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 이틀 동안 4조원 투자 유치, '투자 유목민'의 비교우위 드러내
김동연 경기도 지사가 취임 이후 첫 해외방문에 나섰다. 9일부터 15일까지 미국 미시간, 뉴욕, 코네티컷, 펜실베니아, 버지니아 등 5개 지역을 그리고 16일~19일까지 일본 도쿄, 가나가와현을 방문한다. 미국과 일본의 6개 기업으로부터 4조3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게 이번 해외방문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임은빈 기자] "매일 같이 짐을 싸고 미국 이곳 저곳을 이동하다보니 '투자 유목민'이된 것 같다는 말을 듣고 재미있게 웃은 일도 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방문 나흘째를 맞이한 김동연 경기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같이 밝혔다. 김 지사는 이어 "첫 이틀은 우리 경기청년들을 해외로 보내는 청년사다리사업에 주력했고, 어제와 오늘은 투자유치에 온 힘을 쏟았다"고 설명했다.
또 "어제 오늘 이틀 동안 세계 일류 4개사를 방문했고 4조원이 훌쩍 넘는 투자를 유치했다. 수소, 반도체 산업용 가스 생산, 수소 기반 친환경 물류센터와 반도체 소재 연구소 등 모두 첨단신산업 분야"라며 "이번 투자 유치를 통해 경기도의 첨단산업 생태계를 강화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4일 동안 미국 5개주(미시간주/뉴욕주/코네티컷주/펜실베이니아주/버지니아주), 6개 도시(디트로이트/앤아버/뉴욕/댄버리/앨런타운/애넌데일) 1만2611km를 오가는 강행군 끝에 이룬 성과"라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이번 출장 중에 만난 4개사 회장들과 격의 없이 토론하며 경기도가 나아가는 첨단산업과 친환경 탄소중립 분야에 대한 정책 의지를 표명했다"며 "모두들 전적으로 공감하며 이번 투자 외에 대규모 추가 투자 의사를 밝혀 무척 고무적이었다. 서로 계속 협력하며 투자에 대한 논의를 하기로 했다"고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김 지사는 "내일 아침 일찍 버지니아주로 이동한다"며 "주지사와 전화 통화를 하고, 기자와 교포간담회로 미국 출장 일정을 마무리하려 한다"고 설명하며 나흘째 일정을 마무리했다.
김 지사는 13일(현지시간) 하루에 3조5000억원이라는 대규모 투자유치 성과를 기록했다.
우선 5000억원 규모의 반도체 산업용 가스 생산시설 투자 협약을 맺었다. 김 지사는 이날 오전 펜실베니아 앨런타운에 위치한 에어프로덕츠 본사에서 세이피 가세미(Seifi Ghasemi) 에어프로덕츠 회장, 윌버 목(Wilbur W.Mok) 에어프로덕츠 아시아 사장, 김승록 에어프로덕츠 코리아 사장과 5000억원 규모의 반도체 산업용 가스 생산시설 투자를 위한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에어프로덕츠의 추가 투자는 김 지사의 투자유치 노력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진 사례다. 김 지사는 지난해 11월 24일 옛 경기도지사 공관인 도담소에서 투자 결정을 앞둔 5개 미래 성장 혁신기업 최고경영자(CEO)를 초청해 투자유치 라운드테이블을 열었는데, 그 가운데 에어프로덕츠 코리아 김승록 대표도 참석했었다.
당시 김 지사는 "어떤 지방정부나 심지어는 중앙정부보다 적극적으로 기업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하며 기업들의 투자를 독려했다. 행사 후 김승록 대표는 김 지사에게 에어프로덕츠 미국 본사 방문을 요청했고 5000억원 투자유치가 현실이 됐다.
김 지사는 이런 사실을 떠올리며 "지난해 도담소에서 김 대표님을 만났을 때 현지 기업을 방문해서 상황을 직접 보고 경기도 투자에 대해 생생한 목소리를 청취하겠다고 했는데 이렇게 방문하게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그는 "이번 투자로 경기도는 세계적 반도체 소부장 클러스터 조성, 도내 중소기업을 위한 좋은 기회, 반도체를 넘어 수소 산업까지 이어지는 미래먹거리 확보라는 세 가지 효과를 얻게 됐다"며 "더 큰 협력관계를 맺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세이피 가세미(Seifi Ghasemi) 에어프로덕츠 회장은 "단순히 고객사와 제품만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 가면서 기업에, 나라에, 인류에 도움을 주려고 한다"며 "앞으로도 경기도에 많은 투자를 하겠고 많은 협력관계도 기대한다. 에어프로덕츠가 보유한 기술을 통해 탈탄소를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말했다.
투자 양해각서에 따라 에어프로덕츠사는 5000억원을 투자해 경기도에 반도체 산업 필수 소재인 산업용 가스 생산설비를 증설할 계획이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민을 우선 채용하기로 해 신규고용 창출도 예상된다.
1940년 설립된 에어프로덕츠는 세계적인 산업용 가스업체로 반도체, 석유화학, 식음료, 첨단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제조업 분야에 산업용 가스와 관련 설비를 공급함으로써 연간 127억 달러(한화 16조4800억 원)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또 약 3조원 규모의 탄소 저감 친환경 복합물류센터를 조성하는 초대형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김 지사는 이날 오후 뉴욕으로 이동해 뉴욕 렉싱턴애비뉴에 위치한 ESR그룹 주주사이며 글로벌 사모주식펀드 회사인 W본사에서 ESR켄달스퀘어(주)와 투자유치 행사를 진행했다.
물류 부동산 개발 및 운영회사인 ESR켄달스퀘어(주)는 협약에 따라 7년간 약 23억 달러(한화 약 3조 원)를 투자해 경기도 내 최대인 100만㎡ 규모의 친환경 복합물류센터를 개발할 예정이다. 친환경 복합물류센터에는 △수소 물류시스템(수소충전소, 수소 지게차 등) △드론 배송 및 운영센터 △스마트팜 △신산업 테스트베드 등이 들어설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사는 "수소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친환경 복합물류센터를 조성하면서 신기술·신산업을 실증, 실험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 효과도 얻을 수 있다"며 "단순 물류가 아니라 미래 유망 신산업을 이끌어갈 새로운 기회의 장이라는 점에서 좋은 인상을 받았다.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남선우 ESR켄달스퀘어 대표는 "경기도와 협력해 이 프로젝트가 친환경에도, 지역 주민에도, 경기도 경제에도 도움을 주는 사업이 되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경기도는 친환경 복합물류센터 조성을 통해 수도권 물류난 해소, 신재생에너지 활용, 대규모 고용 창출, 경제 활성화 등의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규 고용효과만 5000여명, 경제 유발효과 2조5000억원, 연간 130억원 이상의 세수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ESR켄달스퀘어(주)는 2014년 글로벌 부동산 운영 및 투자사인 ESR그룹이 합작 설립한 국내 최대의 물류센터 투자 및 개발 플랫폼 외투기업이다. ESR은 글로벌 기준 1495억 달러(한화 193조8900억 원) 규모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물류 투자기업으로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호주, 인도 등 아시아 태평양(Asia-Pacific)지역을 거점으로 활발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