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투자증권, 사회 부문 약진해 증권업계 '중위권' 진입…유창수號 '임팩트 투자'가 주효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은 국내 1040개 상장회사들의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3가지 부문에 대한 분석결과를 토대로 한 ESG 평가 및 등급을 연 4회 발표하고 있다. ESG등급은 재무적 가치를 넘어선 비재무적 가치를 측정하는 대표적 경영 지수로 자리잡고 있다. KCGS의 등급을 기초로 국내 주요기업들의 ESG 경영 실태를 취재·보도한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한국ESG기준원(KCGS)으로부터 종합 C(취약)등급을 받아 ESG '낙제생'이었던 유진투자증권(대표 유창수, 고경모)이 지난해 사회 투자를 확대하며 종합 B등급으로 올라섰다.
특히 세부 지표 중 사회 부문이 C등급에서 B+로 대폭 상승했다. 유창수(60) 대표가 핵심 경영방침으로 삼았던 '사회공헌'이 빛을 발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증권사의 ESG경영 수준은 다른 업종에 비해 낮은 편이다. 지난 해 기준으로 낙제점인 C, D 등급을 받은 곳이 7개사에 달한다. 유진투자증권은 ESG경영 역량 측면에서 업계 중위권 반열에 오른 셈이다.
유진투자증권은 내년 창립 70주년을 앞두고 '금융투자의 모범을 선도하는 신뢰받는 일류 증권사'를 목표로 중장기 경영전략을 추진하고 있는데, 그 핵심 과제로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ESG 경영'을 선정했다. 별도의 벤처투자조합을 설립해 초기 성장기업과 사회적 기업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는 등 증권사로서 할 수 있는 사회적 역할을 강화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 지난해 첫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10년 후 '모범 선도 일류 증권사' 목표"
유진투자증권은 지난해 5월 창립기념일에 맞춰 자사의 첫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했다.
해당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유진투자증권의 ESG 경영 강화 의지를 대내외적으로 내비치고, 이해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해 제작됐다.
이 보고서에는 지배구조와 리스크 관리, 윤리경영 등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기본 정보 외에도 금융소비자보호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사회책임 투자 등 금융투자업계의 ESG 관련 주요 이슈에 대한 활동 내용도 담겨있다.
유진투자증권은 ESG 경영을 본격화하기 위해 2021년 8월부터 보고서 제작에 돌입했으며, 약 9개월 간에 걸쳐 완성했다. 특히 지속가능경영 활동의 중요성을 임직원들에게 인지시키고, ESG 경영전략을 함께 수립하자는 의미로 임직원들이 직접 기획부터 원고 작성, 디자인 작업까지 맡았다.
유창수·고경모 대표는 보고서를 통해 “당사는 10년 후 ‘금융투자의 모범을 선도하는 신뢰받는 일류 증권사’가 된다는 목표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지속가능 경영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강조했다.
유진투자증권은 해당 보고서 발간 이후 KCGS의 ESG 관리체계 중 'S8: 이해관계자소통' 부문에서 업종선도기업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송경재 유진투자증권 전략기획실장은 “ESG 경영 강화에 대한 유진투자증권의 의지를 담아 이번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게 됐다”면서 “정기적으로 보고서를 발간하여 이해관계자들과 ESG 관련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고, ESG 관련 활동도 꾸준히 실천해 선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 사회(S)부문= C→'B+' 약진…사회적 기업인 유니크굿컴퍼니와 리하베스트 등에 '임팩트 투자' 단행
유진투자증권은 사회(S) 분야의 ESG 경영에서 특히 강점을 보이고 있다. 유창수 대표는 '사회공헌'을 핵심 경영방침으로 삼고 있다.
우선 '초기 성장기업 연계 투자 강화'와 '사회적 투자 확대' 두 가지 축을 중심으로 DT·IT와 바이오, ESG 관련 산업에 활발히 투자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2021년에는 서울 성동구청과 함께 '성동임팩트 벤처투자조합'을 결성하고 사회적 기업인 유니크굿컴퍼니와 리하베스트 등에 '임팩트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임팩트 투자는 재무적 수익과 사회·환경적 가치를 함께 추구하는 투자를 말한다.
