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은 부진, 주가는 상승' 증시 호황·STO 기대감에 날개 단 증권주
KRX증권, 올 들어 14%대 상승…한화투자증권은 35.74% 급등
'1조 클럽' 일제히 못 미쳤는데…"증시 반등·STO 반등 이끌어"
IB·PF 등 핵심 수익성 회복 시간 걸려…추세적 반등 지켜봐야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최근 연이어 부진한 실적을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주가는 오히려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글로벌 금리 인상 중단과 토큰 증권(STO)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 재료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일각에서는 이 같은 상승세가 지속될지는 미지수라며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주의해야 한다는 관측이 나왔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상장 증권사 14곳으로 구성된 지수인 KRX 증권은 올해 들어서 14.36%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치(10.43%)를 웃도는 수준이다.
개별 종목으로도 한화투자증권이 35.74% 급등했고, SK증권(28.80%)과 키움증권(21.19%), 미래에셋증권(16.94%) 등이 일제히 두 자릿수대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증권사들은 지난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유동성 위기 등 금융시장 불안으로 전년 대비 급감한 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이에 2021년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했던 기업들도 모두 '1조 클럽'을 이탈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9일 지난해 영업이익이 4409억원으로 전년 대비 65.9%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미래에셋증권(43.1%)과 삼성증권(55.8%), NH투자증권(59.7%) 등의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절반가량 줄었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키움증권도 영업이익이 40% 이상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영업이익 1조원을 기록한 증권사는 메리츠증권이 유일하다. 메리츠증권은 연간 영업익이 전년 대비 16%가량 증가한 1조925억원으로 집계되며 사상 최초로 1조 클럽에 진입했다.
이 같은 실적 부진에도 증권사들은 최근 국제적인 기준금리 인상 중단 기대감에 따른 증시 호황에 힘입어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물가 안정에 대한 기대와 각 기업들의 실적 조정이 상당 부분 진행되면서 나타나고 있는 증시 반등으로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일정 부분 회복됐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부동산 PF발 유동성 경색으로 시장이 냉각됐는데, 금리 인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시장 금리는 그보다 먼저 반응해 안정화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유동성이 조금씩 공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최근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STO에 대한 기대감도 증권주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STO는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 등 실물자산을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자산에 연동해 소유하는 것으로 유가증권과 동일한 개념이 적용된다.
그동안 STO는 제도권에 포함되지 못했는데, 최근 금융당국이 STO의 발행을 허용하면서 증권사들에게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확대되고 있다.
박혜진 연구원은 "증권형 토큰은 증권사의 핵심 취지인 중개에 적합한 상품"이라며 "우리에게 익숙한 주식뿐만 아니라 부동산이나 골동품, 무형자산까지 조각 투자가 가능해진다면 공급·거래의 핵심은 증권사가 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다만 증시 회복에도 부동산 PF 등 대내외 악재들이 완전히 해소된 것이 아닌 데다가, 증권사들의 실적 개선에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 현재의 주가 상승세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강승건 연구원은 "부동산 금융 위축에 따른 투자은행(IB) 부문 실적 부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핵심 수익성 회복에는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부터 증권주들은 코스피 대비 강세를 이어왔다"며 "이는 정부의 긍정적인 부동산 정책과 배당락일 이후 과도한 하락에 따른 반등이며, 추세적 상승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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