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금리 올리는 저축은행…자금이동 대비 나서나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시중은행과 비슷한 금리를 제공하던 저축은행이 자금 이탈 가속화에 대응해 수신금리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26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OK저축은행은 이달 24일 'OK e-안심정기예금'(12개월) 상품의 금리를 기존 3.80%에서 4.50%로 0.70%포인트(p) 상향했다. 이 밖에 △OK정기예금 3.50%→4.20% △OK e-정기예금 3.70%→4.40% △OK안심정기예금 3.60%→4.30%으로 모두 0.70%씩 금리를 인상했다.
OK저축은행은 이달 3일에도 정기예금 금리를 0.30%p 인상한 바 있다. 이번 인상까지 이달에만 금리를 1%p 인상한 것이다.
웰컴저축은행도 이달 3일 정기예금과 e-정기예금, m-정기예금 금리를 기존 3.50%에서 3.70%로 올린 데 이어 18일 4.10%, 20일 4.40%, 24일 4.50%까지 끌어올리며 한 달 새 1%p 높였다.
일부 저축은행이 수신금리를 올리면서 저축은행업계의 정기예금 평균금리도 상승했다. 전일 기준 저축은행 정기예금(12개월) 평균금리는 3.85%로, 전월 3.75%와 비교해 0.10%p 높아졌다.
저축은행이 수신금리를 올리는 것은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저축은행은 지난해 6%대 예금상품을 내놓으면서 공격적으로 자금을 끌어모았다. 하지만 높은 이율을 제공하면서 조달비용 부담이 커지자 수신금리를 인하해왔다. 시중은행의 예금금리가 인하된 것도 저축은행의 수신금리 인하에 영향을 줬다.
지난해 1~11월 증가세를 보인 저축은행 수신잔액은 같은 해 12월부터 내림세로 돌아섰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상호저축은행 수신(말잔)은 118조9529억원이다. 이는 전월 120조7854억원과 비교해 1조8325억원 감소한 수치다.
통상 저축은행은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해 자금을 확보한다. 하지만 최근 시중은행과 수신금리에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아 고객 입장에서는 굳이 저축은행에 돈을 맡길 이유가 없어졌다.
또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저축은행의 부실 우려가 제기된 점도 자금 이탈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다.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위험노출액(익스포저) 지수는 2018년 123.1에서 지난해 3분기 249.8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저축은행의 연체율 증가도 고객이 자금을 빼가는 이유로 꼽힌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총여신 연체율은 3.4%다. 이는 전년 2.5%와 비교해 0.9%p 상승한 것이다. 같은 기간 고정이하여신비율 역시 3.4%에서 4.1%로 0.7%p 높아졌다.
다만 저축은행업계는 유동성이 충분한 상황이며, 만기에 맞춰 금리를 올렸을 뿐이라고 자금이탈 우려를 일축했다.
웰컴저축은행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4월과 5월에 만기가 몰려 있어 정기예금 금리를 올린 것"이라며 "유동성 비율도 150%~200%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형사의 경우 유동성 비율이 잘 관리되고 있고, 일부 소형사의 경우 자금이탈 등 어려움이 있을 수 있을 것"이라며 "어려운 곳이라고 해도 대부분은 유동성 비율이 100% 이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저축은행을 둘러싼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안정적으로 잘 관리되고 있다"면서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하고 있고, 예금자보호도 적용되기 때문에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