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이어 쿠팡도 일본사업 접었다…고작 2년만에 철수한 이유는
[뉴스투데이=서예림 기자] 쿠팡이 2년전에 야심차게 출사표를 던졌던 일본사업이 빛도 보지 못한채 끝났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이달말일을 마지막으로 일본 현지 사업을 마무리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는 11일자 지면을 통해 "쿠팡의 현지법인 쿠팡재팬이 도쿄도 메구로구와 세타가야구 등 일본 지역에서 제공해 온 식품·생활용품 배송 서비스를 21일 종료한다"고 보도했다.
앞서 쿠팡은 2021년 6월 '신선식품'과 '생활용품'을 빠르게 배송해주는 '퀵커머스' 서비스로 일본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고객이 스마트폰 등으로 주문을 하면, 배달원이 자전거로 10~20분 내에 배달하는 시스템이다. 쿠팡의 '쿠팡이츠', 우아한형제들 'B마트'와 유사하다.
일본은 쿠팡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인하기 위한 김범석 쿠팡 의장의 첫 행선지였다. 그러나 약 2년 만에 일본 시장에서 철수를 선언한 것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쿠팡이 '자금난'과 '문화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철수를 선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일본의 이커머스 시장은 '아마존재팬'과 '라쿠텐'이 압도적 점유율로 사실상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정확한 점유율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일본 이커머스 시장 내 아마존재팬과 라쿠텐의 점유율은 각각 20%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곧 쿠팡이 일본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로켓배송과 같은 '차별성'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전국단위 로켓배송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지역 곳곳에 물류센터를 설립해야 한다.
문제는 쿠팡이 로켓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뒤 8년간 연간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2개 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지만, 여전히 연간으로는 적자다. 더군다나 한국보다 면적이 3배 큰 일본에서 전국단위 로켓배송을 구현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이커머스 시장에서 아마존과 라쿠텐의 영향력이 크다"며 "쿠팡이 일본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을 당시에도, 한국 적자를 딛고 일본에서 사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우려가 현실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쿠팡은 아마존재팬과 라쿠텐과 맞서기 위한 전략으로 로켓배송이 아닌, 퀵커머스를 꺼내 든 셈이다.
그러나 퀵커머스 시장 또한 녹록치 않았다. 일본은 사회 전반에 아날로그 문화가 뿌리 깊이 박혀 있다. 코로나19로 어느 정도 배달 수요가 늘었지만, 여전히 편의점 문화가 강하고 고령 사용자들이 앱 사용이 익숙하지 않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쿠팡은 퀵커머스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선보인 후 시장 반응에 따라 일본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었으나, 사업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기 어려워졌다는 판단에 따라 '철수'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고령화율이 높아 디지털 전환이 쉽지 않다"며 "특히 일본은 도시락과 편의점 문화가 보편적이다. 여전히 모바일 퀵커머스를 대체할 수 있는 유통채널이 많다보니 판을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앞서 배달의민족도 일본에서 사업을 철수한 바 있다. 배달의민족은 2014년 일본에 '라인와우(Linewow)'라는 이름으로 배달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1년 만에 철수했다. 이후 딜리버리히어로(DH)가 배달의민족을 흡수하면서 '푸드판다'를 통해 일본에 진출했지만, 지난해 매각을 결정했다.
아날로그 문화가 여전히 한 곳에 자리잡고 있는 가운데, 경쟁 구도마저 치열해지자 줄줄이 일본 시장에서 철수하고 있는 실상이다.
쿠팡은 일본 사업에서 철수하고 수익성이 좋은 대만 시장과 리테일 테크 영역에 주력한다는 전략이다.
쿠팡은 지난해 10월 대만 시장에서 로켓직구를 선보이며 대만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국에서 판매 중인 상품을 간편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자동화 기술 등 리테일 테크 전환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연매출 흑자 달성을 이룬다는 계획이다.
쿠팡 관계자는 "일본 사업을 정리하고 한국과 대만에 집중해 고객과 이해 당사자들을 위해 회사 가치를 더욱 높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