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 눈독 들인 증권업계…협의체 '춘추전국시대' 개막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국내 토큰증권발행(STO)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여러 증권사들이 각기 다른 기업들과 힘을 합치고 있다. 자체적으로 협의체를 결성해 조각투자 등 STO와 관련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기존 기업들과 교류하고 있는데, 본격적으로 사업이 개화(開花)하기 전에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KB증권 등 총 세 곳의 증권사는 최근 STO 활성화를 위한 'STO 협의체'를 구성했다.
STO 협의체를 가장 먼저 구성한 증권사는 신한투자증권으로, 지난달 협의체 'STO 얼라이언스'를 구축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신한투자증권은 STO 얼라이언스에 가입한 회원 기업들을 대상으로 토큰증권 발행 관련 비용을 절감해주고 프로세스 개선을 통해 자금을 모집할 수 있는 기회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또 유통 솔루션도 지원하며, 블록체인 기술 컨설팅 및 연동을 지원하고 국내외 회원사들 간의 네트워킹 등의 혜택도 계획돼 있다.
STO 얼라이언스 설립 전인 지난해 말부터 신한투자증권은 블록체인 기술 전문기업 람다 256과 기술검증에 돌입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협의체에 가입한 회원사는 수십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투자증권은 STO 플랫폼 서비스 개발을 위해 합자법인인 '에이판다파트너스'를 설립하기도 했는데, 이 법인은 지난해 12월 금융규제 샌드박스 심사를 통과해 '혁신금융서비스'로 인증받은 바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연말 관련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어 같은 달 NH투자증권이 'STO 비전그룹'을 출범시켰다.
STO 비전그룹은 NH투자증권을 중심으로 토큰증권 제도 정비에 따라 현행 사업모델의 변화가 필요하거나 미래 사업기회가 존재하는 기업들이 실무 논의를 위해 구성한 협의체다. 향후 토큰증권 활용 확대를 위한 포괄적 사업 기회를 함께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초대 회원사로는 세 곳의 조각투자사업자(투게더아트·트레져러·그리너리)와 두 곳의 블록체인 기술기업(블록오디세이·파라메타), 비상장주식중개업자(서울거래비상장) △기초자산 실물평가사(한국기업평가) 등 8개사가 참여했다.
지난 8일에는 KB증권이 'ST 오너스'를 구성해 증권가의 STO 협의체 결성 흐름을 이어갔다.
KB증권은 KB금융그룹이 운영하는 핀테크랩 'KB 이노베이션 허브'와 협업해 토큰증권 관련 제휴사를 발굴하고, 그룹 사업과 투자를 연계하는 등의 사업 지원을 추진한다.
현재 참여한 주요 사업자로는 세 곳의 조각투자사업자(스탁키퍼·서울옥션블루·펀더풀)와 ST 발행유통 플랫폼(하이카이브) 등이 있다. 또 웹툰 기반 STO 사업자(웹툰올)와 IP 관리 솔루션 기업(알엔알), 네 곳의 기술 전문기업(SK C&C·EQBR·하이파이브랩·웨이브릿지) 등도 참여했다.
앞서 KB증권은 지난해 STO 사업을 추진하고자 전담 조직을 구성했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운영한 바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아직 별도의 컨소시엄을 구성하지는 않았지만 2021년부터 디지털자산TF를 출범하는 등 관련 사업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왔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초에 STO 관련 TF를 출범시킨 바 있으며, 올해 한국토지신탁 및 HJ중공업 등과 선박금융·부동산 조각투자 관련 협약을 맺기도 했다.
또 키움증권은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카사와 MOU를 맺었다. SK증권도 마찬가지로 부동산 조각투자 업체인 펀블과 제휴를 체결했다.
증권사들이 최근 협의체를 구성하는 것은 STO가 본격화되기 전에 기존 관련 사업을 펼치는 것으로 평가되는 기업들과 관계를 맺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또 아직 금융당국이 가이드라인을 확정하지 못한 만큼, 증권사 단독으로 사업 분야가 넓은 STO를 전방위적으로 다루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르면 내년 STO가 도입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그때까지 자체적으로 관련 기술 및 인력을 육성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할 수도 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STO 사업 진행 방향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불확실한 만큼, 관련된 사업을 펼친다고 여겨지는 기업들과 가능한 많은 관계를 맺으려고 할 것"이라며 "증권사나 블록체인, 조각투자 기업들이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STO가 단기적으로 수익성이 확보될 수 있는 사업은 아니지만, 자본시장을 혁신시킬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김세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시행 초기에는 발행 규모나 프라이빗 체인 등 제한적인 요건들로 인해 거래량이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단기적으로는 증권사들의 수수료 인하 경쟁 외의 새로운 마케팅 방식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상품당 1개의 증권사에서만 발행할 수 있어 매력적인 상품을 발굴해오는 증권사의 경우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의 월간 순수 이용자수(MAU) 증가를 기대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