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저축은행 파킹통장 금리…업계 "고금리 제공할 유인 없어"
애큐온저축銀, 한 달 새 0.9%p 내려
SBI‧OK 등 업권 전반서 줄줄이 인하
정기예금 평균금리도 전월比 0.9%p↓
"예대마진 축소‧부실대출 등 부담 커"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지난해 연 4~5%의 고금리를 제공하며 인기를 끌었던 저축은행 '파킹통장'의 금리가 3%대 초반까지 내려가면서 저축은행에서 자금이 이탈하고 있다.
파킹통장이란 수시 입출금이 가능하고 하루만 맡겨도 이자를 지급하는 계좌로, 자금을 단기간 보관하기에 유리한 상품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애큐온저축은행은 이달 23일 '머니쪼개기 통장' 금리를 연 3.6%에서 연 3.2%로 0.4%p 내렸다. 이달 13일 연 4.1%에서 0.5%p 내린 데 이어 재차 금리를 내려 2주가 채 되지 않아 총 0.9%p를 인하한 것이다.
JT친애저축은행 역시 같은 날 파킹통장 상품 '비대면플러스입출금통장' 금리를 연 3.6%에서 연 3.3%로 0.3%포인트(p) 인하했다. 이 상품은 올해 1월 초까지만 해도 연 4.0%의 금리를 제공했다.
하나저축은행도 이달 22일 '하이(High)에나 보통예금' 금리를 연 2.8%에서 2.4%로 0.4%p 낮췄다.
OK저축은행은 'OK읏백만통장Ⅱ' 금리를 0.5%p 인하했으며, SBI저축은행은 '사이다뱅크 입출금통장' 금리를 연 3.2%에서 연 3.0%로 0.2%p 인하했다. 페퍼저축은행도 '페퍼스파킹통장2'의 금리를 3.8%에서 3.2%로 인하했다.
파킹통장뿐 아니라 정기예금 금리도 낮아졌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전일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정기예금(12개월) 평균금리는 3.81%다. 이는 1월 31일 기준 4.71%와 비교해 0.90%p나 낮아진 수치다. 지난해 12월 31일 5.37%와 비교하면 1.56%p나 차이가 난다.
저축은행들이 이처럼 급격히 금리를 낮추는데는 수신금리 상승에 따른 예대마진 축소와 시장금리 인하가 꼽힌다.
저축은행 수신금리는 지난해 기준금리가 꾸준히 인상되면서 시중은행과의 금리 경쟁에 불이 붙어 최대 6~7% 수준까지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수신금리 상승에 따른 예대마진 축소로 실적 악화 우려가 제기됐다. 법정최고금리가 20%로 제한된 상황에서 수신금리가 높아지면서 수익이 악화한 것이다.
이에 저축은행들은 파킹통장과 정기예금 등 수신금리를 다시 낮추기 시작했고, 금리가 낮아지면서 수신잔액 증가세도 둔화하기 시작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저축은행 수신잔액은 120조2384억원이다. 이는 전월 121조3572억원과 비교해 1조1188억원(0.92%) 감소한 수치다.
업계에서는 저축은행이 금리를 올릴 수 있는 유인이 없어 당분간 고금리 상품을 내놓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시중은행 수신금리가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조달비용 부담이 심화, 부실대출 우려 등도 수신금리 인상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저축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시중은행들이 예금금리를 올리면서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수신금리를 높여왔다"면서 "최근 시장금리가 하락한 만큼 금리경쟁을 통해 자금을 유치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간 수신경쟁으로 수신금리가 과도하게 높게 책정된 면도 있다"면서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책정해 자금을 유치하는 저축은행으로서는 시장금리가 낮아진 상황에서 금리를 높게 책정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저축은행업계 다른 관계자는 "저축은행 차주는 대부분 신용점수가 낮은 다중채무자로, 고금리 시기 부실대출 위험이 높다"면서 "법정최고금리 제한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손충당금 적립 등을 감안하면 수신금리를 높이기에는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대출 부실화 우려, 시장금리 하락 등 저축은행이 수신금리를 올릴만한 유인이 없는 상황"이라며 "당분간은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을 출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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