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현대차그룹, 미국 '전기차 보조금 뒤통수'에 2가지 전략으로 맞대응

남지완 기자 입력 : 2023.04.19 05:00 ㅣ 수정 : 2023.04.19 05:00

미국 현지 전기차 전용공장 건설과 리스 시장 공략에 박차
2025년 미국 시장 공략 위해 현지 전기차 전용공장 준공 추진
상업용 전기차 점유율 30% 목표... 7500달러 세액공제 혜택 정조준
완성차 업계, 윤대통령 24일 미국 방문에 지원방안 논의 기대감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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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차그룹]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발효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미국 현지 전기차 전용공장(HMGMA) 건설과 리스(lease: 임대)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

 

이는 현대·기아차가 미국에 현지 공장을 건설하는 등 미국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전기차 보조금 혜택에서 제외되는 '뒤통수'를 맞은 데 따른 대응책으로 풀이된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17일(현지시간) IRA 발효에 따른 전기차 세액공제(보조금) 대상 차종을 발표했다. 보조금 지급 리스트에는 △쉐보레의 볼트, 블레이져, 이쿼녹스, 실버라도 △테슬라의 모델3, 모델Y △크라이슬러의 퍼시피카 플러그인하이브리드 △포드의 F-150 라이트닝 △링컨의 에비에이터그랜드 등 총 16종의 전기차가 포함됐다. 

 

그러나 현대·기아차는 이번에 미국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전기차 대상 차종에서 제외됐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보조금 지급 리스트에는 현대차·기아를 비롯해 독일 브랜드 벤츠, BMW, 아우디, 일본 브랜드 도요타, 닛산 등이 모두 제외됐다”며 “이는 미국의 철저한 자국 우선주위 정책이 추진된 것이며 기업 역량과는 별도로 바라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즉 현대차·기아가 미국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미국 정부 정책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게다가 현대차·기아는 미국에 전기차 생산시설이 없어 이번 IRA에 발효에 목소리를 높이기도 쉽지 않다.

 

보조금 리스트에 포함된 차종이 판매되면 기업은 차량 한 대당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보조금 리스트에 포함되려면 북미산 부품을 활용하고 현지에서 차량을 생산해 판매해야 한다.

 

또한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에서 제조한 배터리 부품을 50% 이상 사용하거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가공한 핵심광물을 40% 이상 사용하면 3750달러(500만원) 수준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현대차·기아가 이번 리스트에 빠졌지만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해석할 수는 없다.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 거의 대부분이 IRA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기아는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미국 공장 건설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미국에서 생산한 전기차라는 IRA 요건을 준수하기 위해서다. 이 뿐 아니라 IRA 준수 요건과는 관계없이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리스 시장도 적극 공략할 방침이다.

 

게다가 윤석열 대통령이 이달 24일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있어 정부가 미국과 접촉해 현대차그룹 사업을 지원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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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미 조지아 주에 전기차 전용공장(HMGMA(을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사진=현대차그룹]

 

■ 현대차그룹, 7조3000억원 투자해 美 전기차 시장에서 불씨 살린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말 미국 전기차 전용공장(HMGMA) 기공식을 개최하며 미국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HMGMA는 미국 조지아 주(州) 브라이언 카운티(Bryan County) 1183만㎡(약 358만 평) 부지에 총 55억달러(약 7조3000억원) 규모가 투입돼 건설되고 있다. 이 공장은 연간 3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를 갖추게 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IRA 보조금 지급 리스트에 현대차·기아 차량이 제외돼 현대차·기아가 단기적으로 난처한 상황에 처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현재 미국 전체 자동차시장에서 전기차 시장점유율은 5.8%에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미국 전체 완성차 판매량 1380만여대 가운데 80만여대에 불과하다. 게다가 전기차 시장에서 60% 이상의 시장점유율은 테슬라가 차지하고 있고 포드(7.6%), 현대차·기아(7.1%)가 그 뒤를 잇고 있다.

 

포드는 지난 2월 전기차 'F-150' 화재에 따른 차량 양산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이에 따라 앞으로 1~2년 동안에도 테슬라를 제외한 미국 완성차 기업의 전기차 양산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HMGMA 건설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전기차를 미국 현지에서 충분하게 양산할 수 있다면 2025년 미국내 전기차 패권을 잡는 것도 꿈이 아닐 수 있다"고 설명했다.

 

■ IRA에 맞서 리스·렌탈 판매에 가속페달 

 

HMGMA는 2025년 상반기 준공될 예정이어서 현대차그룹이 당장 IRA 불이익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에 따라 현대차·기아는 현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미국 리스시장 공략이라는 특단의 대책을 내세웠다.

 

미국 정부가 지난해 말 상업용 전기차에 대해 세액공제 혜택을 추가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점도 리스시장 공략에 주된 이유 가운데 하나다. 상업용 전기차는 북미 내 최종 조립, 배터리와 핵심 광물에 대한 조건과 관련 없이 7500달러의 세액공제가 적용된다.

 

하이투자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재구매 옵션이 없는 리스 차량, 법인 차량은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된다. 즉 리스 차량과 렌터카 등이 상업용 전기차로 분류된다고 볼 수 있다. 

 

조희승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기아가 법인, 리스 회사 등에 전기차를 판매하면 한 대당 7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미국 상업용 전기차 시장에서 다른 자동차업체와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됐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HMGMA가 완공되기까지의 1~2년의 과도기에 현대차그룹은 리스 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경쟁력 있는 리스료를 정해 기존 3~5% 수준인 상업용 판매 비중을 30%대 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 윤대통령 미국 방문에 현대차·기아 등 완성차 업계 기대감 커져

 

현대차·기아가 △HMGMA 준공 △리스 시장 공략을 통해 IRA에 정면 대응하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 지원이다.

 

윤 대통령을 비롯한 70여명의 경제사절단은 오는 24일 미국을 방문해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미 정부 관계자들과 26일 정상회담을 갖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현 정부는 바이든 정부 출범 후 두 번째로 미국을 방문하는 국빈이 되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국빈만찬을 포함해 현지 일정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며 한-미 동맹 성과를 축하하고 동맹의 미래 발전 방향에 관해 심도있는 논의를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재계에 따르면 경제사절단 70여명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이 포함된 것으로 됐다고 알려져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이번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한국 완성차 업계를 대표하는 현대차그룹 지원 방안도 심도있게 얘기할 가능성이 크다"며 "테슬라를 제외한 모든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의 미국내 전기차 시장점유율이 차이가 없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 이번 방미 기간에 국내 완성차를 지원하는 결과물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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