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 PF대출 연체율 10% 돌파…금감원은 "괜찮다"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국내 증권사들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체율이 10%를 돌파한 가운데, 최근 IMF로부터 지적을 받는 등 이와 관련한 부정적인 신호들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다만 금융감독원은 증권사들의 PF 연체 규모가 작아 시장에 줄 수 있는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이라며 낙관적인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10일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증권사 35곳의 부동산 PF 대출액은 4조5000억원 규모에 연체율은 10.38%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3.71%) 대비 6.67%포인트나 급증한 수치다.
2019년 말 1.3% 수준에 불과했던 증권사들의 PF 연체율은 △2020년 3.37% △2021년 3.71% 등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특히 지난해 9월 말(8.16%)과 비교하면 단 3개월 만에 2.22%포인트나 오른 것이다.
같은 시기 금융권 전체 PF 연체율은 1.19%로 집계됐다. 또 다른 금융사들의 연체율은 △은행 0.01% △보험 0.60% △저축은행 2.05% △여신전문사(카드·캐피탈) 2.20% 등으로 나타나며 증권사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을 보여줬다. 연체율 증가량은 여신전문사를 제외하면 모두 1%포인트 미만으로 확인됐다.
국내 PF 관련 우려는 지난해 정부 정책 등의 수혜를 받기도 했지만, 최근 들어 국내외 기관으로부터 각종 지적을 받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일 금융안정보고서를 내고 비(非)은행권 금융사의 위험을 거론하며 한국의 PF 시장을 언급했다.
IMF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PF 대출은 자금 구조가 취약하고 만기 불일치도 상당하다"며 "한국 PF 대출 연체율이 정점에서 더 오를 가능성은 작지만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등 위험 요인이 생기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당국은 부동산 금융과 관련해 잠재적 채무불이행 우려를 관리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5일자로 SK증권의 기업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기평은 SK증권 보고서에서 등급 전망을 변경한 이유로 △높은 고정비 비중과 비용 부담으로 수익성 부진이 지속되는 점 △시장지위가 저하된 수준에 머물고 있는 점 △지분투자 및 우발채무 확대로 자본적정성이 저하된 가운데, PF 익스포저 관련 재무건전성 관리 부담이 상존한다는 점 등을 들었다.
정효섭 금융2실 책임연구원은 "지난해 말 기준 SK증권의 PF익스포저는 자기자본 대비 50.2%인 3050억원으로 양적부담은 크지 않다"며 "하지만 PF 익스포저 중 브릿지론 비중이 34%, 변제순위상 중·후순위 비중이 77%로 질적 위험이 큰 점은 부담"이라고 분석했다.
정 연구원은 "본 PF 전환 지연으로 브릿지론 부실위험이 가중되고 있고, 본 PF의 경우 중·후순위 및 아파트 외 비중이 확대돼 건전성 저하 위험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며 "지난해 4분기 들어 대구·울산사업장 브릿지론 부실로 자산건전성이 저하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금감원은 증권사들의 PF 연체 규모가 크지 않으며 일부 증권사가 관련 위험을 집중적으로 겪고 있지도 않아 관련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내 금융사들의 PF 대출 연체율은 2012년 말 13.62%를 기록하며 최고점을 찍었는데, 지난해 나타난 연체율은 이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증권사의 PF 연체대출 규모는 5000억원에 불과하며, 이는 증권사 자기자본의 0.7%에 해당하는 작은 수준"이라며 "과거 위기시 도입된 부동산 PF 대출 규제 등으로 연체가 특정 증권사에 집중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감원은 PF 익스포저가 큰 금융사에 대해 개별적으로 건전성 및 유동성 상황을 밀착 모니터링 하고 있다"며 "금융사가 충분한 대손충당금을 적립하는 등 손실흡수 능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도·점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