유니크굿컴퍼니는 현실에서 즐기며 상호작용이 가능한 인터랙티브 콘텐츠 플랫폼 '리얼월드'를 서비스하고 있는 사회혁신 기업이다. 또 리하베스트는 식품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업사이클(재활용에 디자인을 가미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등 새 제품으로 만드는 일체의 행위)해 식품을 제조하는 기업이다.
유진투자증권은 앞으로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고민하는 기업들에 신기술투자조합이나 임팩트 펀드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ESG 투자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또 유진투자증권은 자사 리서치센터를 통해 매주 국내 ESG 동향을 살펴보는 'ESG 위클리(Weekly)' 보고서를 발행하고 있다.
일정 시기마다는 인뎁스(In-Depth, 깊이 있는 분석) 리포트를 발간해 국내 ESG 이슈를 심도 있게 분석하기도 한다. 또 '매칭펀드 후원'이나 '임직원 1인 2봉사활동', '그룹 연계 기부'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 환경(E) 부문='유진의 숲' 조성하고 있으나 3년 연속 'C'
이처럼 사회 분야에서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뤘지만, 환경 분야에서는 2020년부터 3년 연속으로 C등급을 받으며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다. 사회적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것과 달리, 환경 분야의 투자에서는 미흡한 평가를 받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환경 관련 비영리법인 기후솔루션이 국내 주요 금융기관을 조사한 결과, 국내 증권사 중 9곳이 주요 탈석탄 조치 중 한개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에는 유진투자증권이 포함된 바 있다.
다만 유진투자증권은 자체적으로 나무를 심고 숲을 조성하는 등 다른 방향의 환경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의 대표적인 환경 관련 사업은 2014년 창립 60주년을 맞아 시작한 '유진의 숲' 조성 사업이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400그루의 나무를 심어 '제1유진의 숲'을 조성했으며, 이어 네 차례에 걸쳐 2019년까지 같은 사업을 진행해 '제4유진의 숲'까지 조성했다. 2018~2019년에는 경기도 안산시 대부도에 유진정원을 만들기도 했다.
해당 사업으로 유진투자증권이 조성한 생태공원은 총 2700여평 규모다.
이외에도 강원 산불피해 복구 후원이나 미국 허리케인 복구 성금 후원 등 파괴된 자연을 복구하기 위한 기금을 조성해 지속적으로 기부하고 있다.
■ 지배구조(G) 3년 연속 B등급…AI 기술 도입해 소비자보호 강화
유진투자증권은 지배구조 분야에서 3년 연속 B등급을 받으며 평균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금융상품의 불완전판매를 예방하고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금융상품 설명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다.
AI 휴먼솔루션 전문업체 '딥브레인AI'와 협업으로 도입한 해당 시스템은 AI 가상인간 엔진과 고도화된 텍스트 음성 변환(TTS)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금융상품 관련 텍스트를 시스템에 입력하면, AI 기술로 구현된 가상인간이 음성과 모션으로 해당 내용을 설명하는 방식이다.
유진투자증권은 불완전판매를 예방하기 위해 시스템을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금융회사는 투자성 상품을 판매할 때 예상 수익뿐만 아니라 원금손실 가능성과 발생 가능 위험 등을 빠짐없이 투자자에게 고지해야 한다. 상담 매뉴얼은 있으나 해당 과정에서 직원들의 설명 방식 차이가 유발할 오안내를 최소화할 필요가 생겼는데, 해당 시스템이 그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구환 유진투자증권 금융소비자보호실장은 "해당 시스템 도입으로 금융상품의 판매 프로세스를 정비함과 동시에 올바른 설명의무 이행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금융소비자의 권리 보호와 올바른 투자 문화 정착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