이익은 약 13조원 사라진 셈이다.
반도체 부문에서 분기 적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일어났다. 당시 삼성전자는 2008년 4분기 영업적자 6900억원, 이듬해 1분기 영업적자 7100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업들이 보수적 투자 운영과 더불어 IT(정보통신) 분야 지출이 줄어 서버와 스토리지 중심으로 수요가 더욱 둔화됐다”며 “고객사의 재무 건전화를 위한 재고 조정이 이어져 구매 수요가 위축되고 가격도 이전 분기보다 더욱 떨어졌다”고 밝혔다.
그는 “가격 변동은 이익 규모와 직결되고 1분기 가격 하락으로 수익성에 직접 영향을 받았다”며 “또한 지난 분기에는 재고평가손이 낸드 제품부터 반영됐지만 최근 D램 제품도 가격 하락이 더욱 심화되며 재고평가손 규모가 커지는 양상”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보다 하루 일찍 실적을 공개한 SK하이닉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SK하이닉스 1분기 실적에 따르면 매출은 5조881억원, 영업손실은 3조4023억원이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58%이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2012년 SK그룹에 편입된 이후 사장 최대 적자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전 세계 경기침체와 이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다운턴(하락 국면)이 올해 1분기에도 이어져 수요 부진과 제품 가격 하락 추세가 지속돼 전 분기 대비 매출이 줄어들고 영업손실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메모리 수급 불일치와 재고 수준은 역대급으로 심각한 상황으로 업계 전반에 낸드(NAND)는 물론 안정적인 이익이 예상된 D램(DRAM)까지 적자를 피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 이미 지나간 '1분기 폭풍'…지나간 과거보단 다가올 미래 준비 박차
1분기는 이미 지나간 폭풍이니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양사는 ‘어닝쇼크’ 이후 해법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도 뉴스투데이에 “이번 (양사의) 실적 부진은 경기침체에 따른 업계불황 영향이지 기업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현재로서는 업황이 회복됐을 때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반 다지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보여주듯 삼성전자의 위기 탈출 전략은 미래준비와 기술경쟁력 강화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에 반도체 위기가 예상된 가운데서도 연구개발비로 6조5800억원을 투입했다. 이는 지난 분기에 이은 역대 최대치다.
또 반도체 9조8000억원, 디스플레이 3000억원 등 시설투자에 10조7000원을 사용하며 1분기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 기조를 꺾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이를 기반으로 2분기에는 하이엔드 제품용 수요에 적극 대응해 기술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우선 가장 타격이 큰 메모리 부문의 경우 D램에 대해 서버용 신규 CPU 출시와 AI(인공지능) 수요 확대에 따른 DDR5와 고용량 모듈 수요, 하이엔드 모바일용 LPDDR5x 수요에 적절한 시기에 맞춰 대응한다.
낸드는 원가 경쟁력을 토대로 전 응용처의 고용량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모바일 QLC(쿼드러플 레벨 셀·Quadruple Level Cell) 시장 창출과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추구한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는 고객사 재고 상황이 점차 개선돼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2나노 설계 기초 인프라는 개발이 큰 문제 없이 진행되고 있고 고용량 메모리 집적 기술인 8단 HBM3 2.5D 패키지 기술 개발을 마쳐 향후 생성형 AI용 제품을 지원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수요 상황이 이어지면 2분기에도 메모리 가격이 급등하기 힘들다는 판단에 생산을 탄력적으로 운영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D램도 현재 업계 전반으로 1분기 적자를 면치 못했고 낸드 적자 폭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상황을 반영해 탄력적으로 재고가 많은 제품을 중심으로 탄력적인 생산을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업계 감산 효과가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생산 조절 영향이 더해지면 3분기부터 시황 개선과 함께 수급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며 “수급이 안정화되고 재고도 적정 수준으로 감소할 때까지 현재 보수적인 생산 계획을 유지해 실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동시에 SK하이닉스는 투자를 최소한으로 운영하고 차세대 제품을 중심으로 업계 선두 기술 경쟁력을 유지할 계획이다. 이는 삼성전자와는 다소 엇갈린 방향이다.
챗GPT 등 AI용 고성능 서버 시장 규모 확대와 고용량 메모리를 채용하는 고객이 늘어나는 점을 고려해 서버용 DDR5, HBM과 같은 고성능 D램, 176단 낸드 기반 SSD, uMCP 제품 중심 판매에 집중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따라 올해 연결 기준 투자를 지난해 대비 50% 이상 줄여 집행 중”이라며 “경쟁력 유지를 위한 필수 투자를 제외하고 전 영역 투자를 최소한 운영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올해 수요 성장을 이끌 DDR5, LPDDR5, HBM3 제품 생산을 위한 투자는 집행해 하반기 및 내년 성장에 대비한다”며 “연내 D램 1b nm와 낸드 238단의 양산성을 확보해 시황 개선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겠다”고 강조했다.
■ 여전히 물음표만 남은 美 ‘칩스법’…지정학적 리스크 최소화에 무게
한편 이번 실적 발표와 동시에 미국 반도체과학법(Chips Act, 이하 ‘칩스법’)도 조명되고 있다.
자국 내 반도체 신규 투자 기업에 보조금과 세액공제 지원을 주축으로 하는 칩스법 영향권 안에 국내 기업들도 있다 보니 칩스법이 가져올 리스크와 협상 방향 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수도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반도체, 배터리 등 양국 협력이 활발한 분야에 대해 공동연구 합의 등을 담은 ‘워싱턴 선언’을 발표한 바 있다.
칩스법이 국내 기업에게 유리한 조건이 아니니 만큼 국내에서는 두 정상의 이번 만남에서 구체적 해법이 나오길 기대했지만 양국이 긴밀한 협의를 지속한다는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 산업을 기반으로 미국 경제를 다시 재건하려는 것이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게 아니다”라며 “한국에서도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어 ‘윈윈’이며 피해 최소화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양사 모두 지정학적 리스크 최소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지정학적 리스크 및 시장 수요에 따라 다각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현재는 중국 팹(Fab:반도체 생산라인) 운영에 특별히 큰 변화는 없는 상황"이라며 "사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중국 내 팹도 안정적 운영을 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업계 의견을 수용하고 개별 기업과 협상을 통해 구체화할 것이고 이러한 절차에 동참할 예정”이라며 “다양한 가능성 혹은 시나리오에 대해 검토하고 있고 가능한 지정학적 리스크 최소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