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실습생 인권침해 사고에 30년 만에 폐지카드 만지작거리는 일본 정부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개발도상국에서 온 외국인이 일본에서 배운 기술을 모국으로 갖고 돌아간다는 명목으로 만들어진 기능실습제도의 개편을 일본 정부가 예고했다.
이번 달 10일에 열린 정부관계자 회의에서는 대부분 동남아에서 찾아오는 기능실습생들이 일본 농어촌의 인력난을 메우기 위한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지만 인권침해와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현실을 감안하여 30년간 이어진 기능실습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대신 기존의 인재육성 목적에 인재확보라는 의미를 더하여 단순노동을 마치고 귀국하는 것이 아닌 특정기능비자로 연계하여 일본에서 장기 체류하며 노동력을 제공할 수 있게 새로운 제도를 만든다는 방침이다.
1993년에 시작된 기능실습제도는 87개 직종에서 최장 5년간 일할 수 있는 비자를 발급해주는 제도지만 개발도상국에 선진기술을 이전한다는 표면상 목적과 실제로는 단순노동에 그친다는 현실 간의 괴리를 끊임없이 지적받아왔다.
여기에 일본으로 오기 위해 큰 빚을 지고 브로커를 경유하는 사례가 많고 일본 내 이직이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임금체불과 폭행 등의 인권침해 문제가 끊이질 않았다.
한편 2019년에 새로 도입된 특정기능제도는 전문성을 가진 외국인 노동자가 인력이 부족한 12개 분야에서 1호 비자로 최장 5년 간 근무한 후 2호 비자를 취득하면 영주권을 부여한다. 기능실습제도와는 달리 이직도 가능하고 2호 비자를 취득하면 가족동반도 가능하여 관련 비자를 신청하는 외국인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때문에 외국인들의 비자를 관리하는 법무성을 포함하여 진행된 정부관계자 회의에서는 기능실습제도에 대해 ‘인재육성을 통한 국제공헌이라는 명분만 갖고 단순 노동자를 계속해서 받아들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30년간 이어진 기능실습제도를 폐지하고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문제는 어떻게 폐지하고 새로운 제도로 만들어 내는가이다. 회의에서는 ‘특정기능제도를 흡수하여 기술수준에 따라 발급되던 기존 1호, 2호 비자에 0호 비자를 추가해야 한다’는 찬성파와 ‘단순히 기능실습제도를 폐지한다고 인권상황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는 반대파의 의견들이 섞이면서 혼란이 계속됐다.
여기서 더 파고들면 일본의 정치적 사정도 숨어있다. 1999년에 내각 결의된 고용대책 기본계획에서는 외국인노동자 초청을 전문 분야에서는 적극적으로 추진하되 반대로 단순노동자는 국민여론을 고려하여 신중히 대응해야 한다고 명기했다.
이러한 기본계획을 주도한 것은 이민이 활발해질 것을 우려한 자민당의 보수파로 이들은 현재도 외국인들의 유입에 신중론을 내세우며 만에 하나 발생할지도 모를 자민당의 영향력 약화를 경계하고 있다.
그럼에도 법무성은 총리관저의 양해를 얻어 신중하게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 공표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기능실습제도의 존속과 완전 폐지를 주장하는 의원들 사이에서 어떤 내용들을 새로 담아낼 수 있을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