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우 기자 입력 : 2023.03.24 07:25 ㅣ 수정 : 2023.03.24 08:25
'단군 이래 최대 IPO' LG엔솔 비중 막대…제외해도 14% 감소 인수대가 100억원 증권사 '0곳'…한국투자證, 45억원 '1위' 지난해 1위 KB증권, 올해는 실적 '0건'…키움·한화證 약진 "연초 IPO 시장, 중소형 위주 회복세"…대어급은 '시기조절'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국내 증권사들의 올해 1분기 기업공개(IPO) 주관 수수료 수익이 전년 대비 70%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 시가총액 1조원이 넘는 '대어급' 매물들이 자취를 감추며 중소형 위주로 전개된 가운데, 알짜배기 IPO를 주관하는 증권사들은 짭짤한 수익을 올리며 수수료 순위 판도에도 지각변동이 생기고 있다.
24일 뉴스투데이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공시를 조사한 결과 올해 1분기 코스피·코스닥 신규 상장(지아이이노베이션·엘비인베스트먼트 포함, 스팩 제외) 기업들이 국내 증권사들에 지불한 IPO 인수대가는 총 175억919만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630억9050만원) 대비 약 72% 급감한 수준이다.
지난해와 올해 기록이 거의 네 배 가까운 차이가 나는 것은 단군이래 최대 규모 IPO로 평가되는 LG에너지솔루션의 영향이 컸다.
LG에너지솔루션 IPO에 참여한 증권사들이 받은 인수대가는 총 892억5000만원인데, 그중 외국계 증권사를 제외한 금액은 428억4000만원이다. 이는 지난해 1분기 IPO 전체 인수대가의 68% 수준이다.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한 수치와 비교해도 전년 대비 14%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는데, IPO 건수가 감소한데다가 중소형 위주로 진행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올해 1분기에는 총 17개의 기업이 IPO를 실시했다. 반면 지난해 같은 기간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해도 올해보다 3개사 많은 20개 기업이 IPO를 진행했다.
지난해 1분기 세 곳의 증권사가 100억원이 넘는 인수대가를 번 것과 달리 올해는 단 한 곳도 없었으며, 40억원을 넘긴 증권사도 한국투자증권이 유일했다.
대어급 IPO가 시장에서 사라진 가운데, 증권사들간의 주관 실적 순위도 지난해와 판이하게 달라졌다. 우선 LG에너지솔루션에 힘입어 다른 증권사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수수료를 거뒀던 KB증권이 올해 한 건의 IPO도 기록하지 못했다.
KB증권의 경우 현재 상장 주관 업무를 맡은 기업 중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시를 청구한 곳도 없는 상황인데, 예비심사 승인에 수개월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반기 내내 IPO 주관 실적을 올리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1~5위권을 차지한 증권사들은 공통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 주관에 참여한 증권사들이다. LG에너지솔루션 IPO 당시 KB증권이 대표주관사로 인수대금 196억3500만원을 받았고, 대신증권과 신한투자증권(당시 신한금융투자)이 공동주관사로 각각 98억1750만원씩을 수령했다. 미래에셋증권과 신영증권은 인수단으로 참여해 8억925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그중 올해도 5위권 안에 안착한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이 유일하다. 미래에셋증권은 3건의 IPO를 통해 18억4225억원의 수수료를 챙기며 4위에 올랐다.
지난해 1분기 인수대가 기준 6위에 자리했던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다섯 계단 뛰어오르며 1위 자리에 등극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총 4건의 대표주관을 수임해 44억8922만원의 수수료를 받았다.
상위권에는 키움증권과 한화투자증권 등 지난해에 볼 수 없었던 '뉴페이스'들도 등장했다.
키움증권은 지난달 꿈비와 샌즈랩을 연달아 코스닥시장에 상장시켰는데, 두 기업으로부터 25억원이 넘는 인수대가를 취하며 2위 자리에 올랐다. 해당 기업들은 각각 상장일에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를 형성한 뒤 상한가)'을 기록하기도 했다.
1분기 인수대가 3위에 오른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첫 상장사인 티이엠씨의 IPO를 주관했다. 한화투자증권이 단독으로 주관사를 맡은 것은 2012년 나노스 상장 이후 약 11년 만이다. 또 한화손해보험 등 계열사 사옥을 자산으로 둔 한화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한화리츠) 상장을 주관하며 10억원이 넘는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지난해 하반기 글로벌 증시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IPO 시장도 냉각기를 지났는데, 올해 들어서는 '따상' 기업들이 속출하며 비교적 온기가 돌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초부터 IPO 시장은 중소형주 위주로 활기를 되찾고 있는데, 최근에는 두산로보틱스나 서울보증보험 등 주목받을 만한 기업들의 상장 추진 소식도 나오며 대형주 IPO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전일에는 지난해 상장 계획을 철회했던 CJ의 자회사 올리브영이 연내 IPO를 재추진할 수도 있다는 증권가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황성진 흥국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올리브영의 실적이 크게 개선돼 IPO를 재추진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온·오프라인 동시 확장 전략이 소비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대형 기업들이 IPO를 섣불리 진행하기보다는 계속해서 적절한 시기를 기다리는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학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낮은 시총의 업체들은 업종에 따라 흥행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높은 시총의 업체들은 상장 시기를 저울질 하는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성현동 KB증권 연구원은 "조 단위 대형 IPO는 지속 연기되고 있지만, 중소형 공모주는 수요예측 절차에서 옥석 가리기가 진행되며 투자심리가 회복되는 분위기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