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본에선(568)] 후쿠시마 원전사고 수습에 10원도 부담하지 않는 도쿄전력에 일본인들 부글부글
정승원 기자 입력 : 2023.04.21 11:20 ㅣ 수정 : 2023.04.21 11:20
후쿠시마 원전사고 기업 배상비용 80조원 필요한데도, 일본정부 도쿄전력 등에 책임 부과 미적대며 결과적으로 국민세금으로 충당하려는 움직임에 시민들 불만 확산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대한 배상책임으로 매년 일본 정부에 지불해오던 ‘특별부담금’이 올해는 0엔으로 결정되면서 일본인들의 심기를 제대로 건드리고 있다.
주된 원인은 도쿄전력의 2022년 실적이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었기 때문인데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 康稔) 경제산업상이 3월 말일자로 특별부담금 0엔을 그대로 인가하면서 현실이 되었다.
당초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한 기업 측의 배상비용을 우리 돈 80조원에 달하는 7조 9000억 엔으로 계산했다. 구체적으로는 도쿄전력을 포함하여 원자력발전을 활용하는 사업자가 부담하는 ‘일반부담금’과 도쿄전력이 단독으로 지불하는 ‘특별부담금’이 5조 5000억 엔이고 기존에 전력회사들이 부담하던 탁송요금(송전선 사용료)에도 추가비용 2조 4000억 엔을 책정하였다.
마지막까지 원자력발전소를 살리려던 도쿄전력의 판단미스로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사고지만 사실상 모든 전력회사가 막대한 배상금액을 짊어지게 되었고 일본 정부는 도쿄전력이 배상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파산할 것을 우려하여 원자력 손해배상 및 폐로(廃炉) 지원기구를 신설하여 7조 9000억 엔을 일시 부담하고 도쿄전력에게는 특별부담금을 장기간에 걸쳐 상환 받는 방식을 채택했다.
7조 9000억 엔 중 도쿄전력이 단독으로 부담하는 특별부담금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직후인 2011년과 2012년에는 0엔이었지만 2013년부터 해마다 적게는 400억 엔에서 많게는 1100억 엔씩 상환이 이루어졌다.
구체적인 상환액은 매년 원자력 손해배상 및 폐로 지원기구가 결정하고 경제산업상이 인가해왔는데 경제산업성은 ‘경리(経理)적 기초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가능한 고액’으로 상환 받는다는 기준을 갖고 있었고 세코 히로시게(世耕 弘成) 前 경제산업상은 과거 국회 답변에서는 ‘(특별부담금은 도쿄전력의) 이익에서 지불하는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었다. 즉, 이익이 없다면 부담금도 없다는 해석이 된다.
현재 도쿄전력은 올해 3월로 마감된 2022년 실적에서 3170억 엔 가량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연료비 급등으로 인해 2021년의 56억 엔 흑자에서 다시 적자로 돌아선 결과인데 이를 근거로 원자력 손해배상 및 폐로 지원기구는 2022년 도쿄전력의 특별부담금을 0엔으로 책정했다.
문제는 특별부담금이나 일반부담금 모두 지불액이 적을수록 일본 국민들의 부담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당초 원자력 손해배상 및 폐로 지원기구가 부담했던 비용은 국채로 충당했었고 이로 인해 발생한 이자는 일본 정부가 부담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들의 변제가 늦어질수록 이자도 덩달아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대해 비영리법인인 원자력 자료정보실 측은 ‘전력회사들의 임직원 평균 급여는 이미 원전사고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경영이 어렵다고 하지만 전혀 지불하지 못할 상황이 아님에도 국민부담으로만 전가하는 것은 불공평하다’면서 ‘향후 원전사고 배상액이 더욱 늘어날 것이 자명하므로 전체적인 변제구조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특별부담금의 인가권리를 쥐고 있는 경제산업성 측은 ‘지금까지도 적자인 해에는 특별부담액을 면제했다. 불공평하다는 의견이 있지만 방법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기업들의 경제적, 도덕적 책임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