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창립 50주년을 맞은 메리츠증권이 지난해 기업금융(IB)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분야에 힘입어 호실적을 기록한데 이어, 올해 리테일 사업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동안 메리츠증권의 수익에서 리테일이 차지하는 비중은 다른 산업 분야에 비해 작았는데, 이를 확장시켜 수익원을 다변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지난해 메리츠증권의 당기순이익 8280억9509만원 중 개인 및 기관 위탁영업과 자산관리상품 판매 등 리테일 관련 수익은 9억3486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수익의 0.1%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증권 업황 부진에도 메리츠증권은 국내 증권사 중 유일하게 영업이익 '1조클럽'에 올랐으며, 당기순이익도 전년 대비 5.8% 성장하는 등 호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지난해 메리츠증권의 호실적을 이끈 것은 주로 IB와 금융수지, S&T 등이었으며, 리테일 분야의 수익은 오히려 급감했다.
메리츠증권의 리테일 수익은 전년(384억460만원) 대비 97.6% 급감했는데, 이는 역머니무브 현상으로 위탁 및 금융상품 관련 실적이 크게 감소한 영향으로 보인다. 또 부동산 침체에 따른 주선수익도 크게 줄었다.
증시가 위축되기 이전에도 메리츠증권의 실적에서 리테일이 차지하는 비중은 다른 증권사 대비 작았다.
2021년 메리츠증권의 순이익은 7829억2454만원이었는데, 그중 리테일 수익의 비중은 4.9% 수준이었다. 여타 증권사들이 자사 영업수익 중 50%를 리테일에서 거두는 것과 비교하면 10분의 1도 안되는 수치다.
이처럼 다른 사업군 대비 리테일 분야가 약했던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말 '슈퍼365 계좌'를 내놓으면서 본격적으로 리테일 고객층을 끌어모으고 있다.
종합투자계좌인 슈퍼365 계좌는 대기자금에 일복리 이자 수익을 제공하고 있으며, 해당 계좌에 보유 중인 현금을 매 영업일 기준 하루 한 번 자동투자 및 매도해 일복리 투자를 할 수 있는 'RP 자동투자 서비스'도 도입했다.
예탁금 이용료와 유사한 형태로 받을 수 있는 이자율도 원화 3.15%, 외화 4.0%씩 적용해 기존 증권사들의 예탁금 이용료 대비 큰 폭으로 제공하고 있다.
거래 수수료도 업계 최저 수준으로 책정됐다. 타사와 달리 가입 요건을 없애고 복잡한 혜택을 계좌 하나에 통합해 가입 시점 무관하게 모든 고객이 수수료 혜택을 볼 수 있다. 온라인 수수료는 △국내 주식 0.009% △해외 주식 0.07%(미국·중국·일본·홍콩) △채권 0.015%다. 또 국가별로 △미국 90% △중국·홍콩·일본 80%의 환전 수수료 우대 할인도 적용받을 수 있다.
이처럼 각종 혜택을 제공한 슈퍼365 계좌는 이달 기준 300억원이 넘는 예탁자산이 몰리면서 성과를 내고 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리테일의 차별화를 위해 개인투자자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지속 개발할 예정"이라며 "금리인상 시기에 증권사로써 고객의 금융 부담을 덜고자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여러 고민을 한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개인 전문투자자 대상 차액결제거래(CFD) 거래 수수료를 0.01%로 대폭 인하해 업계 최저 수준으로 낮췄다.
앞서 해외주식 CFD 미국 프라미켓 거래도 개시한 바 있다. 오후 10시(서머타임 적용시 오후 9시)부터 거래할 수 있으며, 정규장 거래를 포함하면 오후 10시~익일 오전 6시(서머타임 적용시 오후 9시~익일 오전 5시)까지 거래 가능하다.
지난해 부동산PF발 유동성 우려와 글로벌 금리 인상에 따른 증권 업황 불안이 올해도 이어지면서 실적 우려가 여전히 영향을 주고 있는 가운데,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호실적에 힘입어 몇몇 분야로 치우친 사업을 고르게 성장시킨 전략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좋은 성적을 기록했던 IB 등 분야에서는 현 기조를 유지하면서 리테일 사업을 강화해 수익 포트폴리오의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