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소영 기자 입력 : 2023.03.29 05:00 ㅣ 수정 : 2023.03.29 10:42
LG디스플레이, LG전자로부터 1조원 차입 사업구조 개선 위한 총알 장전 차원 OLED 사업 경쟁력 강화 위한 자금 선제적 확보 게이밍용 OLED·투명 OLED 등 특화제품에 주력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김성현 LG디스플레이 최고재무책임자(CFO) 전무가 지난 21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주주 여러분 죄송합니다”라고 언급해 주목 받았다. 이는 지난해 사상 최대 영업적자에 대한 책임자로서의 사과였다.
정호영 대표가 이끄는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전 세계적인 경제 침체와 전방산업 수요 부진 영향으로 창사 이래 역대 최대 규모의 영업적자를 냈다.
올해 상반기도 녹록지 않은 가운데 고강도 체질 개선을 계획 중인 LG디스플레이는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반드시 확보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다.
LG디스플레이에게 LG전자가 구원투수로 손을 내밀었다. LG디스플레이는 LG전자로부터 1조원을 수혈 받으며 하반기 흑자 전환을 노리고 있다.
■ LG전자에 손 벌린 LG디스플레이…1조원 차입
29일 공시자료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LG전자로부터 1조원을 차입하기로 결정했다. 차입 기간은 오는 30일부터 2026년 3월 30일까지다. 이자율은 6.06%로 2년 거치 ·1년 분할 상환 조건으로 한다.
LG디스플레이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 383억원을 달성했지만 이후 △2분기 4883억원 △3분기 7593억원 △4분기 8757억원 등 줄줄이 영업손실을 내 결국 영업적자폭이 2조850억원에 이른다.
이에 따라 2021년 기준 약 3조5000억원에 달했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약 1조8000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LG디스플레이는 차입금 상환 등에 사용할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올해 1월 770억원 규모의 사모사채를, 같은 날 1000억원 규모의 1년짜리 CP(기업어음)를 발행했다.
또한 LG디스플레이는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 3사로부터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받았다. 만일 회사채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발행금리가 상승하기 때문에 자금조달은 더욱 녹록지 않게 된다.
올해 LCD(액정표시장치) 디스플레이를 접고 OLED(올레드·발광다이오드)로 사업구조를 개편하고 IT(정보기술)용 중소형 패널 전환 등 체질개선을 본격화하는 중대 국면을 맞은 시점에서 재무 개선은 반드시 풀고 가야 하는 숙제다. 이번 LG전자로부터의 1조원 차입은 이러한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LG전자와 함께 OLED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사업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선제적 차원에서 자금을 차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 계속되는 위기에 OLED 중심 고강도 체질 개선으로 승부수
LG디스플레이는 회사 관계자 말처럼 경쟁력이 떨어진 LCD 사업을 축소하고 OLED 사업을 늘리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고부가 가치 제품을 판매해 수익성을 높여 프리미엄 영향력(고급화 전략)을 확장할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에 따르면 국내 7세대 LCD TV 팹(생산공장)은 지난해 말을 끝으로 생산이 모두 중단됐다. 남아있는 중국 8세대 LCD TV 팹도 올해 초부터 생산 캐파(CAPA, 생산능력)의 50% 수준으로 규모를 줄여 운영 중이다.
대신 올 하반기 양산 예정인 스마트폰 신규 라인과 내년 상반기에 내놓을 IT용 OLED처럼 수주형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수주형 사업 비중은 지난해 30%, 올해 40% 초반을 기록했으며 오는 2024년에는 50%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
게이밍용 OLED와 투명 OLED 등 LG디스플레 강점을 지닌 제품을 주축으로 시장 창출형 사업에도 가속페달을 밟을 예정이다.
LG디스플레이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양산할 수 있는 투명 OLED는 2019년 상용화에 성공해 사이니지(전자 간판)를 시작으로 모빌리티(이동수단), 건축 인테리어 등으로 적용 분야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급성장하는 전 세계 게이밍 시장 흐름에 따라 주목받고 있는 게이밍용 OLED 시장에서도 LG디스플레이의 활약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말 게이밍에 최적화된 27인치 OLED 패널과 45인치 울트라 와이드 OLED 패널 개발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양산에 들어갔다. 그리고 LG전자를 비롯해 에이수스(Asus), 커세어(Corsair) 등 세계적인 IT(정보기술) 제품 제조사와 게이밍기어 브랜드에 납품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OLED로 사업구조를 바꿔 OLED 매출 비중이 2021년 32%·2022년 40%에서 지난해 4분기 52%까지 치솟았다. 연간 기준으로 2021년 32%에서 2022년 40%로 성장했다.
올해도 OLED 부문의 실적 기여도는 계속 늘어나 전체 매출의 50%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수주형 사업을 계속 늘려 안정적인 수급처를 확보하고 운영 체제를 재편할 계획”이라며 “OLED 프리미엄 TV 입지 강화 전략도 이 같은 계획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시장 창출형 사업으로는 투명이나 게이밍 디스플레이 사업을 계속 추진할 계획”이라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LG디스플레이의 이러한 자구책에도 영업적자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키움증권은 LG디스플레이의 2023년 영업실적에 대해 6712억원에 이르는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신한투자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은 영업적자가 1조4000억원으로 늘어나 연내 흑자전환은 불투명하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예상 흑자전환 시점을) 언급하기 어렵지만 애널 리포트 등을 토대로 올해 하반기에는 턴어라운드(Turnaround·실적개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앞으로 사업이 진행되는 상황을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