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팔고, 배달앱 운영하고···‘은행의 변신’ 어디까지

유한일 기자 입력 : 2023.03.20 07:29 ㅣ 수정 : 2023.03.20 07:29

국민銀 알뜰폰 정식 서비스 될까 주목
비금융 탐내는 은행들···“데이터 확보”
당국도 공감대···금산분리 규제 풀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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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국내 대형 시중은행들이 본격적인 비(非)은행 영토 확장에 나섰다. 금융업 울타리에서 벗어나 통신과 유통 등의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각 은행들은 이 외에도 어느 비금융 분야가 유망한지 물색하는데 분주하다. 

 

여·수신 등 전통 금융업에 집중하던 은행권이 비금융 분야에 관심을 가지는 건 수익 구조 다각화와 본업 경쟁력 제고 차원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도 규제 완화 검토에 돌입한 만큼 ‘은행의 변신’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오는 4월 16일 KB국민은행 알뜰폰 서비스 ‘리브엠(Liiv M)’의 ‘혁신 금융 서비스’ 지정 기간 종료 전 정식 서비스 전환 여부를 검토 중이다. 결과는 내달 초쯤 나올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은행은 통신업을 부수업무로 영위할 수 없지만, 리브엠은 지난 2019년 4월 규제 샌드박스 방식으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2년 단위로 기간이 제한되고 매번 성과 평가 등으로 재승인 문턱을 넘어야 한다. 

 

시중은행 중 알뜰폰을 직접 운영하는 건 국민은행 뿐이지만, 타행도 간접적으로 손을 뻗고 있다. 최근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KT, 고고팩토리와 제휴해 알뜰폰 요금제를 출시했다. 

 

알뜰폰 뿐 아니라 배달앱 시장에도 은행이 침투해 있다. 신한은행은 낮은 수수료와 소상공인·라이더·고객의 상생 등을 지향하는 배달앱 ‘땡겨요’를 운영 중이다. 다만 땡겨요 역시 ‘혁신 금융 서비스’ 지정에 따라 기간이 정해져 있다.

 

은행권은 비금융 영토 확장 이유로 수익 구조 다각화를 꼽는다. 국내 은행은 전체 영업이익에서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90%가 넘는다. 고객이 예치한 자금을 다시 대출로 내주고, 대출에서 나온 이자로 이익을 거두는 ‘이자 장사’다. 

 

하지만 최근 은행의 비이자 이익 확대 필요성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자 이익은 기준금리 등 금융시장 변동성에 따라 널뛰는 만큼 안정적 수익 구조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은행들은 비금융 시장 진출이 비이자 이익 증가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통신(알뜰폰)과 유통(배달앱)이 은행 비금융 사업으로 낙점 받은 건 ‘생활 밀착형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이 분야에서 얻어진 다양한 ‘데이터’로 본업인 은행업 경쟁력 제고를 꾀하고 있다. 일례로 소비자의 납부·외식 등의 패턴을 데이터화한 뒤 맞춤형 금융상품 출시로 고객을 유치할 수 잇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나오는 수익보다 큰 마케팅 비용을 투입해 사업을 키우고 고객을 모으는 건 잠재 효과가 크고 뚜렷하기 때문일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보면 여·수신 상품 고도화도 가능하기 때문에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들의 비금융 시장 진출이 늘어나려면 금산분리(금융과 산업 자본의 분리) 족쇄가 풀려야 한다. 은행은 ‘거미줄’로 불릴 만큼 규제가 강한 산업이다. 그나마 비금융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국민·신한은행도 항상 재승인에 대한 불안을 안고 가야 한다.

 

금융당국도 산업 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블러(Big Blur)’ 흐름에 맞춰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 규제 장벽을 허물고 금융-비금융 시장에서의 다양한 혁신 실험을 뒷받침하겠다는 구상이다. 금산분리만 무너진다면 통신·유통·모빌리티·부동산 등의 시장에서 은행권 진입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현 정부 출범 전부터 나왔던 얘기라 이번엔 금산분리 규제 완화 기대가 크고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비금융으로 영역을 넓히면 브랜드 홍보 효과도 기대된다. 요건만 맞으면 진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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