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우 기자 입력 : 2023.03.14 07:18 ㅣ 수정 : 2023.03.14 07:18
서울보증보험·두산로보틱스 등 상반기 '8곳' 상장 신청 전망 지난해 기록 반년만에 웃도나…패스트트랙·유니콘 특례 예상 지난달 말 공모 평균 경쟁률 765:1…"小기업 흥행 이어질 것"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연초 조 단위 '대어급' 기업들의 기업공개(IPO) 계획이 잇따라 연기된 가운데, 중소형주 위주로 유가증권시장 입성을 추진하는 기업이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여덟 곳의 기업들이 거론되면서 최근 불고 있는 IPO 시장 훈풍이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서울보증보험과 에코프로머티리얼즈, 후성글로벌, 넥스틸, 엔카닷컴 등이 내달 중 한국거래소에 예비상장심사를 청구하는 것을 목표로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또 스마일게이트RPG와 동인기연 등도 상반기 예비상장심사 청구를 추진하고 있으며, 두산그룹 산하 로봇 자회사 두산로보틱스도 연내 상장 절차를 준비하고 있어 올해 상반기 안에 상장심사를 청구할 가능성이 크다.
이중 서울보증보험은 상장 일정을 단축하는 패스트트랙 제도를, 두산로보틱스는 '유니콘 기업 특례 요건'을 각각 활용해 상장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패스트트랙 요건은 개별 재무제표 기준으로 자기자본 4000억원을 웃돈 상태에서 매출액 7000억원(3년 평균 5000억원)과 이익액 300억원(매 사업연도 이익 실현 및 3년 합계 이익 600억원)을 기록하면 된다. 이를 활용하면 통상 45영업일이 걸리는 거래소 상장심사가 20영업일 정도로 단축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서울보증보험의 경우 상장 절차 중 목표 기업가치(3조~4조원 추정)를 인정받지 못할 경우 정부 공적자금 회수라는 본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어 상장 계획을 연기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시되고 있다.
유니콘 기업 특례 요건은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이 1조원 이상이거나, 시총 5000억원 이상 및 자기자본 1500억원 이상의 요건이 충족되면 다른 재무적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두산로보틱스는 현재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예상 시총 5000억원 및 자기자본 1500억원 이상을 충족해 유니콘 특례를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올해 상반기 안으로 8곳의 기업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난해 연간 코스피 상장 건수를 반 년 만에 웃돌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IPO 시장은 글로벌 금리 인상과 증시 부진에 영향을 받아 한 해 동안 코스피에 상장한 기업이 리츠(REITs)를 제외하고 총 네 곳에 불과했다. 현대엔지니어링과 SK쉴더스, 원스토어 등 대어급 매물들은 일제히 증시 불황에 제대로 된 시장 평가를 받기 어렵다는 이유로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올해 들어서도 케이뱅크와 컬리, 오아시스, 골프존카운티 등의 기업들이 상장을 연기하거나 철회하면서 유가증권시장의 IPO 부진이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연초 이후 공모 시장은 코스닥시장의 중소형주 위주로 활기를 되찾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공모주 일반청약 평균 경쟁률은 765대 1로, 지난해(556대 1) 대비 높아졌다. 또 미래반도체와 오브젠, 스튜디오미르, 꿈비, 이노진 등 코스닥 신규 상장 종목들은 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에 형성된 뒤 상한가를 기록하는 '따상'을 달성하기도 했다.
김학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초 IPO 시장은 중소형주 중심으로 흥행몰이가 진행되고 있는 반면,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이 큰 업체들은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거나 상장 철회가 발생하기도 했다"며 "낮은 가치로 상장된 업체들은 상장 후 업종 성장성에 따라 높게 평가를 받았지만, 기존 프리IPO 단계에서 높은 가치를 받았던 업체들은 낮은 평가가치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아 최근의 상황이 연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당분간 시총이 작은 업체들은 업종에 따라 흥행이 지속될 전망"이라며 "시총이 큰 업체들은 상장 시기를 저울질 하는 상황이 연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일각에서는 최근 발생한 미국 실리콘밸리뱅크(SVB) 사태가 IPO 시장을 재차 위축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타나기도 했다. SVB의 주 고객이 벤처기업들이었던 만큼 국내 벤처 시장에도 시스템 리스크가 번지는 것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IB 업계의 한 고위급 관계자는 "국내 금융시장이 SVB에 직접 연관된 수준은 미미한 상황"이라며 "오히려 미국 금리 인상 속도가 완화되는 등의 효과로 국내 자본시장에 호재가 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